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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포경수술

포경수술 해줘야하나 말아야하나

조루방지·정력 등 ‘강한 남성’과 무관… 세계 남성 85%는 수술 안해

포경수술 해줘야하나 말아야하나

포경수술 해줘야하나 말아야하나
2000년 1월1일 0시0분 경기 안산시 평촌성심병원에서 밀레니엄 베이비 ‘즈믄둥이’가 태어났다. 자연분만으로 출산된 3.06kg의 건강한 사내아이였다. 어머니 김영주씨(26)와 아버지 이용균씨(34·회사원)에겐 즈믄둥이의 대학졸업 때까지 장학금, 병원비, 금반지, 이불이 제공될 예정이다. 즈믄둥이의 출산은 TV를 통해 전국에 방영됐고, 김대중대통령은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새 천년의 세상에 가장 먼저 나온 이 아기는 ‘포경수술’을 받았을까. 이용균씨는 “포경수술이 아기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의 14개월된 첫째아이도 포경수술을 받지 않고 있다. 이씨는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포경수술을 시킬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밀레니엄 베이비의 출산에서 달라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포경수술(의학명 환상절개·circumcision) 문화’가 읽힌다.

구랍 30일 오후 서울 명동 이윤수비뇨기과의원. 수술대 위에 초등학교 5학년 김모군(11)이 바지를 벗고 누워 있었다. 먼저 ‘수술’을 받은 형(12)이 인상을 찌푸리며 엉금엉금 기어나오는 모습을 이미 봤기 때문에 김군은 턱밑까지 덜덜 떨고 있었다. 남자간호사가 수술부위에 소독약 포비던(Pobidon)을 발랐다. 바로 마취약 리도카인이 귀두 끝에서 안으로 깊숙이 주사됐다. 이씨는 “주사를 놓는 의사의 실력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픈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마취 후 10여분이 지나자 본격적인 수술이 시작됐다. 포경수술 방법엔 보통 수술 없이 피부를 괴사시키는 방법(실버벨), 스테인리스틀에 조여 절단하는 방법(공코), 포피를 잡아 당겨 가위로 끝을 절단하는 방법, 레이저 포경, 칼로 포피를 환형으로 절단하는 방법(미세포피제거수술) 등 다섯 가지가 있다. 이윤수씨는 부작용이 적고 ‘디자인’을 아름답게 하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마지막 방법을 가장 선호한다. 김군은 대신 상대적으로 긴 시술시간과 일주일 정도 지속되는 상처봉합 기간의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어느 정도 성장한 뒤 하는 포경수술은 이처럼 아프고 수술 부위가 아물 때까지 오랫동안 불편이 따른다. 의료보험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부모가 다시 병원에 오는 일 없이 신생아 때 포경수술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3월 미국소아과학회(AAP)는 신생아포경수술은 반드시 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선언했다. 이 단체는 마취 없이 포경수술을 할 경우 신생아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밝혔다. 이윤수원장은 “요즘 이런 이론을 들어서 알고 있는 부모들이 많다. 병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천하지 않는다. 신생아 포경수술은 확실히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포경수술은 ‘어린이 글짓기’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그만큼 남자 어린이들의 공포가 크다. 다음은 지난해 한 글짓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대구 신천초등학교 3학년 엄모 어린이의 글. “수술이라는 말만 들어도 떨리는데…. 그래서 난 ‘포경수술 안하면 안돼요?’라고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그러자 어머니께선 ‘안하면 어른이 되지 못한단다’라고 하셨다. 난 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어른은 되고 싶다.”

포경수술을 하지 않으면 정말 ‘어른’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 수술 시기와 관계없이 포경수술을 아예 안받고 살아가는 문제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국에는 ‘포경수술에 반대하는 의사들’이란 모임이 있다. 이 모임의 의장 조지 데니스턴 워싱턴의대 교수는 지난해 한 일간지에 “포경수술은 조루 방지나 정력 증강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시카고대 사회학과 에드워드 로먼 교수는 지난해 10월 국내에 소개된 ‘남자’라는 책에서 “포경수술이 에이즈나 성병, 비뇨기계통의 암에 대한 예방효과가 크다는 과거의 연구조사들은 ‘콘돔 사용’과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과학적 근거가 약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견해가 옳다면 ‘포경수술을 받 아야 어른 구실을 한다’는 전통적 상식은 사실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요즘엔 우리의 포경수술 전통이 생기게 된 배경에 대한 의구심까지 일고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포경수술이 범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수술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은 분명 오해다. 지난해 1월 영국의 비뇨기 분야 전문지인 ‘브리티시 저널 어브 유롤로’지는 “남한의 40대 미만 남성 중 포경수술을 받은 사람의 비율이 83∼84%에 이르는데 이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라고 소개했다.

영국 신생아 중 포경수술을 받는 비율은 1%에 불과하고(1985년 기준), 호주는 20%에 그친다. 유럽-중국-일본-북한 등에선 포경수술이 거의 행해지지 않는 등 세계 남성의 85%는 포경수술을 받지 않는다. 포경수술이 보편화된 미국에서도 포경수술을 받는 신생 남아는 60.2% 정도. 유럽에서 포경수술이 별 인기가 없는 것은 이 지역 사람들과 의료계가 대체적으로 ‘하든 안하든 별 상관없다’(영국국립위생국)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포경수술을 받지 않아도 대부분의 남성들은 아무 탈 없이 지내므로 꼭 필요한 사람만 받게 하면 되지 일률적으로 수술시키는 문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다.

포경수술은 유대인들의 할례의식에서 기원한다. 우리 나라에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포경수술이 소개됐다. 60년대 한국남자들은 대부분 군대에서 포경수술을 받았다. 그러다 80년대 중반부터 신생아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포경수술 바람이 불었다. 포경수술의 필요성을 알리는 해외의 논문들이 많이 소개된 데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자녀보건에 관한 관심이 늘어났기 때문.

당시 포경수술은 중산층의 상징과도 같았다. 비뇨기과 의사들은 “포경수술을 받지 않아 학교에서 ‘열등감’을 느낀다는 학생들이 실제로 많았다”고 말했다. 의학계에서는 포경수술의 급속한 보급이 ‘대중적 유행’에 편승해 이뤄진 측면이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포경수술의 긍정적인 면은 여전히 강조된다. 백번을 양보해도 “포경수술은 염증방지 등 위생적으로 이점이 있고, 수술도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에 해두는 게 좋다”(홍태의 비뇨기과원장)는 것이다.

한국은 포경수술의 천국이면서 포경수술에 대한 의학적-문화적 연구는 거의 없다. 포경수술의 찬성론자나 반대론자나 외국의 연구물만 인용할 뿐 ‘한국적 포경수술’에 대한 직접적인 탐구는 하지 않고 있다.

대한비뇨기학회는 포경수술을 둘러싼 여러 이견들에 관해 학회 차원의 연구를 할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 다. 단, “포경수술을 했을 경우 피부이식수술 때 써먹을 수 있는 인체에서의 가장 탄력있는 피부 부위를 잃게 된다”고 이학회 황태곤이사(강남성모병원 비뇨기과장)는 말했다.

요즘 많은 부모가 포경수술을 언제 해줘야 할지, 또는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고민하고 있다. 이럴 땐 차라리 기다리는 것이 어떨까. “아들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신체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주자는 것이다.”(이윤수·비뇨기과 전문의)



주간동아 217호 (p7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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