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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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꽃피는 ‘인터넷 가족’

홈페이지 만들어 함께 읽고 쓰고 느끼고… 모녀간엔 이메일로 속깊은 대화

  • 입력2006-07-12 11: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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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꽃피는 ‘인터넷 가족’
    학교에 다녀오기만 하면 컴퓨터에 붙어앉아 꼼짝도 않는 아이를 아직도 탓하기만 할 것인가. 사이버시대에도 이런 부모들이 있다면 낙제점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이제 재미있는 교육용 소프트웨어나 유익한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들의 ‘사이버 상상력’을 길러주는 것이 부모들의 할 일이 됐다. 그리고 컴퓨터에 대한 아이들의 집착을 건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데는 뭐니뭐니해도 가족 홈페이지가 최고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이라는 ‘차가운’ 매체도 가족간의 애틋한 정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데는 손색이 없는 훌륭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현재 검색엔진 야후를 통해 검색할 수 있는 가족 홈페이지만 해도 300여개에 이른다. 6, 7세된 자녀들이 그림물감과 크레파스를 섞어가며 그려놓은 아빠와 엄마의 그림을 홈페이지 초기화면으로 올려놓은 사이트도 있고 얼굴에 버짐이 피기 시작한 오빠와 앞이빨이 몽땅 빠진 딸의 천진난만한 사진을 올려놓은 홈페이지들도 있다. 이민이나 유학을 떠난 가족들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고국의 지인들과 소식을 주고받는가 하면 이민, 유학 관련 정보들을 홈페이지에 올려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경북 김천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이문실씨(47)와 김연순씨(45) 가족에게 인터넷은 가족의 의미를 알려주는 알파요 오메가이다. 이들 가족이 만들어 놓은 가족 홈페이지(http://channel.shinbiro.com/@minjine) 는 아빠가 딸에게, 또는 아들이 엄마에게 바라는 소망과 이야기들 로 넘쳐난다. 93년 5월부터 이미 ‘민지네신문’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신문을 발행해오던 이씨 가족은 지난 97년 7월 이 신문의 지령100호를 기념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이들 가족이 한달에 두 번씩 발행한 신문은 지난 1월15일자로 161호까지 발행됐다.

    이 홈페이지에는 아빠 이씨가 쓴 동화와 엄마 김씨가 쓴 동시도 여러 편 실려 있다. 아빠는 씻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풍자해 ‘때줄왕국’이나 ‘날아라 황금이빨’ 같은 단편 동화들을 써놓았다. ‘날아라 황금이빨’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 이렇다.

    ‘뽀미공주를 구하기 위해 비장의 무기인 황금이빨똥을 날렸더니 악당은 단번에 쓰러지고 황금이빨은 뽀미공주를 묶고 있는 줄을 풀고 그녀를 구해냈다. 그러나 뽀미공주는 의기양양해 이빨을 드러내며 웃고 있는 황금이빨을 보고 고마워하기는커녕 고개를 돌리며 황급히 달아난다. 바로 황금이빨의 입냄새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동화 주인공 ‘콩돌이’가 꾼 꿈의 일부분이다. 콩돌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아이들에게 청결함을 강조하려 한 아빠 이씨의 지혜가 엿보이는 동화다. 이씨 가족은 지난해 5월 한국정보문화센터가 주는 제3회 정보가족에 선정되기도 했다.

    부부 초년병이라고 할 수 있는 진문영(30), 민우준씨(29) 부부가 운영하는 ‘임신 기념 사이트’ (http://baby.doctor .co.kr)처럼 젊은 부부의 사랑 방정식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것들도 있다. 학교 다니는 자녀를 둔 40대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풋풋한 삶의 이야기를 올려놓아 생활 주변을 되돌아보게 한다면 젊은 부부들의 사이트에는 자기들만의 재치와 위트가 넘쳐 흐르기도 한다.

    “요즘 제가 밥투정이 심해졌습니다. 아내가 그러더군요. 나중에 애까지 그러면 세트로 굶을 줄 알아!!!”

    “날씨가 쌀쌀해지더니만 감기에 걸렸습니다.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아기에게 감기를 옮기느니 본가에서 자고 가는 게 낫겠다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두말없이 ‘그래, 그렇게 해’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래도 붙잡아주길 바랐는데… 섭섭하더군요. 결국 결혼후 나는 첫 외박을 하고 말았습니다.”

    지난 98년 7월 아내의 임신기념으로 이 홈페이지를 만든 진씨는 이듬해 4월6일 남자아이가 태어났지만 육아일기 형식으로 홈페이지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

    50대의 평범한 가정주부인 정유진씨가 두 명의 딸과 이메일을 통해 평소에 주고받지 못하던 사연들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순전히 PC통신을 통해 독학으로 사이버 세상에 입문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지난 96년부터 PC통신에 입문해 동호회 활동을 벌이는 등 일찌감치 네티즌의 대열에 합류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큰딸과 대학에 다니는 작은딸이 매일같이 밤늦게 귀가하는 통에 대화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 시작한 이메일이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모녀간의 ‘핫라인’이 된 셈이다. 정씨는 지금도 한달에 3, 4회 정도 딸들과 메일을 주고받는다. 매일같이 보는 얼굴에 무슨 할 말이 그리 많겠느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정씨는 “얼굴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마음을 열고 훨씬 부드럽게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이메일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맏딸인 김은정씨(25)도 “갑자기 어머니에게서 온 메일에 ‘방가’ ‘어솨’처럼 10대 네티즌들이 쓰는 용어가 등장하는 것을 보고 색다른 느낌이 들더라”고 말했다.

    인터넷은 가족 구성원의 개인주의화를 부채질해 해체 위기에 놓인 가족 공동체를 파괴의 수렁으로 몰아넣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희미해지는 가족의 의미를 오히려 되살려 놓을 것인가. 동아대 박형준교수(사회학)는 “인터넷의 발달은 아직까지는 공동체의 통합을 파괴하기보다는 보완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컴퓨터 모니터 안에서는 가족간의 이해와 화합을 외치면서도 PC방에서 밤을 새며 집에는 들어올 생각도 안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한 인터넷을 통한 가족 공동체의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성작가들 ‘술독’서 가족 품으로

    소설가 이순원 최인호 박범신 박상우씨 등 자식사랑 끔찍


    ‘작품세계에 폭 빠져 가정은 뒷전이고, 예술을 논한다며 밤을 새우고 술을 퍼마시는 한량’. ‘남성 작가’라고 하면 떠오르는 전통적인 이미지다. 하지만 이것도 옛말. 요즘은 작품 속에 자식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놓고 표현하는 아빠들이 적잖이 눈에 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소설가 이순원씨와 박상우씨. 이씨는 지난 96년 ‘아들과 함께 걷는 길’(해냄 펴냄)을 펴냈다. 고향 가는 길, 아들의 손을 꼭 잡고 대관령을 걸어서 넘어가며 아들에게 어린 시절 추억을 들려주고 가족과 자연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아버지. 실제 두 아들을 둔 이씨의 곡진한 부정(父情)이 담긴 소설이다. 박상우씨는 평소 아들 사랑으로 문단에 소문난 아빠. 지난해에는 2년에 걸쳐 ‘엄마랑 아가랑’에 연재한 육아일기를 묶어 ‘따뜻한 집’(샘터 펴냄)을 펴냈다. 이 책에는 작가의 아들이 갓 태어나서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하기까지의 에피소드들이 사실적이고도 재미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육아일기’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반쪽이’ 최정현씨. 만화 ‘반쪽이의 육아일기’(딸 하예린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현재엔 ‘가족일기’로 제목이 바뀌었다)를 통해 예민한 눈썰미와 깊은 애정으로 딸을 키워내는 ‘멋진 아빠’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가족일기’의 ‘원조’ 라고 하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소설가 최인호씨. 75년부터 월간 ‘샘터’에 가정사를 소재로 수필을 싣기 시작, 십수년간 장기 연재를 기록했다. 박범신씨 역시 스스로를 “가족으로부터 점수로 A+를 받는 가장이자 집안의 재롱둥이”라고 자랑하는 지극히 가정적인 아버지다. 97년 펴낸 작품집 ‘흰소가 끄는 수레’(창작과비평사)에서 연극영화과에 다니는 아들, 한총련 연세대 농성에 참가한 딸과 실제 겪은 이야기를 소설로 형상화했다.

    김정희 기자 y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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