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3

1999.12.16

‘150년 마카오’ 중국 품으로

12월 20일 반환…50년간 현 체제 유지, 홍콩처럼 자치 보장받아

  • 입력2007-05-02 11: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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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년 마카오’ 중국 품으로
    마카오가 오는 20일 0시 중국에 반환된다. 바스코 비에이라 마카오총독이 19일 밤 11시반에 시작되는 반환식에서 마카오 특별행정구 초대 행정장관 당선자 에드먼드 호에게 주권을 넘기는 순간 마카오는 150년만에 포르투갈령에서 ‘마카오 차이나’로 새로 태어난다.

    이번 마카오 반환은 중국으로서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외세의 강점으로 얼룩졌던 19세기의 치욕적인 식민지 역사에 마침표를 찍게 되는 것.

    포르투갈인들이 마카오에 상륙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46년 전인 1553년이었다. 당시 이 지역을 항해중이던 포르투갈 상인들이 풍랑을 피해 상륙을 허락받았던 것이 포르투갈령 마카오사(史)의 시작이었다.

    포르투갈 상인들은 그후 명나라 조정에 매년 은(銀) 500냥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마카오에 정착했다. 그러나 19세기 서구열강들의 중국 분할이 본격화되자 마카오는 식민지로 신분이 바뀌었다. 아편전쟁 직후인 1849년, 제79대 마카오총독 호세 페레이라 아마랄이 청(淸)나라로 바뀐 중국 조정에 조차료 지불을 중단하고 마카오를 식민지 자유항으로 선포했던 것이다.

    마카오 반환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중국이 이를 징검다리로 대만통일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점이다. 중국은 그동안 1국2체제 방식의 통일원칙을 천명해왔다. 97년 반환된 홍콩과 마찬가지로 마카오도 앞으로 50년간 현 체제를 유지하며, 고도의 자치를 보장받는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이번 마카오 반환이 궁극적으로 대만도 이같은 방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국내외에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마카오 반환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주강(珠江)삼각지를 사이에 두고 동서로 갈라진 광둥(廣東)성을 서방세계와 연결하는 물류 수송의 동쪽 거점이 홍콩이라면, 서쪽 거점이 마카오다. 특히 광둥성 동부보다 늦게 개발된 광둥성 서부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전자업체 밀집지역이다.

    따라서 마카오 반환으로 중국 대륙과 마카오가 경제적으로 보다 밀접해지면서 중국의 대표적 공업지구인 광둥성의 경제적 활력과 마카오의 저렴한 물류-인적비용이 결합,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마카오는 홍콩에 비해 부동산가격과 임금수준이 20~30% 낮아 매력을 더하고 있다. 지난 96년 이후 마카오 당국은 공항 주변에 대규모 공업단지를 조성, 외국 기업들을 적극 유치해왔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의미들을 국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이번 반환행사에 대규모 국가대표단을 파견하는 한편, 반환행사도 성대하게 치를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장쩌민(江澤民) 주석을 단장으로 주룽지(朱鎔基) 총리와 첸치천(錢其琛) 외교담당 부총리, 츠하오톈(遲浩田) 국방장관 등 중국의 당-정-군 실력자 85명이 참석한다. 또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화교 및 화인(華人·중국국적이 아닌 해외의 중국계 후손들) 대표들도 초청해 21세기 중화권의 긴밀한 결속을 다짐하는 자리로 만들 생각이다.

    마카오는 인구 44만여명에, 면적도 서울 마포구 정도의 크기인 22.4㎢에 불과한 소도시다.‘동양의 몬테카를로’라는 별칭에 걸맞게 연간 700만명에 이르는 관광객들이 주요 수입원이다. 이들이 카지노와 호텔, 유흥업소에서 흘리고 가는 미화 30억달러는 마카오 국내총생산(GDP)의 50%를 점하고 있다.

    마카오는 외화 반입 반출에 제한이 없고 외화예금에 이자소득세도 물리지 않는다. 또 자동차 술 담배 등 극히 일부분의 상품을 제외하고는 관세도 없다. 이 때문에 은행 보험 등 금융업이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과 해외를 잇는 상품 선적, 물류기지로서도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마카오는 90년대 들어 심각한 경제불황에 시달려왔다. 치안 불안 등을 이유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트라이아드(三合會)의 본거지로 알려진 마카오에서는 범죄조직들 사이의 유혈극이 끊이지 않는다. 96년 한해 동안 적어도 20명이 사망했으며, 그 중에는 조직내의 2, 3위 두목급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마카오를 찾는 관광객 수는 96년 800만명 선에서 97년 70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98년에도 전년대비 불과 2% 늘어났을 뿐이다. 마카오 호텔들의 입주율도 연평균 5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마카오의 경제 회복은 앞으로 중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중국 정부는 우선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마카오를 찾도록 하기 위해 치안확보에 주력할 계획. 중국은 지난 11월 하순 마카오 범죄조직 두목 3명을 전격 처형, 반환후 범죄조직을 엄하게 단속하겠다는 경고를 내보냈다. 에드먼드 호 초대행정장관 당선자도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치안확보가 최우선” 이라고 강조해 범죄조직의 발호에 쐐기를 박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마카오 신정부는 또 그동안 독점돼온 카지노 사업에 경쟁자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마카오의 카지노 사업은 61년부터 지금까지 도박왕 스탠리 호가 회장으로 있는 마카오관광오락공사가 독점해왔다. 이 회사는 2001년까지 독점권을 유지하기로 마카오 정부와 계약을 마친 상태다. 경쟁체제를 도입, 서비스를 개선함으로써 관광객의 발길을 유인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같은 ‘신(新)마카오 부흥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우선 마카오 정부 세금의 50%를 납부하고 있는 마카오관광오락공사의 스탠리 호 회장이 최근 “독점권을 허물면 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에드먼드 호 초대 행정장관 당선자가 “카지노 사업은 경쟁사업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밝힌 그 다음날이었다.

    스탠리 호 회장은 “독점은 언젠가는 무너져야겠지만 그 시기는 나의 독점계약 만료일인 2001년보다 최소한 3~5년 뒤여야 할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치안이 불안해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범죄조직들의 기세도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마카오가 ‘표(女票) 도(賭) 식(食) 음(飮)’의 도시로 남아 있는 한 범죄조직들이 설칠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마카오가 주권반환 후 새로운 모습으로 국제사회에 등장할지 아니면 중국의 일개 지방 항구도시로 쇠락해 갈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초대 행정장관 ‘파워 1호’

    부동산·갑부·도박계 거물도 영향력 커


    앞으로 마카오를 움직일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첫 손가락에 꼽는 인물은 에드먼드 호 마카오 초대 행정장관 당선자다. 그는 마카오 최대 은행재벌인 타이펑(太豊)그룹 회장으로 항일 유격활동을 벌인 ‘마카오의 영웅’ 허셴(何賢)의 아들이기도 하다. 84년 자금위기에 빠졌던 타이펑 은행을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자금지원으로 회생시켜줄 정도로 중국 지도부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그러나 초대 행정장관으로 치안불안을 해소하고 마카오 경제를 회생시켜야 하는 큰 부담을 안고 있다.

    천지제(陣繼傑)는 공익사업에 적극적인 마카오의 부동산왕. 태국(泰國)제일집단유한공사, 지제(繼傑)국제유한공사, 태국 파타야대주덤, 제청(傑成)국제운수공사 등 다국적회사들도 갖고 있다. 92년 포르투갈 왕실에서 기사작위를 받았다.

    이밖에도 재계에서는 은행재벌인 마카오후이예(匯業)집단 총수인 취중제(區宗傑)와 프레지던트호텔 이사장인 우푸(吳福)등이 이름나 있으며 정계에서는 중화(中華)총상회 회장으로 중국전국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인 마완치(馬萬其)와 마카오 입법회의 주석인 린치타오(林綺濤) 등이 꼽힌다.

    마카오는 도박의 도시다. 그런 만큼 도박계에는 거물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도신(賭神) 예한(葉漢)과 도왕, 스탠리 호(사진·중국명 허훙선·何鴻 火木)는 오랜 동안 마카오 도박의 간판스타로 군림해온 인물들이다.

    예한은 천부적인 도박 재능과 뛰어난 두뇌로 62년부터 마카오관광오락공사의 기초가 되는 푸징(葡京)카지노를 경영하기 시작했다.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했다는 사람은 많지만 떼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런 예외적인 사람의 하나가 바로 예한이다. 그는 귀신같은 도박솜씨를 자랑한다. 83년 마카오관광오락공사를 퇴직한 뒤 현재 경마장과 도박선(賭船)을 경영하면서 세계 도박장을 돌며 솜씨를 겨루고 있다.

    도왕 스탠리 호는 마카오 도박업을 독점한 마카오관광오락공사 회장. 중국과 영국, 이란과 유태계의 피가 섞여 있으나 자신은 마카오인임을 강조한다. 예한과 달리 자신은 절대 도박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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