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5

2000.03.16

‘개혁 공군’ 날개 단 베테랑 조종사

  • 입력2006-02-15 1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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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 공군’ 날개 단 베테랑 조종사
    강원 출신으론 처음 공군총수가 된 이억수 참모총장에게 이름을 빗대어 ‘억수로 운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운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대장 이억수’를 설명할 수 있을까. 베테랑 조종사로, 전략 정보 전문가로 인정받아온 그에게 ‘개혁 공군’의 미래가 달려 있다.

    정부가 2월29일 박춘택 공군참모총장 후임으로 이억수 공군참모차장(공사 14기)을 임명하자 군 안팎에서는 예상 밖의 인사라고 입을 모았다. 공사 1년 선배로 총장 진급이 유력해 보이던 이기현중장을 제쳤기 때문이다. 이기현중장은 역대 정권에서 진급 때마다 늘 선두를 달려온 작전통으로 공군참모총장 코스로 통하는 공군작전사령관직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합참의장과 해군참모총장에다 공군참모총장까지 호남 출신이 임명되는 건 모양이 좋지 않다”는 김대중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고배를 마셨다.

    강원 출신으론 처음으로 공군 총수가 된 이억수참모총장에게 이름을 빗대 ‘억수로 운이 좋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운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대장 이억수’를 설명하기는 곤란하다.

    공군작전사령부 작전부장, 전역항공통제본부장, 제16 및 19전투비행단장, 한미연합사 정보참모부장, 공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장, 항공사업단장,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참모본부장. 주요 경력에서 보듯 이억수 공군참모총장은 위관과 영관급 장교 때는 베테랑 조종사로, 장성이 되고 나서는 전략 및 정보전문가로 인정받았다.



    대위 시절인 69년, 그는 간첩선이 많이 넘어오는 서해안에서 수송기가 투하하는 조명탄의 지원을 받으며 F5전투기를 몰고 가상 간첩선 격침 훈련을 거듭했다.

    바다와 상공을 반대로 생각하는 비행착각(버티고)의 위험성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야간 사격훈련을 하지 않던 당시 상황에서 이런 훈련에 자원하는 건 목숨을 거는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그 이후 F5전투기의 야간사격훈련은 중지됐다.

    이참모총장은 국군의 날 행사 때 화려한 곡예비행으로 탄성을 자아내는 공군의 특수비행팀 출신이다. 74년 9월12일의 일이다. 그는 에어쇼를 앞두고 여의도 일대의 지형을 익히려고 수원에서 서울로 날아오다 목숨을 잃을 뻔했다. 연락에 착오가 있었는지 수방사가 ‘이상 물체’로 판단하고 대공포를 드르륵 드르륵 갈겼다. 헬기는 곳곳이 파손돼 용산에 불시착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참모총장은 한숨을 돌리고 나서 다시 에어쇼 훈련에 참가했다.

    101비행대대장 시절엔 공군 최초로 4만 시간 무사고 비행기록을 수립해 부대표창을 받았다. 또 83년 2월25일 북한 공군조종사 이웅평대위가 귀순하자 대대원과 함께 요격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대통령표창에다 당시 흔치 않던 포니 승용차를 부상으로 받았다.

    16전투비행단장을 마친 이참모총장은 우리 공군이 처음으로 F16전투기를 도입하며 19전투비행단을 신설하자 초대 단장으로 임명된다.

    좌우명은 ‘기본이 바로돼야 한다’. 부하에게 늘 자율성과 창의성을 강조하고 본인 스스로도 업무를 빈틈없이 수행하는 스타일. 젊은 장교들과의 회식자리에선 나이(57세)에 어울리지 않게 코요테의 ‘순정’을 즐겨 부른다.

    독실한 불교신자로 주말마다 산에 오른다. 술에는 체질적으로 약해 맥주 두 잔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진다. 부인 남계순씨(55)와의 사이에 2남이 있는데 모두 공군 장교와 사병으로 복무중이다.

    이참모총장은 “우리 여건에 맞는 공군력 건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정보화시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과 임무수행 절차를 혁신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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