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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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알 자~, 내 꿈 꿔”

연인끼리 e-메일 인사 대 유행… 메일 못받아 우울증에 빠지기도

  • 입력2006-07-12 1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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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알 자~, 내 꿈 꿔”
    “자알 자~, 내 꿈 꿔.” 밤 1시. Y대학 2학년 서상식군(22). 졸린 눈을 비비며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여자 친구에게 보내는 굿 나잇 메시지 ‘자알자~, 내 꿈 꿔’. 최근 한 휴대폰 광고가 뜬 뒤 그도 그의 여자친구에게 매일 메시지를 보낸다. 이 메일을 보내고서야 비로소 잠자리에 든다.

    아침 8시30분. 그의 하루 일과 시작도 남다르다. 눈을 뜨자마자 컴퓨터 전원을 켠다. 먼저 밤새 온 메일은 없는지 확인한다. 메일 확인 뒤엔 곧바로 답장 메일을 보낸다. 하루 2, 3통은 기본. 많을 때는 다섯 통까지도 보낸다. 여자친구에게 한 통, 동아리 친구에게 한 통, 과(科) 친구에게 한 통….

    김종성군(C대학 2학년·21)도 메일 보는 재미로 산다. 방학이라 학교 갈 일도 없어 집안에서 컴퓨터와 사는 ‘컴퓨터 방콕족’. 영화광인 그는 영화사이트를 서핑하며 정보를 캐고 틈만 나면 메일을 열어본다.

    ‘어제는 멜(신세대들은 메일을 줄여 멜이라고 한다) 네 통이었지? 오늘은 몇 통이 올까. 어제 열 통을 보냈으니 반타작만 해도 다섯 통? 으흐흐.’

    ‘하루라도 메일을 보내지 않으면 손에 가시가 돋친다.’



    메일 중독 신세대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M중독족. 특히 지루한(?) 방학엔 멀리 있는 친구들과 메일을 주고받는 것이 큰 일과 중의 하나다.

    인터넷 메일은 신세대판 편지. 부모님 세대들이 ‘어머님전 상서’나 ‘사랑하는 순애씨에게’로 문어체 편지를 썼다면 신세대들의 메일은 구어체로 시작된다.

    요즘 유행하는 첫 인사는 코미디언 김영철의 유행어를 빌려 쓴 ‘미안합니다. ○○○입니다’. 한때는 ‘빰바야~아’가 유행했다. 끝인사 유행어는 ‘잘 자, 내 꿈 꿔’.

    옛날의 편지글 형식이 인사말 본문 마침말의 3요소로 구성된 격식을 갖춘 형식이었다면 신세대 인터넷 메일은 마치 카페에서 차 한잔을 앞에 놓고 말하듯 하는 채팅형 대화체다.

    서군이 여자친구에게 보낸 메일을 엿보자. ‘음~ 잘 들어갔어? 어~ 나야. 아까 보고 또 보고 싶어서 편지 쓰는 거야. 근데, 카페에서 했던 말 사실이니….’

    메일을 못받아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메일 우울증. H대학 2학년인 박모군(22). 하루에 적어도 10여 통의 메일을 보낸다. 그는 메일 수에 따라 그날의 운수를 점친다. 메일이 하나도 없는 날은 왠지 우울하다. ‘학교생활을 잘 못했나. 내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컴퓨터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그의 말. “메일을 확인할 때 새 메시지의 양이 많으면 그날은 좋은 일이 생기지요. 만약 한 통도 없으면 불안하고 무슨 사건이 날 것 같아요.”

    디지털 시대의 반(半)아날로그 인간인 인터넷 메일족. 그들은 상상력은 아날로그로, 정보는 디지털로 보낸다. 디지털 시대에 다시 살아나는 편지. 인터넷 메일족이 그 주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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