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르포|백령도의 늦 가을

“제한 송전 이젠 안녕”

백령도 발전소 연말께 한전서 인수… 새 천년부터 24시간 발전

  • 백령도=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제한 송전 이젠 안녕”



백령도 주민들은 지난 여름의 악몽 같은 기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서해 교전의 여파로 어민들은 생계에 곤란을 겪고 주민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던 지난 6월, 섬에 전력을 공급하던 발전기 2대가 잇따라 멈춰 버린 것이었다. 덩달아 3000개 가까운, 백령도 내 모든 계량기가 멎어 버렸고 섬은 한 순간에 암흑천지로 변했다.

평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조그만 섬일수록 ‘보이지 않는 힘’의 위력은 대단했다. 기껏 수확해 놓은 보리가 건조기 안에서 가장 먼저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가정용 냉장고 안의 김치는 하루만에 쉰내를 풀풀 풍기기 시작했고 슈퍼마켓이건 구멍가게건 아이스크림은 모두 한 시간도 안돼 줄줄 흘러내렸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고통을 겪은 곳은 바닷가 횟집들. 우럭과 놀래미 등 자연산 횟감들이 흘러 넘치는 백령도에서 수족관의 생선들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낚시바늘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전기 공급이 중단되자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물고기들은 눈을 뒤집고 냄새를 풍기며 수면 위로 허연 배를 내놓고 말았다.

유인도 104곳 아직도 제한 송전

2800kW나 되는 전력 수요를 1500 kW짜리 발전기 한 대로 버텨나가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했다. 할 수 없이 이 때부터 백령도에는 전시에서나 있을 법한 제한송전이 실시됐다. 섬 전체를 2개 지역으로 나눠 하루 8시간씩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하루는 낮에, 하루는 밤에 전기를 공급받는 것은 곧 하루의 반을 빼앗긴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반쪽짜리 밤과 낮이 계속되자 옹진군의 요청으로 한국전력이 영구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분당 복합 화력 발전소에 있던 비상 발전기 2대를 지원해 전력 사정을 응급 복구했고 건설된 지 17년된 백령도 발전소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전 인천지사 관계자는 “이미 자산 실사를 모두 마친 데다 주민들도 한전 인수로 전력 사정이 호전될 것으로 믿고 있어 늦어도 연말까지는 최종 인수 계약이 성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규모 57억원 수준의 백령발전소를 한전이 운영하게 되면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수익성이다.

현재 백령발전소를 운영하는 데 드는 경비는 24억원이지만 전기요금으로 거둬들이는 돈은 12억원에 불과해 매년 12억원씩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중에서 한전이 9억원을 분담하고 있다. 한전 직영 이후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서는 운영 경비를 줄이거나 전기요금을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한전은 백령도 뿐만 아니라 올해 연말까지 추자도 거문도 위도 흑산도 등, 그동안 자체 운영하던 6개 도서의 발전 시설을 인수해 직접 운영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호화스런 네온사인이 밤마다 춤을 추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야 믿기지 않겠지만 무인도를 제외한 500여개의 섬 중에서 한전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아직도 자체 발전 방식으로 전기를 해결하고 있는 섬은 160개나 된다.

이 중 104개 도서는 아직도 24시간 발전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필요할 때만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끌어다 쓰는 것이다. 게다가 발전기를 돌릴 줄 아는 전담 운영요원도 없어 마을 이장들이 돌아가면서 전력 설비를 지키고 앉아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들이 도시의 모든 에어컨이 최고조로 전기를 뿜어대는 한여름 한때를 제외하고는 전기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 남해와 서해의 외딴 섬에서는 언제라도 ‘제한송전’이 실시될 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백령도의 실험은 그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주간동아 210호 (p52~52)

백령도=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316

제 1316호

2021.11.26

“삼성전자 승부수는 차량용 반도체기업 인수합병”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