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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제2외국어 논란

제2외국어 실용가치 없다

인터넷 시대 영어로 살아남기…독일인도 프랑스인도 비즈니스는 영어로

제2외국어 실용가치 없다

제2외국어 실용가치 없다
서울 논현동 ‘엑스퍼트 커뮤니케이션즈’는 5개 국내 IT(정보통신)업체와 버거킹, 캘빈 클라인, 존슨 앤 존슨 등 다국적 기업들의 한국내 홍보대행사다. 이 회사 김선향이사는 석달 전부터 독일 공구업체 보쉬(BOSCH)의 국내 사보제작 및 PR업무도 맡게 돼 독일인들과 다섯 차례 회의를 했다.

이 회의들은 어떤 언어로 진행됐을까. 의뢰인의 모국어인 독일어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고 영어만 통용됐다. 김이사는 “국제비즈니스에서 다른 언어가 들어갈 틈이 없다”고 말했다. “한 시간 동안 사보인터뷰에 응한 독일인은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습니다. 영어를 못하는 독일인은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프랑스 고객들도 우리에겐 영어로 얘기합니다. 그들도 이를 당연하게 여깁니다.” 김이사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다국적 기업의 본사가 위치한 국가, 아-태지역 본부가 있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그리고 한국지사가 동시간에 전화나 화상을 통해 회의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세 곳이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의사소통을 하느냐는 것입니다. 영어 말고 이 일을 가능하게 해줄 언어가 있습니까. 비즈니스의 국제화가 가속화될수록 다른 유럽어는 더 약화될 것입니다.”

세계화와 함께 제2외국어에 강력한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 인터넷이 전 산업을 재편하면서 ‘인터넷 공용어’인 영어는 사이버 세계를 석권했다. 전세계 컴퓨터 데이터의 90%가 영어로 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프로그램제작업체인 ㈜네트즌클럽의 최준명사장은 “이제 벤처사업가에게 필요한 것은 영어와 모국어뿐”이라고 단언했다. “한 개의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수개월이 걸리는 방대한 작업은 영어로 된 작업틀에 영어를 기입해 이뤄집니다. 콘텐츠의 배포, 홍보, 소비 과정에서도 제2외국어는 사용되지 않죠.”

솔루션제작업체인 인코리아사 조용우씨는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시되는 시점이어서 제2외국어를 배워 사업에 접목시킬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에서 영어로 생산되는 콘텐츠가 엄청나다. 새 것이 금새 나오고 부가가치도 높다. 공개되는 영어콘텐츠들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어 이를 실시간에 이용할 수만 있어도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영어를 배워 이런 능력을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벤처기업들은 생각한다. 영어콘텐츠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판에 제2외국어 콘텐츠는 아직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고 말했다.



제2외국어는 한국에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조류와 ‘도킹’하는데 실패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온라인에서의 부진은 현실세계인 오프라인에도 곧바로 영향을 준다. 삼성SDS 일본담당 정모씨는 제2외국어의 쓸모가 없어지는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한다 .

“나는 일년에 150여일을 외국에 머무르며 자동차딜러 시스템을 수출하는 일을 한다. 해당 국가 고객의 업무를 분석한 뒤 업무환경에 최적상태가 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다. 그 뒤엔 작업이 잘 되는지 체크하고 의뢰인측 직원들의 교육도 맡고 있다. 한 마디로 고객과의 끊임없는 대화 없이는 수출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때 쓰는 언어가 영어다. ‘컴퓨터시스템’이라는 제품 자체가 근본적으로 영어로 조직화돼 있는 상품이다. 당연히 영어로 설명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은가.”

제2외국어는 미래도 불투명하다. 한국의 비즈니스계에선 영어 대체효과가 크지 않은 일본어와 중국어 정도가 당분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첨단산업이 우리 사회의 인문학적 다양성을 고갈시키고 있다” 는 제2외국어 옹호론이 나올 법한 상황이다.



주간동아 227호 (p6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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