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1

2000.02.10

불명예 30명의 항변 “내말 좀 들어보소”

“시민단체 일방적 단죄… 억울하다” 한 목소리

  • 입력2006-07-06 1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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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명예 3관왕’이라구요? 억울합니다. 할 말이 많아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총선출마 부적격자’(151명)와 총선시민연대의 ‘공천반대인사’(66명), 정치개혁시민연대의 ‘유권자가 알아야 할 15대 국회의원’(89명) 등 3개 시민단체의 명단에 모두 오른 전현직 의원은 모두 30명. 정당별로는 새천년민주당 11명, 자민련 8명, 한나라당 10명, 무소속 1명이다. 여론은 시민단체쪽으로 완전히 기운 듯하다. 하지만 이들 30인은 시민단체들의 ‘일방적 단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억울한 사람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새천년민주당

    금품수수사건이 족쇄가 된 인사들은 거의 한결같이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주장했다. 한보사건으로 구속까지 됐던 권노갑전의원은 “야당시절 정치자금 조달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 대가성도 없었고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김봉호의원은 91년 광역의원선거 출마자로부터 2억원을 받은 것과 관련해 “당사무총장으로 공식기구 결의에 따라 특별당비로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99년 국회부의장으로 날치기 통과를 주도한데 대해서는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소신껏 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김운환의원은 청구호텔 허가와 관련, 금품을 수수한데 대해 “95년 지방선거 때 1억원을 찬조받아 중앙당비로 사용했다”며 “대가성 없는 자금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무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곤의원은 95년 영광군수후보 공천헌금사건에 대해 “돈은 지구당사 건축비로 쓰였으며 개인적으로 받아쓴 적이 없다”고 했다.

    김종배의원은 “(97년 농지정비사업과 관련해 받은 돈은) 뇌물이 아니라 빌린 돈”이라며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검찰 공소내용을 공표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반발했다. 이성호의원은 “안경사협회 로비사건에서 본인은 무혐의 처리됐으며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서 자진 사임했다”고 항변했다.

    ‘설화’를 입은 사람도 둘이나 됐다. 조홍규의원은 “광주시민 120만명 중에는 역대 선거에서 김대중선생을 찍지 않은 10%, 즉 12만명의 김영삼××들이 있다”는 지역감정 조장발언이 문제가 됐다. 그는 “김영삼씨를 찍은 사람도 있음을 말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영선의원에 대한 폭언과 호화쇼핑이 문제가 된 국창근의원은 “‘싸가지 발언’은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으며 최고급 양주는 사오지 않았고”고 항변했다.

    일부 의원은 ‘오래된 과거사’를 문제삼은데 불만을 표시했다. 88년 동해보궐선거 후보매수사건이 지적된 서석재의원은 “10년이 지났으며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 정치적으로 마무리됐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80년 신군부 전력이 사유가 된 권정달의원은 “5공 당시의 일은 이미 총선을 통해 심판받았다”고 일축했다.

    98년 부인의 노인정에서의 사전선거운동이 문제가 된 황학수의원은 “아내는 여성단체의 행사에 참석해 단지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도왔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선거법위반사건이나 비리사건과 관련됐던 자민련의원들은 대부분 “‘정치탄압’을 문제삼는 것은 너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슬롯머신사건으로 구속됐던 박철언의원은 “15대 총선의 압승으로 국민과 유권자들이 억울함과 무고함을 밝혀줬다”고 말했다. 이태섭의원은 수서비리사건에 대해 “당시 받은 돈은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이었으며 나는 청와대가 관련된 권력형 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정치적 희생양이었다”고 주장했다.

    선거법위반으로 8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김고성의원은 “15대 총선 직후의 선거법위반 재판은 정치탄압이었다”고 항변했다. 김현욱의원은 “김밥을 제공했다고 나를 선거법위반으로 구속한 건 전형적인 야당탄압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보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데 대해서는 “대가성 없는 돈을 받아 부친 명의의 고향 장학재단에 그대로 넣었다”고 말했다. 역시 한보사건에 연루됐던 노승우의원은 “검찰은 조사 당시 진술강요, 협박, 사건기록 허위작성 등을 통해 단순한 정치적 후원금 제공을 청탁대가 뇌물로 각색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거론한데 흥분하는 이들도 있었다. 김종호의원은 동아그룹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것과 관련, “정치자금법 개정 전인 96년 선거기간 중 지원받은 것으로 검찰도 대가성이 없다고 무혐의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원범의원은 98년 시의원 공천대가로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유언비어가 돌아 검찰이 조사까지 했으나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후보자 비방으로 선거법을 위반했던 이인구의원은 “유권자에게 상대후보 전력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얼마 전 자민련에서 탈당, 무소속 신분이 된 오용운의원은 수서사건으로 명단에 오른 것과 관련해 “불출마할 사람을 왜 명단에 넣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선거법위반사건으로 각각 80만원씩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명단에 오른 신경식-김광원의원은 형평성을 문제삼았다. 이들은 “사법부가 경미하다고 판단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더욱이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민주당의 H, J의원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김태호의원은 “열성 지지자가 전화홍보를 하다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나와는 무관함이 재판에서 밝혀졌다”고 해명했다.

    비리사건과 관련된 인사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한보사건으로 구속됐던 정재철전의원은 “공천신청도 안했고 출마여부도 불투명하다”며 “대꾸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황병태전의원은 “97년 한보로부터 2억원을 받아 개인적으로 쓰지 않고 예천도립대 지원금으로 사용중”이라며 “당시 문경-예천 주민 10만명이 구명운동을 벌였다”고 소개했다. ‘한보 리스트’로 인해 명단에 오른 노기태의원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된 사건을 문제삼은 것은 상식 이하”라고 흥분했다.

    뉴서울주택건설 대출알선 등과 관련해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윤환의원은 “재판이 진행되면 충분히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사안을 문제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김무성의원은 95년 공용주파수통신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2000만원을 받은데 대해 “후원금을 영수증 처리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에도 ‘설화’를 입은 의원이 둘 있다. 김호일의원은 “97년 대선 때 김대중후보에 대한 저질비방발언과 99년 마산집회 때의 지역감정조장 발언이 문제가 됐다. 그는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나 연설회장 발언을 가지고 자질을 문제삼은 것은 심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92년 대선 당시 초원복집에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모임을 가졌던 김기춘의원은 “무죄판결을 받은지 10년이나 됐다”고 말했다.

    각 단체 잇단 발표… 의원들 초비상

    긴장… 곤혹… “선거가 코앞인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끙끙


    여의도 금배지들이 ‘명단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당초 의원들은 경실련이 1월10일 ‘총선출마 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다소 방심하는 표정이었다. 인원이 워낙 많아 ‘변별성’이 떨어진 것이 한 이유였다. 그러나 사회적 반향이 의외로 큰데다 총선시민연대가 더욱 엄선한 ‘공천반대인사’ 명단을 발표하면서 의원들은 초비상사태에 들어갔다. 이들은 경실련과 총선시민연대를 상대로 항의와 소명을 했다. 경실련 명단이 당초 167명에서 151명(1월30일 현재)으로 16명이나 준 것도 의원들의 ‘필사적 노력’ 때문이었다. 또 총선시민연대의 발표 전 팩스와 택배, 인편 등을 통해 소명자료를 밀어 넣은 의원들이 170여명이나 된 것은 이들이 얼마나 명단을 두려워하는지 입증하는 사례였다.

    1월24일 총선시민연대의 발표 뒤엔 격렬한 항의가 잇따랐다. 나오연의원(한나라당) 같은 이는 사무실을 직접 찾아 “발표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총선시민연대가 적극 해명해주지 않으면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단식투쟁에 들어가겠다”고 항의했다.

    의원보좌관이나 비서관들은 만사를 제쳐놓고 명단문제에 매달렸다. J의원의 보좌관은 “총선에 나설 의원의 표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기에 국감 때보다 더 신경이 쓰였다”며 “1월에 한 일이라곤 명단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명단 공포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인 듯하다. 경실련 총선시민연대 정개련 등에 이어 각종 직능-지역단체의 리스트 발표도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인천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부패정치청산 인천행동연대’는 최근 인천의원 11명 중 4명(서정화 심정구 이강희 조진형의원)을 ‘공천 반대인사’로 발표, 해당의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모 단체의 명단에 오른 S의원은 “중앙의 단체들에 이어 지역 단체들도 비슷한 명단을 발표하겠다고 하는데 죽을 맛”이라며 “강력히 대응하고 싶지만 선거가 코앞에 있으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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