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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세기말과 성 산업

‘10대 매춘’ 누가 누굴 욕하나

원조교제 초등생까지 가세 충격… ‘영계’ 찾는 어른들의 이중성의 문제

  •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10대 매춘’ 누가 누굴 욕하나



성의 범람현상은 성인들의 세계에 그치지 않는다. 흔히 ‘원조교제’라 불리는 성인 남성과 10대 소녀 사이에 이뤄지는 매매춘 관계는 이제 사회의 중심 이슈로 떠올랐다.

어디서 얼마만큼의 10대 매매춘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지난해 9월부터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을 시작한 검찰이 집계한 통계에서 사태의 일단을 추정해볼 수 있는 정도다. 검찰은 지난 1년간 전국 3400여 유흥업소를 단속, 접대부나 윤락녀로 일해온 10대 소녀 5048명을 적발해 부모에게 넘겼다. 이중 3500여명이 단란주점 등에서 술시중을 들었고, 800여명은 윤락을 해왔다. 이 800명 중에는 341명이 중학생인 16세 이하였고, 초등학교 6학년인 12세도 3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10대 소녀들은 왜 매춘에 나서나. 흔히 10대 매매춘 문제가 나오면 그들이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매춘에 나선 것이라는 쪽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사람들은 “그렇게 단순치 않다”며 고개를 젓는다.

‘윤락에 빠졌거나 빠질 위험이 있는’ 가출소녀들이 정신적-경제적 자립을 위해 모여 사는 선도보호시설 은성원. 이곳에서 미용을 배우며 재활의 길을 걷는 10대 몇명을 만났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이들은 표정도 어둡지 않다. 그러나 상담역인 최정은총무에게 들은 깊은 사연들은 ‘어른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경험들. 공통점은 모두 결손가정 출신이고, 윤락을 하게 된 데 가출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15세 은희(가명, 1985년생)는 아버지의 재혼으로 들어온 새엄마와 갈등을 겪다 가출, 지방 티켓다방과 단란주점 등을 전전하다 자진해서 은성원으로 온 경우. 미용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5개월째 미용기술을 배우고 있다. “티켓을 끊은 아저씨들을 상대하며 왜 여자만 순결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고, 개방적인 성의식을 갖게 됐다”는 게 그녀의 말.

이보다 더 심한 경우는 지금은 시립정신병원으로 간 미경(1978년생)양의 사례. 중1 때 부모가 이혼하고 이모부와 삼촌에게 성폭행당했으며 가출해 단란주점에 취직, 한달 13만~20만원을 받으며 하루 4명씩 손님을 받았다. 너무 고달파 호프집으로 옮겼지만 같은 수준의 보수에 하루 3명 정도의 손님을 받았다. 결국 그녀는 임신 6개월이 넘은 상태로 은성원에 와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 그녀는, 어느 날부턴가 정신 이상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현재도 은성원 원생 20여명 중에는 “남자 없인 하루도 못자겠다”며 성중독증을 보이는 16세 소녀가 있다. 그들 사이에선 “난 많이 관계해도 임신이 안된다”는 게 자랑거리가 되기도 한다. 과거에 대해 얘기할 때면, “나도 너만한 딸이 있다”며 질퍽대던 상대방 남성을 경멸하면서도, 밤이 되면 춤추고 노래하는 화려한 분위기를 잊지 못해 뛰쳐나가려 하곤 한다.

교육에 성공해 착실하게 취직이라도 하는 경우는 기껏 30~40% 정도. 얼마간 잘 지내다가도 한번 발작이 일어나면 술마시고 때려부수고 뛰쳐나가는 경우가 다반사. 거리로 나간 이들에게 유혹은 코앞에 널려 있다. 당장 10m 앞에 24시간 PC방이 있고, 전화방에 전화만 한통 하면 하룻밤 상대를 구할 수 있다.

“전화방이 최고다. 그냥 폰섹스만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학생인데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따로 만나자고 한다. 마음씨 좋고 돈많은 사람 걸리면 옷도 사주고 돈도 한번에 20만~30만원씩 준다.” 10대들 사이에서 이런 아저씨는 ‘호식이’로 통한다고 한다.

아무리 재활을 도모하려 해도 주변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2년전 ‘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법적 근거로 처음 선도보호시설이 설치될 때 27개소에 달했던 것이 지금은 8개소만 남았다”고 전하는 은성원 최주찬회장은 “사회에 복귀하려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따뜻한 격려가 아쉽다”며 안타까워한다.

매매춘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뜻이 맞아떨어져야 성립된다. 그러나 철이 덜든 10대와 성인남성간에 이뤄지는 10대 매매춘 문제만은 남성쪽에 더 책임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도마에 오르는 것은 이른바 ‘영계’를 선호하는 남성들의 일반적 성향.

한국성폭력상담소 김지혜연구원이 조사, 11월16일 발표한 30~40대 직장남성 설문결과에 따르면 ‘향략업소에서 이왕이면 젊은 여성에게 서비스받기를 원하는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가 65.7%, ‘아니다’ 14.7%, ‘모르겠다’ 19.6%였다. 향락업소 이용경험이 있는 남성의 70% 가량이 10대 청소년을 만난 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향락업소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경험은 응답자의 60.9%가 갖고 있었다. 남성들은 왜 ‘영계’를 좋아할까. 어찌 보면 동서고금의 진리인 듯도 해보이는 이 질문에 대해 설문에 서는 ‘깨끗하고 신선해서’ 51.7%, ‘호기심 때문에’ 21.3%, ‘더 젊어질 것 같아서’ 5.6% 등의 순서로 응답이 나왔다. 그러나 심층 인터뷰를 통해서는 다른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게 김지혜연구원의 말. “심층 인터뷰에 응한 남성들은 어린 상대가 좋은 이유를 ‘맘대로 할 수 있다’는 데서 찾았다. 일종의 권력동기다. 향락업소는 남성들이 공적인 영역에서 받은 긴장감과 무력감, 스트레스를 푸는 장소로 여종업원에 대한 통제를 통해 권력을 실현하는 장이다.” 여종업원의 나이가 어릴수록 업소나 남성 손님들과의 관계에서 더 취약하게 되므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것.

“세상 물정 잘 모르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점도 있겠지요”, “나이 많은 여자들은 손님들 마음 다 읽어요. (손님이) 안고 어떻게 하려 하면 교묘하게 피하고 술안주만 자꾸 시키려 하고, 신고식 하라고 하면 안하거나 너무 노골적으로 하니 신선미가 떨어지죠.”(심층 인터뷰 내용 중)이런 현상에 대해 남성으로서 특이하게 남성학을 연구한 연세대 사회학과 김찬호강사는 “남성문화의 핵심에 자리한 관료주의 문화가 한국남성의 성을 권력 실현의 수단으로 만들었다”고 해석한다. “비공식적 인간관계에서조차 늘 서열을 의식해야 하는 한국의 남성문화 속에서 권력 획득과 위세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일수록 그 반작용으로 성에 대한 집착을 갖는다. 성은 권력을 실현하는 회로이자 좌절이나 권력의 억압으로 인해 생기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출구가 된다”는 것.

김지혜연구원은 “설문결과에서 우리 사회 어디에나 깔린 이중성을 보게 된다”고 말한다. ‘청소년은 보호돼야 한다’는 의식이 강한 반면 젊은 여성을 선호하고, 매매춘에 대해 부정하면서도 필요성을 인정하는 등, 윤리적 차원에서의 의식과 실제 경험이나 현실에서 차이를 드러낸다는 것.

가령 설문에서 남성들의 85.7%가 10대 청소년의 매매춘에 대해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대답하고 ‘인륜을 거스르는 패륜’ ‘도덕 불감증’ 등의 표현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어디 있어요?” “왜 나만 모르지?”하며 호기심을 나타냈다. 실제 향락업소에서 10대를 본다면 16.8%만이 ‘업주에게 바꿔줄 것을 요구하겠다’고 응답했고, ‘개의치 않고 대한다’가 30.8%에 달했다. 반면 딸이나 여동생이 향락업소에서 일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90.9%가 ‘절대 못하도록 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또 10대 매매춘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상대 남성(20.6%)보다 부모나 교사(22.7%), 업주나 보도방(22.4%)에 돌렸고, 여성 본인의 책임이란 답변도 18.2%를 차지했다.

얼마 전 국민회의는 10대 매매춘 상대자의 신상공개원칙 등을 비롯해 미성년자 매매춘 단속을 강화하기 위한 ‘아동 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성안했다. 그러나 범람하는 미성년자 매춘의 흐름을 단속이나 규제만으로 막을 수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국민회의 이승희정책위원회전문위원은 “10대 매매춘은 사회의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이므로 법이나 제도의 강화 못지 않게 의식과 생활의 개혁, 교육제도 개선 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성 산업의 수요층이자 상대적으로 어른인 남성들의 성 문화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게 은성원 최주찬원장의 지적. 그는 “우선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의 술자리 문화가 달라져야 하고 남성들의 이중적 성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밖에서는 술과 여자를 즐기다가 집에 와서 아내와 딸들에게는 정숙함을 강조하는 식의 이중성은 사회를 불건강하게 이끌 뿐이란 얘기다.



주간동아 210호 (p46~47)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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