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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총선 그 후

힘 빠진 화교 “앞날이 두렵다”

제 1야당 華人계서 이슬람계로 ‘정권교체’… 국가 회교화 압박 거셀 듯

힘 빠진 화교 “앞날이 두렵다”



선거는 끝났다. 선거전 예상과는 달리 여당연합인 국민연합(Barisan National)이 국회와 주의회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었다. TV와 신문은 일제히 국민연합의 압승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선거 기간 끈질긴 불안의 그림자에 시달리던 중국계 말레이시아인(華人) 사회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흘러 나왔다.

이들은 선거기간 내내 누가 이기던간에 자칫하면 인도네시아 폭동사태가 말레이시아에서도 재연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마음을 졸여왔던 것이다. 굳어져 있던 표정이 일순 누그러졌다. 여당연합의 압승으로 이제 폭동의 가능성은 사라졌다. 그러나 다음 순간, 이들은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소식에 접했다.

말레이계 회교급진주의당인 파스(PAS)가 트렁카누와 클란탄 2개 주를 휩쓴 것이다. 게다가 비록 이번 선거에서 파스와 제휴를 하기는 했지만, 화인사회의 입장에서 회교급진주의를 견제해 줄 수 있는 화인계 야당 민주행동당(Democratic Action Party)은 참패를 했다. 민주행동당의 총재인 림깃샹(林吉祥)과 총재서리인 카팔싱이 야당의 표밭인 피낭(Pinang)지역에서 낙선하는 이변도 일어났다. 이제 말레이시아 최대 야당의 위치는 이슬람계 야당인 파스(PAS)로 넘어갔다. 이 소식을 접한 화인들의 심경은 착잡하다.

11월27일, 선거 이틀 전의 콸라룸푸르. 화인사회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들은 간단한 먹을 것과 음료수 등 생필품을 미리 구입했다. “월요일에는 조심해야 한다”는 말들이 떠돌았다. 한 화인친구는 필자에게 “먹을 것을 미리 사두고, 월요일에는 절대 문 밖에 나가지 말라”고 귀띔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했던 인종폭동이 말레이시아에서 재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한 택시운전사는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가 아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고 하면서도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도 싸우러 가겠다”고 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경계심은 식자층이 더욱 강했다. 선거에서 어느 쪽이 이기든 근소한 차이가 나면 다시 시위사태가 일어나고, 선거에 대한 말레이인들의 불만이 화인에 대한 분노로 점화될 것에 대비한 행동이었다.

이제 여당연합의 압승으로 인종폭동에 대한 불안은 가셨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화인들의 마음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늘 말레이계 집권여당인 암노(UMNO)를 지지해왔던 말레이인들이 암노, 전부총리 안와르계 야당인 국민공정당(KEADILAN), 회교계 야당인 파스(PAS)로 표가 나뉜 반면 화인계 여당인 MCA와 야당 DAP로 나뉘어 있던 화인들이 여당연합에 몰표를 던져준 것. 이번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었던 화인들은 무엇보다도 현상유지를 원했다. 또한 기존의 DAP지지자들은 야당지역의 무너진 도로를 방치하고 상습적인 침수피해가 일어나는 현실에 DAP 지지를 포기해 버렸다.

이들은 “DAP가 할 수 있는 게 도대체 뭔가”고 반문했다. ‘DAP가 회교당과 손잡고 민족을 팔아먹는 다!’는 여당의 흑색선전도 화인들의 인종갈등정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번 총선 결과 화인사회는 인종폭동 공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민주행동당의 참패, 클란탄과 트렁가누 등 2개 주를 휩쓴 이슬람계 야당 파스의 존재는 말레이시아 소수민족으로서의 화인들에게 새로운 근심거리를 안겨줄 것 같다. 마하티르 총리는 정부가 결코 회교 급진주의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파스의 2개주 점령은 집권여당인 암노에 국가 회교화라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스럼반 출신의 회사원 아창은 “나의 톱건(림깃샹을 의미)이 격추되었다”고 침울하게 말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침묵해버렸다.



주간동아 213호 (p6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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