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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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소비여력 신장 지름길 저소득층 생계 보장!

개소세 인하 효과로 고소득층 내구재 소비 큰 폭 증가…소비 양극화 뚜렷

  •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 jboh19@hri.co.kr

    입력2016-07-04 17: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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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경기흐름 형태가 기묘하다. 경기가 급격히 하락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 내 모든 부문이 동시에 악화하면서 침체 강도가 천천히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를 외수(해외 수요)와 내수(국내 수요)로 구분해 생각해보면, 외수에서는 선진국들이 추진하는 각종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성장세도 둔화하면서 해외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주요 요인이다. 반면 내수에서는 국내 가계의 민간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동시에 부진을 면치 못해 국내 수요가 개선될 여력이 부족해짐에 따라 국내 경기회복에 악영향을 미치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2011년 이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3%에 머무르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1년 경제성장률이 3.7%를 기록한 이후 2%대를 보이다 2014년 3.3%로 잠시 반등하기도 했으나, 2015년 다시 2%대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경기 개선을 위해서는 외수가 나아지길 기다리기보다 내수를 증진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어떻게’다.



    꽁꽁 닫힌 지갑, 돈이 안 돈다

    가계소비를 들여다보기 전 먼저 ‘경기순환’에 대해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경기는 일정한 주기(cycle)를 갖고 있다. 통상 경기저점을 기준으로 다음에 발생하는 경기저점까지 순환을 경기순환주기라 부르고, 경기저점에서 경기정점까지를 확장국면, 경기정점에서 경기저점까지를 수축국면으로 정의한다. 확장국면의 회복기에서는 투자와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호황기에는 투자와 생산, 소비가 실제로 증가하는 반면, 수축국면의 후퇴기에는 소비가 감소해 재고가 증가하고 침체기는 불황기를 의미한다. ‘경기가 호황 혹은 불황’이라는 말에는 바로 이러한 경기순환주기 개념이 깔려 있다. 우리나라는 통계청에서 공식 경기순환주기를 발표하는데, 현재 한국 경제는 제10순환기에 속하며 2011년 8월 이후 현재까지 수축국면이다.

    기억해둘 점은 수축국면이라고 전부 같은 양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 수축국면이 어떤 특성을 가지는지 가계소비 차원에서 확인하려면 일단 과거 수축국면에서의 소득과 소비 패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득을 함께 고려하는 이유는 소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가계 요인이 바로 소득이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한국은 총 4차례 침체기(2000년 8월, 2002년 12월, 2008년 1월, 2011년 8월 이후)를 겪었다. 이 시기 가계 실질소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모두 상승하는 모습이었다. 침체기 시작을 100p로 표준화할 경우 2008년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3분기 이후 97.1p 수준으로 가계 실질소득이 하락했지만, 나머지 침체기에서는 소득이 비슷한 증가율 추세를 보였다. 가계 실질소비도 소득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증가해왔다. 소득이 증가하는 만큼 소비를 늘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현 침체기에서는 소득 증가에 비해 유독 가계 실질소비의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작고 횡보하는 특징을 보이는 것이다. 달리 말해 가계소득이 증가하는 만큼 소비가 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가계소비 부진이 경기회복에 적잖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가계소비 중에서도 어떤 소득계층에서 혹은 어떤 재화에 대해 소비가 늘어나지 못하는지를 좀 더 꼼꼼히 분석해보자. 가계를 소득 수준에 따라 고소득층, 중산층, 저소득층으로 나누고 소비되는 재화를 성격에 따라 내구재, 비내구재와 서비스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먼저 내구재를 살펴보면 2000년 이후 수축국면에서 가계 내구재 소비는 현 침체기를 제외하고는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상 침체기에서 가계 내구재 소비의 감소는 경제이론에 부합하는 결과다. 그러나 이번 침체기에서는 유독 내구재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는 기묘한 결과가 데이터로 확인된다(그래프1 참조).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결과로 풀이된다. 가계소득 수준별로 보면 모든 계층에서 내구재 소비가 증가하고 있지만, 특히 고소득층의 소비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무척 크다는 점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상품권, 월세 쿠폰, 의료서비스 고려해야

    비내구재와 서비스 소비는 계층별로 비슷한 추이를 보여왔다. 2000년과 2003년 침체기에는 증가, 2008년과 2011년(현 침체기)에는 감소하는 양상이다. 다만 눈에 띄는 부분은 현 침체기에서 가계소득이 증가함에도 비내구재와 서비스 지출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내구재 소비가 크게 증가하면서 비내구재와 서비스 소비가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이를 소득계층별로 나눠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현 침체기 가계의 비내구재와 서비스 소비에서 고소득층과 중산층은 소폭 감소하거나 소비 수준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저소득층의 소비는 큰 폭으로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그래프2 참조). 현 침체기의 시작을 100p로 표준화했을 때 2015년 4분기 저소득층의 비내구재 소비는 88.0p, 서비스 소비는 86.7p에 불과하다. 최근 수년간 저소득층의 소비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종합해보면 결론을 간단하다. 고소득층의 소비는 내구재를 중심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비내구재와 서비스 소비는 크게 악화됐다. 거꾸로 말하면 소비 증진을 통해 경기부양을 하려면 내구재뿐 아니라 비내구재와 서비스 소비를 촉진할 필요가 있고, 특히 저소득층이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이 가장 시급하다는 뜻이다.

    소비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소득층의 경우 비내구재와 서비스 소비도 확대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고안해야겠지만, 소비여력이 충분치 못한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단순한 소비 촉진책뿐 아니라 소득 여건 자체를 개선할 수 있는 지원 대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근로여력이 없는 취약계층의 경우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도록 재래시장 상품권 지급, 월세 쿠폰 지급, 의료서비스 지원 같은 ‘공적 이전’ 확대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의 붕괴를 막아야 한국 경제 전체에도 길이 보인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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