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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큐 환상 궁합, 유럽산 뺨친다

남아공의 보배, 피노타지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바비큐 환상 궁합, 유럽산 뺨친다

바비큐 환상 궁합, 유럽산 뺨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페어뷰 와이너리 포도밭 전경.

와인 산지는 크게 구대륙과 신대륙으로 나뉜다. 구대륙은 2500년 전부터 와인을 생산해온 유럽을, 신대륙은 대항해시대 유럽에서 와인용 포도를 가져다 심은 아프리카, 아메리카, 호주, 뉴질랜드 등을 일컫는다. 식민지 개척이 한창이던 때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희망봉은 유럽에서 신대륙으로 향하던 배들이 반드시 들르던 곳이다. 배들은 이곳에서 식료품과 와인을 싣고 다시 먼 길을 재촉했다. 1600년대 초 네덜란드는 동인도회사로 하여금 희망봉 부근에 포도밭을 조성하고 와이너리를 만들게 해 항해하는 배에 와인을 공급했다. 이것이 남아공 와인 역사의 시작이다.

남아공 와인 산지는 희망봉을 중심으로 바다 가까이 자리한다. 이 지역이 가장 서늘하기 때문이다. 유럽종 포도는 대체로 희망봉 근처에서 잘 자라지만, 피노 누아르(Pinot Noir)만은 예외다. 피노 누아르는 기후와 토양 등 모든 조건이 맞아야만 제대로 자라는 까다로운 품종인데, 희망봉 부근도 피노 누아르를 기르기엔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덥고 건조했다. 그래서 1925년 아브라함 이작 페롤드 스텔렌보스(Stellenbosch)대 교수는 피노 누아르를 덥고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생소(Cinsault) 품종과 접붙였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피노타지(Pinotage) 품종이다.

피노 누아르 와인은 연한 루비빛에 섬세하고 가벼운 와인이다. 생소로 만든 와인도 과일향이 좋고 부드럽다. 페롤드 교수는 피노타지가 부모를 닮아 여성스럽고 우아한 와인이 되길 바랐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피노타지는 돌연변이처럼 진한 색상에 힘차고 남성적인 와인을 만들어냈다. 피노 누아르와 생소는 딸기나 라즈베리향이 많이 나지만, 피노타지에서는 농익은 자두와 블랙베리 같은 과일향에 감초, 고추 같은 매콤함이 느껴진다. 양조도 쉽지 않다. 잘못 만들면 시큼한 아세톤 냄새나 탄내가 난다. 피노타지가 한때 고급 와인으로 취급받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5년, 남아공 와인 생산자들은 피노타지 와인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포도나무 그루당 수확량을 제한해 맛과 향이 응축된 포도를 생산하고 양조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그 덕에 피노타지는 이제 남아공에서 두 번째로 많이 기르는 포도품종이자 남아공 특산물로 자리매김했다.


바비큐 환상 궁합, 유럽산 뺨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니더버그 와이너리에서 포도를 수확하는 사람들.[사진 제공 · 니더버그 와이너리, Wines of South Africa]
▶파를 지역 와이너리 관계자가 배럴에서 추출한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있다.[사진 제공 · Wines of South Africa]

우리나라에도 몇 해 전부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피노타지 와인이 수입되고 있다. 특히 니더버그(Nederburg)와 페어뷰(Fairview) 등 전통의 2대 와이너리가 만드는 피노타지는 주목할 만하다. 1791년 설립된 니더버그는 클래식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로 유명하다. 니더버그의 와인마스터스 리저브(Winemaster’s Reserve) 피노타지 와인은 달콤한 프룬향이 특징이며, 우아한 오크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구수한 커피향을 낸다. 가격은 2만 원 정도로 저렴한 편. 페어뷰는 케이프타운에서 동쪽으로 약 60km 떨어진 파를(Paarl) 지역에 위치하며 1693년 설립됐다. 페어뷰 피노타지는 검은 베리류향이 우아하고 탄탄한 타닌이 주는 구조감이 일품이다. 잘 익은 포도만 골라 만들기 때문에 병 숙성을 잘 견디며 숙성된 와인에서 느껴지는 복합미 또한 뛰어나다. 가격은 3만~4만 원대다.



피노타지 와인은 무게감이 적당해 다양한 고기 요리와 잘 어울린다. 다크초콜릿이 들어간 디저트와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여름휴가 때 캠핑을 계획한다면 피노타지를 한두 병 챙겨보자. 차게 식힌 피노타지는 바비큐와 환상의 궁합을 이룰 것이다.







주간동아 2016.07.06 1045호 (p73~73)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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