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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수학의 몽상’

수학은 ‘게임’이다

수학은 ‘게임’이다

수학은 ‘게임’이다
이런 문제를 풀어보자. S=1-1+1-1+1-…에서 S의 값은 얼마일까? 1을 더했다 빼기를 계속하니까 S=(1-1)+(1-1)+(1-1)… 답은 0이다. 하지만 괄호를 다르게 묶어보면 어떻게 될까.

S=1-(1-1)-(1-1)-(1-1)… 즉 S=1-0-0-0… 앗, 답은 1이 된다! 그럼 이번에는 S=1-(1-1+1-1+…)이라고 묶어보자. 괄호 안의 1-1+1-1+…는 처음 보았던 S=1-1+1-1+…와 같다. 그렇다면 S=1-S. 양변에 S를 더하면 2S=1이 되고, 따라서 S〓½이다.

하나의 공식에 답이 세 가지. 수학이란 정확하게 딱 떨어지는 하나의 답을 얻어내는 학문인 줄 알았는데, 수학에 ‘무한’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자 두 개 이상의 답이 가능해진다니, 정말 재미있는 발견이다! 그런데 왜 학창시절 수학공부를 할 땐 이런 ‘재미’는 콩알만큼도 못 느끼고 수학이 지긋지긋하기만 했을까.

80년대 운동권의 ‘스타 이론가’였던 이진경씨가 다소 엉뚱하게도 자신의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수학책을 펴낸 것 역시 이렇게 높게만 느껴지는 수학의 ‘벽’을 허물어뜨리기 위한 것이었다. ‘수학의 몽상’(푸른숲 펴냄). 그는 이 책에서 “영문도 모른 채 정의와 공식을 배우고 익히며, 그 공식을 이용한 계산기술을 훈련하는 것은 ‘수학을 위한 수학’의 끔찍한 과정”이라고 꼬집는다. 수학의 본질은 ‘철학’이며, ‘게임’이다.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모든 것에 의문의 화살을 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전혀 연결지어 생각하지 못했던 것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내는 상상력이야말로 ‘수학적 사고’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근대 수학사의 중요한 발견들이 어떤 사유의 메커니즘을 통해 가능했는지 밝히고, 수학의 발전이 서양의 근대성 형성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추적한다. 수학은 과학과 철학뿐 아니라 음악 미술 등 모든 학문의 바탕이 된다.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에서 물건을 떨어뜨리는 실험을 통해서 자유낙하법칙을 발견하고,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찾아냈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 이다. 이들의 ‘대단한 발견’에는 반드시 수학적 계산과 연구의 힘이 뒷받침되어 있다.



저자는 이같은 ‘수학의 진실과 원리’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행여 독자들이 지루함이라도 느낄세라 시나리오, 동화, 전설, 문답식 대화 등 다양한 장치를 동원해 책의 재미를 돋워내고 있다. 이를테면 저자는 수학사의 대발견인 미적분법이 실은 악마 메피스토와 수학자 ‘캘큘러스’(물론 가상의 인물이다)와의 거래관계에서 탄생한 이론이라는 ‘가짜 전설’을 꾸며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등장해 ‘무한소’의 개념을 설명하기도 하고, 중국 조주 스님의 선문답을 통해 수학의 ‘도’를 깨우치기도 한다. 저자가 신중하게 배치한 ‘게임의 트릭’을 따라가는 동안, 독자는 어느새 수학의 재미에 폭 빠져들게 마련이다.

이 책 이전에도 최근 수년 사이 양질의 수학교양서들이 봇물 터지듯 출간된 것은 눈여겨볼 만한 일이다. 수학교양서들은 △만화나 삽화를 대량 이용한 초-중등생용 학습서(‘수학이 수군수군’ 김영사 펴냄) △소설의 형식을 통해 수학사를 개괄하고 중요한 수학적 정의를 알기 쉽게 설명한 책(‘앵무새의 정리’ 끌리오 펴냄) △수학자의 생애를 다룬 전기(‘수학이 나를 불렀다’ 사이언스북스 펴냄) 등 형태도 다양하고, 독자층 역시 제법 두둑히 형성되어 있는 터다. ‘수학의 몽상’은 그같은 수학교양서 출간 붐의 연장선상에 서 있으면서, 한발 더 나아가 기존 책들과는 또다른 형식적 파격과 철학적 기반을 제시한 책이다. 수학에 관심이 있는 이, 현재 당장 수학을 공부해야만 하는 학생, 과거 수학과 원한이 맺힌 이래 아직까지 이를 풀지 못하고 있는 이들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이진경 지음/ 푸른숲 펴냄/ 304쪽/ 9800원



주간동아 227호 (p9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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