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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출신 거물 주한미군 부임 속사정

시드니 사일러 전 6자회담 특사 5월부터 서울 근무…북한 문제 위중 시그널?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백악관 출신 거물 주한미군 부임 속사정

백악관 출신 거물 주한미군 부임 속사정

2015년 7월 27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방문한 시드니 사일러 당시 미 국무부 6자회담 특사. [동아일보]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한국·일본담당 보좌관을 지낸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무부 6자회담 특사가 5월부터 주한미군사령부 정보참모부(Assistant Chief of Staff J2) 소속 총괄분석 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국을 방문할 때마다 일거수일투족에 국내외 언론의 관심이 쏟아졌을 정도로 비중이 높았던 인물이 직전 직위보다 한참 낮은 직급에 임명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최근 북한의 체제 안정성이나 핵 문제 고도화를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있는 것과 관련해, 워싱턴이 이를 극히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시그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안보당국 관계자는 “사일러 전 특사가 최근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주한미군에서 북한 정세를 분석하는 팀장 임무를 맡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당국자 역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며 “5월부터 근무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그의 돌연한 등장이 어떤 의미인지 관계자들이 설왕설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일러 전 특사는 6월 22일 북한 무수단 미사일 발사 직후 이와 관련한 주한미군의 정보 분석 결과를 공유하는 회의석상에 나와 브리핑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통상 주한미군은 정보참모부장을 제외하고는 이 부서의 주요 직책을 누가 맡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6월 30일 ‘주간동아’의 확인 요청에 주한미군사령부 공보관실은 “세부 업무내용은 밝힐 수 없으나 사일러 전 특사가 현재 주한미군에서 분석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변했다.



“현장 기류 생생히 파악하겠다는 의미”

주한미군 정보참모부는 지휘부와 한미연합사에 한반도 주변 상황과 관련한 정보를 취합, 분석해 전달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통상 JIOC-K(합동정보운용센터·K는 ‘Korea’의 약자)라 부르는 이 조직의 임무 규정에서 맨 처음 항목은 ‘적대위협 감지(Detecting Enemy Threat)’. 군사위성과 고고도정찰기 등을 활용해 북한 지역을 24시간 감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501정보여단 역시 이곳 소속이다. 사일러 전 특사가 소속된 것으로 알려진 총괄분석과(All Source Analysis Division)는 정보참모부의 수석부서로, 다양한 경로로 수집된 북한 관련 동향을 취합해 판단을 내리는 업무를 담당한다. 매년 한미 양군이 만드는 2급 비밀문서 ‘한반도 정보판단서(Peninsula Intelligence Estimate·PIE)’를 작성하는 미국 측 주무부서 역시 이곳이다.



이렇듯 엄중한 임무에도, 사일러 전 특사의 이력을 감안하면 서울행(行)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미국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이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사일러 전 특사는 2011년 5월부터 3년 여간 오바마 행정부 백악관의 NSC 보좌관으로 일했고, 2014년 9월부터 1년 동안 맡았던 국무부 6자회담 특사는 국장급에 해당한다. 반면 5월부터 담당하게 된 주한미군 직위는 이보다 두 단계쯤 낮다는 설명이다.

한 안보당국 관계자는 “이 자리는 그간 주한미군에서 장기 근무한 중령급 군무원이 주로 맡아왔으나, 부서 자체의 인력 수준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정찰자산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기계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 탁월한 평판을 얻지는 못했다는 취지다. 반면 사일러 전 특사는 미국 국가안보국(NSA) 정보수집관을 시작으로 중앙정보국(CIA) 총괄분석 조정관, 국가정보국(DNI) 북한담당 부국장 등 30여 년간 관련 부서에서 일해온 손꼽히는 북한 전문가다. 그의 임명과 함께 주한미군의 북한 동향 분석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셈이다.

‘수준이 다른’ 인물이 부임한 것을 두고 해석은 크게 둘로 갈린다. 먼저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들어 북한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는 신호라는 견해가 있다. 대통령 직속참모였던 인물을 ‘최전선’에 보낸 백악관의 속내를 읽어야 한다는 것. 익명을 요청한 미국 측 인사는 “사일러는 정보 수집과 분석 파트 모두를 경험한 드문 경우”라며 “보고서만 받아보는 워싱턴에서 놓치기 쉬운 디테일과 현장 기류를 샅샅이 파악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평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로 시작된 한반도 정세가 크게 요동친 올해 상반기 상황을 반영한 인사일 것이라는 취지다.



“논의 지형이 바뀔 것”

백악관 출신 거물 주한미군 부임 속사정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배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한미 공동실무단 첫 회의가 3월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렸다. [동아일보]

한 안보당국자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본격화하면서 북한의 체제 안정성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음이 울리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특히 워싱턴 주변에서 최근 들어 김정은 체제 붕괴나 급변 사태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과 연결해 해석해야 한다는 것. 예기치 않은 상황이 전개될 경우 가장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받아보길 원하는 백악관의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라는 견해다.

이와 달리 사일러 전 특사의 개인적 이유에 주목하는 이도 적잖다. 정보당국 출신인 그가 국무부 소속인 6자회담 특사로 일한 것은 일종의 파견근무였고, 국무부가 이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두기로 결정해 DNI로 복귀한 후에는 마땅한 직책이 없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 실제로 국무부 내에서는 그에 대한 평가가 그리 높지 않았다는 후문도 나온다. 그로서는 오히려 ‘야전’으로 돌아오는 것이 한결 쉬운 선택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오바마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역시 백악관 NSC 부보좌관으로 일하던 2010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 해군 특수전전단(SEAL) 정보분석장교 근무를 자임한 바 있다. 미국 정보관료 세계에서 중앙의 정무·관리직과 현장 직책을 오가는 게 드문 일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사일러 전 특사의 가족이 최근 한국에서 거주해왔다는 점 역시 눈길이 가는 부분이다. 한국계 아내와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이 모두 서울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 역시 미국 국방언어연구소에서 한국어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는 등 10년 이상 한국에서 생활한 바 있다. 이 같은 개인적 배경을 두루 감안하면 돌연한 서울 부임이 충분히 수긍이 간다는 평가도 나온다.

분명한 점은 그의 서울 근무가 한미 두 나라의 안보부처 내부에서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사실. 익명을 요청한 우리 측 당국자는 “정보 판단 현장에서는 갖가지 이견이 부딪히기 마련이다. 출중한 실력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 주한미군을 대표한다면 결과물에 미국 측 의사가 훨씬 강하게 관철될 개연성이 높다”고 평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배치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이 즐비한 상황에서, 관여하는 이들의 영향력과 전문성에 따라 논의 지형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주간동아 2016.07.06 1045호 (p26~27)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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