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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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상술에 퇴색된 노란리본의 의미

‘판매 중단’ 보도와 달리 일부는 판매 중… ‘슬픔 마케팅’ 노린 업체들은 항의에도 묵묵부답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입력2016-07-04 14: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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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 열기가 악덕 상술로 빛이 바래고 있다. 일부 업체가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노란리본’ 관련 상품을 원가보다 훨씬 비싸게 판매한 사실이 드러난 것.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에 따르면 세월호 추모 기념 배지, 팔찌, 가방걸이 등이 G마켓, 쿠팡, 옥션, 11번가, 인터파크 등 대형 오픈마켓에서 유통되며 원래 단가보다 약 10배 높은 가격에 판매됐다.

    박주민 의원실 관계자는 “상품을 제조한 업체는 H사와 Q사로, 특히 H사는 ‘수익금 일부를 세월호 참사 관련 장학재단에 기부한다’고 홍보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걸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H사는 이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무렵 오픈마켓에서 노란리본 관련 상품 판매를 즉각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가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는 시민의 마음을 악용해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들 두 업체는 3~4월 무렵 오픈마켓에 세월호 참사 추모 관련 상품 판매를 개시해 최근까지 판매했고, H사는 오픈마켓에서 노란리본 관련상품을 철수했다. 



    ‘24K도금 노란리본’으로 이미지 포장

    문제는 논란이 된 상품들이 오픈마켓에서 철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아직도 버젓이 팔리고 있다는 점. 6월 29일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노란리본’을 검색해보니 Q사의 세월호 참사 관련 상품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G마켓, 쿠팡, 옥션, 11번가, 인터파크 등 대형 오픈마켓 사이트별 판매 가격도 한눈에 비교할 수 있었다. 상품군은 1000원대 스티커부터 1만 원대 액세서리까지 다양했다. 가격대가 높은 상품은 ‘고급형’ ‘24K도금’임을 강조하며 팔리고 있었다. 리본모양 펜던트를 도금한 ‘노란리본뱃지 이어캡 골드’와 ‘노란리본뱃지 목걸이’는 각각 6000원, 1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나무 소재에 리본모양 펜던트가 달린 ‘노란리본뱃지 대추나무 고급형 팔찌’는 1만3000원이었다. 그 밖에 노란리본 열쇠고리(4500원), 이어캡 휴대전화줄(5500원) 등도 판매 중이었다. 노란리본 펜던트 규격은 세로 20~30mm, 가로 10~15mm 남짓으로 손가락 한 마디 크기에 불과했다. 상품 소개에는 ‘노란리본은 사랑하는 사람의 무사귀환을 희망하는 마음으로 많은 분이 이용하고 있다’는 문구가 있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 측은 “업체들의 상술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광화문 부근에서 만난 장동원 ‘4·16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협의회’ 진상규명분과 팀장은 손목에 찬 노란팔찌를 보이며 “팔찌 단가가 약 380원인데 온라인에서 3000~4000원에 판매된다. 업체가 희생자를 이윤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노란리본 기념품을 거리에서 무료로 배포했다. 쉽게 만든 기념품이 아니라, 아이를 잃은 엄마들이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직접 리본을 붙이고 줄을 맨 거다. 시민들의 모금액으로 리본 재료를 샀고 완성품을 다시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줬다. 그런데 그 기념품과 똑같은 물건을 인터넷에서 몇 천 원에 판매한다니 정말 화가 난다. 순수한 추모 의미가 퇴색되는 행위 아닌가.”

    장 팀장 옆에서는 희생자 가족 일원이 모여 여전히 리본을 잘라 기념품을 만들고 있었다.



    비난 여론에도 입 굳게 다문 업체들

    기존 H사가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겠다’고 홍보한 ‘416단원장학재단’ 측도 업체 상술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재단 관계자는 “H사는 우리에게 기부 관련 약속을 한 적 없고, 재단 설립 시 볼펜과 배지 일부를 기증했을 뿐이다. H사가 소비자를 상대로 우리 재단의 이미지를 파는 것 같아 상당히 불쾌했다.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소비자에게 허위 약속을 하는 업체들은 판매를 자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에도 문제의 제조업체는 입장 표명을 거부하고 있다. ‘주간동아’는 H사, Q사 측에 비판 여론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양측은 6월 29일 현재 e메일을 확인하고 답장을 하지 않거나, 전화를 받고 “바쁘다”며 끊었을 뿐 기자에게 다시 연락하지 않았다.

    이들 상품을 판매한 오픈마켓 측은 “노란리본 상품에 대한 비판 여론 때문에 상품 판매를 강제로 중단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쿠팡 관계자는 “최근 노란리본 상품 논란 때문에 Q사에게 판매 철회를 권유했다. 논란 자체로 상품 판매를 무작정 중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정은 업체 몫”이라고 말했다. G마켓 관계자는 “최근 G마켓 홈페이지 내에서 ‘노란리본’ 관련 검색어와 Q사의 회사명을 모두 금칙어로 지정해 관련 제품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나온 것처럼 오픈마켓이 세월호 참사 기념품 판매로 폭리를 취한 것은 아니며, 업체의 오픈마켓 이용료는 판매가의 6~7%이다. 상품 가격 결정은 개별 업체가 한다”고 해명했다.

    세월호 참사를 상술에 이용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참사가 일어나고 며칠 뒤 ‘세월호 침몰사고 구조현황 동영상’이라며 인터넷 주소를 담은 문자메시지가 유포된 것. 이는 해당 인터넷 주소를 클릭하면 ‘구조현황’이라는 악성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돼 사용자의 문자메시지, 통화기록 등이 유출되는 불법 해킹 문자메시지였다. 비슷한 시기 한 아웃도어업체 대리점은 ‘세월호 희생자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빌며 늦기 전에 가족, 친구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며 상품 할인 정보를 담은 문자메시지를 고객들에게 보내 물의를 빚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단체는 이 같은 업체들의 행태에 대해 ‘비도덕적’ 행위라고 규탄하며 “당장 판매를 철회하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장 팀장은 “지금도 경기 안산시 합동분향소에서는 희생된 학생들의 어머니들이 쉴 새 없이 노란리본 기념품을 만들고 있다. 도보행진과 시위 때문에 건강이 상했는데도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을까 봐 온 힘을 다해 제작하고 있다. 업체들은 이런 상황을 알고 세월호 참사를 마케팅에 이용하지 말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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