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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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뜨는 신경제론

  • 김철환 / 와이즈디베이스 이사

    입력2007-03-09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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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은 비교적 신생학문이지만 새로운 이론에 대해서만큼은 엄격한 태도를 보인다. 노벨 경제학상만 하더라도 30여년이 지난 업적에 한해 시상하는 것을 불문율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등장한 `‘신경제(New Economy)론’만큼은 매우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미국 경제는 91년 3월 경기저점을 통과한 이후 지금까지 저인플레이션-고성장의 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경제가 이미 과열상태에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 등 적절한 방법으로 경기를 진정시켜야 한다는 것이 전통적 거시경제 이론에 입각한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신경제론은 미국의 장기 호황이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한 생산성 증가에 기인하기 때문에 과거 이론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관점에 선 사람들은 앞으로는 경기 변동이 사라지고 인플레이션 없는 고속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美 GDP증가율 추계 때 정보기술 영향력 반영키로

    신경제론이 허상인지 아닌지에 대해 의견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요인 중 하나는 정보기술의 영향력을 구체적으로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에서 기술발전이 가지는 중요성을 인식한 것은 경제학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술의 실체는 엄밀하게 객관화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10월28일 미 상무부는 정보기술의 영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목적으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및 생산성 증가율을 추계할 때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방식에 따르면 과거에는 단순한 지출로 간주되었던 소프트웨어 구매를 자본투자에 포함시키게 된다. 그밖에 정부고용인에 대한 연금도 정부저축이 아닌 개인저축으로 계산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최근 마이너스 성장으로 나타났던 민간 저축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새로운 계산 방식은 지금까지의 미국 경제 성장 궤적을 상당히 변화시킬 것이다. 당초 집계에 따르면 97년과 98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3.9%였지만 새로운 방식에 따르면 각각 4.5%와 4.3%로 높아진다. 더욱 중요한 점은 생산성 증가율이 과거 추산방식에 비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즉 96∼98년간 기존 방식으로 계산된 비농업 생산성증가율은 1.9%에 불과했지만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면 2.6%로 대폭 높아지게 된다.

    생산성 증가율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는 것은 잠재적 성장률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나아가 현재 미국의 호황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으며 섣부른 경기억제 정책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미 상무성의 새로운 통계방식은 신경제론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추계방식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고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신경제론의 영향은 알게 모르게 전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오랜 불황을 거치면서도 자신들의 경영방식이나 사회체제를 고수하면서 언젠가는 자신들이 보유한 제조업 기술의 우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될 것이라는 믿음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구적 방식에 입각한 기업들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나서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던 정보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때맞춰 우리나라에서도 잠재성장률을 기준으로 경기과열 및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난 2년여간 우리 경제환경도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급변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플레이션 등의 가능성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지만 세상의 변화에 대해서는 좀더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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