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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사이버 소비자운동

소비자 단체 “우린, 뭐하지?”

사이버 불공정 쇼핑 등 대응에 한계, 설 땅 좁아져…“사이버 소비자운동과 연대해야”

소비자 단체 “우린, 뭐하지?”

소비자 단체 “우린, 뭐하지?”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소비자운동의 급속한 진전은 소비자운동의 지형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불량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부실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은 그동안 주로 소비자단체의 불매운동만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겼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소비자 단체보다 20, 30대 네티즌들의 공격이 더 큰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소비자 단체가 소비자들의 구매패턴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소비자 독립군’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 버리고 만 것이다.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등이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 불만을 접수하는 등 변모를 시도하고는 있지만 이런 사이트를 통해 접수되는 불만 사례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관계자는 “그동안 소비자단체에서 주로 전화상담에 의존하다보니 홈페이지나 이메일을 통해 피해 사례가 접수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 같다. 현재로서는 전자상거래에서 발생하는 피해 등을 접수해 어떤 형태로든 대응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만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등 각종 소비자단체들은 지난 2월말, 급증하는 사이버 쇼핑몰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연구팀을 만들어 이제 막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전자상거래에서 일반 소비자들이 대금을 입급한 뒤 쇼핑몰이 갑자기 없어지는가 하면 배달지연, 철회불가 등으로 인해 수많은 피해를 호소해 온 것에 비하면 늦어도 한참 늦은 대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수많은 소비자단체 중 녹색소비자연대와 YMCA 정도에서만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팀을 구성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 단체들이 사이버 구매나 사이버 소비자운동의 급속한 발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데는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운동을 주도하는 지도층 내의 정보화 마인드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녹색소비자연대 김성숙연구실장은 “소비자 단체들이 인력이 많지 않아 정보화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데다 20, 30대 인터넷 이용자들의 정서에도 기존 소비자 단체의 활동이 맞아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이버 공간의 구매행위에서 발생하는 소비자피해 문제는 단순히 제품에 대한 불만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불량제품 배달이나 배달지연 등 전자상거래에서 발생하는 문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개인정보 유출 문제. 대부분의 쇼핑몰이 구매자들에게 주민등록번호, 주소, 신용카드정보 등 개인 신용정보를 입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 정보는 해당 물품을 구매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고서는 사용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서울대 여정성교수(소비자학과)는 “미국의 경우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나서서 쇼핑몰에서의 물품구매 목적 이외에는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한다는 공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구매시스템에서도 주민등록번호 등을 입력하지 않고도 최소한의 신용정보만 입력해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얼마 전 공정위가 발표한 ‘인터넷 사이버몰 이용표준약관’에서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제공된 개인정보는 이용자의 동의없이 제3자에게 제공될 수 없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관리자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신용정보 유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부족한데다 신용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액을 측정하기도 어려워 여기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성숙연구실장은 “공정위 약관에서도 소비자들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만 있을 뿐 홈페이지상에서 소비자가 동의를 표시할 수 있는 실질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사이버 시대에 가장 적합한 소비자운동은 사이버 공간의 개인 이용자들과 기존의 소비자 단체가 연대하는 방식이다. 최근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업체들이 일제히 요금을 인하하겠다고 나선 것도 따지고 들어가면 출발점은 PC통신 하이텔의 ‘이동전화 사용자 모임’(이사모)이 모태가 된 것이었다. ‘이사모’는 애초 S전자의 이동전화 단말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고 이를 YMCA가 받아서 성능검사를 벌이는 등 공동 작업을 벌이던 중 이동전화요금 인하운동에까지 의기투합한 것이다. 두 단체는 PC통신상에서 이동전화요금 인하 서명운동을 벌여 무려 4만명이나 서명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사례는 겨우 첫 단추를 끼운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이 늘어나고 있는 사이버 쇼핑몰에서의 소비자피해 사례를 한두 개 단체가 일일이 모니터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YMCA가 사이버 쇼핑몰에 대한 모니터 작업을 최근 시작했을 뿐이다.

이처럼 안티 사이트를 만들어 특정 기업을 공격하는 사이버 소비자운동과, 소비자의 불만을 토대로 정책대안까지 만들어내는 소비자 단체의 활동영역이 대립관계로만 볼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소비자 단체들도 정보화의 흐름을 타지 못하면 젊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할지도 모른다는 경고에는 분명 귀기울여야 할 것 같다. 소비자 단체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단체들이 정보화 흐름에 맞게 변모하지 않으면 소비자 단체의 존립마저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소비자 단체 일부에서는 범람하는 안티 사이트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 YMCA 서영경소비자정책팀장은 “안티 사이트의 경우 이성적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감정적 욕설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런 사이트들은 오히려 기업들에 의해 악용될 소지도 있다” 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만개하기 시작한 사이버 소비자운동의 큰 흐름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보호원 강성진박사는 “변화를 요구하는 디지털 경제 시대에는 소비자 단체뿐만 아니라 소비자 문제를 관장하는 정책 당국까지도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불공정 전자상거래’ 두 손 든 공정위

각종 동호회 활용 감시하려던 계획에 통신社 등 반응 시큰둥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인터넷 동호회를 이용해 전자상거래 분야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감시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수백개에 달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불공정 거래를 일일이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각종 동호회를 ‘인터넷지기’로 선발해 전자상거래 감시교육을 시킨 뒤 이들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뜻 신선해 보이던 이 계획은 채 한달도 지나지 않아 벽에 부딪혔다.

각 PC통신 회사에 공문을 보내 각종 동호회 명단을 받아내보려 했지만 이들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데다 수많은 동호회 중 실제 사이버 구매행위와 관련있는 동호회가 어떤 것인지를 골라내는 작업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위 정재환소비자기획과장은 “동호회원들을 활용해 전자상거래 감시운동을 벌인다는 계획에 대해 정작 PC통신회사나 동호회에서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며 난감해 했다. 결국 불공정 거래행위를 규제하고 단속해야 하는 공정위마저 폭증하는 전자상거래 규모에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공정위 관계자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소비자운동에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안티 사이트’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민간단체나 소비자보호원에 축적된 자료가 있는 것 같으니 이를 토대로 무슨 계획을 짜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만 반복했다. 서울대 여정성교수(소비자학과)는 “미국의 경우 FTC가 나서서 거래금지 사이트를 알려주는 등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25호 (p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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