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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한국의 로비스트

잘 키운 로비스트 하나 열 장관 안부럽다

통상협상 땐 국가운명 좌우…국가 로비스트 키워야

잘 키운 로비스트 하나 열 장관 안부럽다



이익집단만이 로비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로비 능력 여하에 따라 한 국가의 명운이 좌우되기도 한다. 바로 국가간 통상협상에서다. 그만큼 로비는 국가 대 국가의 협상에서 한 국가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1980년대초 미 의회는 대일 무역적자가 심해지자 매년 1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파는 제조업자들은 미국산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국내부품 사용법안을 상정했다. 자동차 산업을 내세워 미국 시장을 ‘폭격’하고 있던 일본으로서는 기가 막힐 법한 일. 게다가 당시 미국 내에 팽배해 있던 반일감정까지 겹쳐 객관적 여건은 일본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일본은 여기서 로비스트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하기 시작했다. 국산부품 사용 의무화로 피해를 보게 되는 집단, 예를 들면 자동차판매업자 단체 등을 상대로 로비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일본이 미국의 보호주의 조치에 맞서 농업 분야에 보복하게 될 경우 피해를 보게 될 농민단체들을 향한 로비 활동도 시작됐다.

농민단체를 비롯한 각종 이익단체들이 스스로 나서서 이 법안에 반대했고 결국 법안은 부결됐다. 고위급 정치인을 만나 식사하고 사진찍는 것을 의원 로비 활동의 전부로 아는 국내 정치 현실을 놓고 보면 시사점이 많은 대목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통상정책의 주요 권한이 의회에 집중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소관 상임위 의원들, 나아가 이들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의 생산자단체들까지도 로비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한 통상 전문가는 “진정한 로비는 의회나 행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의원들의 표를 거머쥐고 있는 유권자들이나 생산자 단체를 상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체결될 당시 멕시코가 미국 사회와 국민을 상대로 펼친 로비 활동도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1990년대초 미국과의 경제통합만이 멕시코가 세계시장에서 고립되지 않기 위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멕시코 정부는 미국의 전직 의원이나 국무부 재무부 등의 통상 관련 부서에 근무한 바 있는 전직 관료들을 대거 로비스트로 채용했다. 이들은 멕시코의 법률 회사나 PR회사 등에 소속돼 환경오염, 마약, 인권탄압 등의 이미지로 굳어진 멕시코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총력 로비 활동을 벌였고 이는 NAFTA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우루과이라운드(UR) 당시도 그랬고 시애틀에서 열린 이번 뉴라운드 협상에서도 ‘통상 전문 인력이 없다’고 개탄해 왔다. 통상 전문 인력 중에는 통상법을 전공한 학자나 변호사도 필요하다. 그러나 협상 상대국의 행정부와 의회는 물론 생산자 단체까지 파고들어가 우리나라의 입장을 설득할 수 있는 유능한 로비스트도 필요하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IMF사태 직후 뉴욕에서 외채 만기 연장 협상을 할 때 정부의 자문 역할을 해준 마크 워커 변호사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이자조건 등에서 엄청난 손실을 보았을 것”이라고 회고한 적이 있다. 당시 워커는 협상이 아직 시작되기도 전에 각 채권은행을 돌면서 그들의 주장을 모두 듣고 이를 토대로 한국의 협상안을 마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워커 변호사는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한 일종의 최고급 로비스트였던 셈이다.

통상 협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지피지기’ 수법을 구사하기 위한 협상 전략은 협상장에 앉는 대표단의 몫만은 아니다. 상대국의 산업 동향과 생산자나 수입업자들의 이해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통상 로비스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WTO 시애틀 각료회의는 21세기 무역질서를 재편하는 통상 협상의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최소한 3년 이상 이들과 밀고 당기는 싸움을 벌여야 한다.



주간동아 213호 (p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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