주간동아 232

2000.05.04

與野 뛰어넘는 ‘제3 세력’ 깃발 올릴까

30, 40대 초선 당선자들 “이번엔 다르다”…기존 정치권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

  • 입력2005-10-14 12:1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與野 뛰어넘는 ‘제3 세력’ 깃발 올릴까
    과연 다를 것인가. 오는 6월 16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16대 의원들에게 쏠리는 국민의 시선은 날카롭기만 하다. 특히 30, 40대 젊은 새내기 당선자들은 저마다 정치개혁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표출하면서 일단 국민의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이들이 당선후 일성(一聲)으로 표방하는 것은 △자유투표제(크로스 보팅) 실시 △투표 실명제 정착 △각종 위원회 속기록 작성 및 공개 △탈 계파 정치 △정치자금 사용 명세 공개 등 온통 정치개혁에 관한 내용들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이 실현될 경우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국회의 모습이 근본적으로 변할 것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4년 전의 15대 당선자 중 젊은 신인들도 한결같이 같은 포부를 펼쳤지만 결국은 당파적 이기주의와 보스정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후진성의 질곡에 함께 빠져들어갔던 전례를 상기하면 여전히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대 젊은 새내기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우리는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무엇이, 어떻게 다르다는 것일까.

    한나라당 김부겸당선자(42·경기 군포)는 “새 천년의 시대적 화두에 따른 변화 욕구가 너무 강하다”고 말한다. “반드시 젊은 당선자들이 아니더라도 국민의 이런 변화 욕구에 맞서기가 매우 어렵게 됐다”는 것. 그는 또 “3김 카리스마가 퇴조하는 등 ‘3김 체제’의 정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고, 당내적으로 보면 계파 보스들이 전원 몰락한 것도 개혁성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아진 환경적 변화”라고 지적한다.

    민주당 송영길당선자(37·인천 계양)는 “새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적 욕구는 15대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기 때문에 구시대적 정치 행태는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는 한계상황에 봉착해 있다”고 말한다. 그는 “15대는 개혁을 이끌 철학적 확신을 가진 중심세력이 부재했다”고 지적한다. “단 두명이라도 모이면 힘과 문제를 만들 수 있었지만, 지난 국회에서는 워낙 386세대(송당선자는 386이란 단어는 역사성이 없고 오히려 ‘5·18 세대’라 불러야 한다고 강조)가 적어 상황을 돌파할 만한 역량을 결집시키지 못했다”는 것. 그러나 지금은 ‘80년 광주’를 화두로 삼고 살아온 세대들의 그루핑이 가능해졌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원희룡당선자(36·서울 양천갑)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국민이나 유권자와의 광범위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는 더욱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비록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원내 개혁세력 기반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개혁의 근거로 제시할 수 있고, 아울러 추진력도 얻을 수 있다는 것. 원당선자는 또한 “16대 신인들에서 비서나 가신 출신 비율이 적어진 것도 과거 3김 시대의 계파적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여지가 많아진 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동교동계의 막내 세대인 민주당 장성민당선자(37·서울 금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장당선자는 “동교동 계보라기보다는 ‘국민 계보’”라고 강조한다. “새천년의 첫 국회에서 계보 정치는 가능하지도 않고 더 이상 지속되어서도 안될 역사적 유물로 사라질 것”이라면서 “비록 재야를 거치지 않고 제도권 정당에서 성장했지만, 가장 개혁적인 노선을 걸어가겠다”는 포부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임종석 장성민 송영길 김성호 이종걸 문석호 등의 새내기 금배지들과 이번 선거에 석패한 원외의 이승엽 김윤태 우상호 이인영위원장 등 30대 위원장(이종걸 당선자만 42세)들을 주축으로 한 10명이 당내 변화를 주도하면서 ‘개혁 전위대’로서의 세력화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모임을 결성하고 이름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5월 원내총무 경선에서 행동을 가시화하는 등 곧 당내 ‘제3세력’으로서의 기치를 들 것이란 전언이다.

    한나라당의 경우는 당내 젊은 개혁세력 모임인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미래연대)가 이미 결성돼 있어서 한결 세력화가 손쉬운 상황. 미래연대에서는 김부겸 심재철 이성헌 김영춘 원희룡 오세훈 윤경식 정병국 등 무려 13명의 당선자를 냈다. 물론 정치권 진입 과정이 제각각이어서 ‘이회창총재의 친위대’라거나 ‘DR(김덕룡의원) 계보’라는 색깔이 완전히 지워진 것은 아니지만 일단 개혁성을 근간으로 하는 당내 최대 그룹으로 자라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이들의 움직임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이들이 당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초당적 협력을 하는 원내 ‘제3세력’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하는 사실. 이와 관련, 장성민당선자는 “10만에서 20만의 유권자들을 대변하는 소위 ‘걸어다니는 입법기관’들이 자신의 의지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야 선진 정치를 이룰 수 있겠느냐”면서 “이러한 취지에 따른 자유투표제(크로스 보팅)를 반드시 정착시키고, 이를 통해 통일 민생 개혁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초당적 협력을 하겠다는 공감대가 여야 젊은 당선자들 사이에 이미 형성돼 있다”고 말한다. 송영길당선자는 “사안에 따라 당 지도부와 긴장 관계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한다.

    386 재선 의원인 민주당 김민석의원과 한나라당 남경필의원도 4월20일 국회에서 만나 개혁 법안 처리 등에서 사안별 정책공조를 이루고, 지역감정 극복과 계보정치 청산을 위한 비공식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했다. 젊은 정치인들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연결하는 ‘온라인 연대’를 구성하는 것도 손쉬운 1단계 방안으로 적극 모색되었다.

    이처럼 이들이 여야 관계를 뛰어넘는 원내 ‘제3세력’을 도모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이들 사이에 80년 신군부 세력에 맞서 싸운 시대적 동질성이 축적돼 있다는 사실 때문. 특히 이들은 운동권 리더 출신들 모임인 ‘한국의 미래, 제3의 힘’ 회원들로, 4월20일 축하연에서는 민주당 송영길 임종석당선자와 한나라당 김영춘 원희룡당선자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에 대해 김부겸당선자는 “이들은 세대 전체가 힘을 모아보고 뚫어본 공통의 경험을 가졌기 때문에 집단적 훈련의 경험이 없는 이전 4·19세대나 민청학련 세대와는 다르다”며 제 3세력화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다만 “정치권을 오래 지배한 관행과 관습에 따라 ‘애들이 너무 튄다’는 반발을 부르지 않도록 기성의 전통 가운데서도 계승할 만한 훌륭한 전통은 무시하지 않으면서 변화 욕구에 접목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 ‘긴조(긴급조치) 세대’에 속하는 김당선자의 주문.

    물론 정치개혁에 대한 강렬한 의지 표출이 30, 40대 신인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대전 대덕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김원웅 전의원은 4월18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보스 중심의 줄서기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치개혁의 최대 과제는 당내 민주주의이므로 맹주정치와 지역주의를 극복하는데 앞장서겠다”는 것이 김전의원의 각오. 서상섭(50·인천 중-동-옹진) 안영근당선자(44·인천 남구을) 역시 김전의원의 이러한 탈계보 움직임에 적극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야 출신인 민주당 이창복당선자(강원 원주) 역시 20일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된 시민들의 정치개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임기 중 당내 어떤 계보에도 속하지 않을 것이며 스스로 계보를 형성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앞으로의 전당대회나 당직 경선 등이 많이 변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특히 30, 40대들의 움직임은 선배들에게도 ‘움직이지 않으면 안될’ 실천적인 자극을 주는 시너지효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30, 40대 당선자들은 세대 다수가 공유하는 건강한 집단적 에너지를 바탕으로 커다란 정치 세력을 구축할 가능성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의 제도권 진입 과정이 ‘보스 정치에의 편입’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던 것처럼 단지 거품과 실험으로 끝날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들이 정말 ‘제3의 힘’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16대 국회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