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3

2016.04.13

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국물 맛의 궁극을 보여주마!

경남 진주의 해장국

  •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6-04-11 11: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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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진주는 들여다볼수록 매력적인 곳이다. 멈춘 듯 고요하게 흐르는 남강은 진주의 기품을 그대로 보여준다. 진주의 대표 음식 중에는 비빔밥이 있다. 1929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천황식당’의 비빔밥이 화려한 비빔밥의 전형을 보여준다면, 중앙시장에 작고 허름하게 터를 잡은 ‘제일식당’은 소박하고 간단하다. 1929년 잡지 ‘별건곤’에는 진주비빔밥에 관한 기사가 나오는데 바로 육회비빔밥이었다. ‘천황식당’과 ‘제일식당’의 비빔밥도 역시 육회비빔밥이다.

    ‘제일식당’의 비빔밥에는 갖은 채소가 들어간다. 시금치, 콩나물, 호박, 고사리를 잘게 썰어 얹은 밥에 양념한 육회, 조선간장,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는다. 간장은 채소들의 풍미를 좋게 하고 단맛과 은근한 짠맛으로 식욕을 돋운다. 고추장은 육회의 비린 맛을 잡아주고 물성을 강화한다.

    진주비빔밥에 빠지지 않고 곁들여지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선지해장국이다. 외지인들은 ‘제일식당’에서 대개 비빔밥만 먹지만 진주 토박이들은 해장국을 더 즐겨 먹는다. 해장국은 새벽 4시부터 오전 11시 30분까지만 판다. 잘게 썬 시래기와 푹 삶은 고기 건더기, 밥이 사골국물에 말아져 나온다. 간단하고 먹기 편하지만 푸짐하다. 반찬은 국물이 자작자작한 깍두기 한 가지뿐이다. 국과 반찬을 모두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 있어 해장국만 먹는 손님에겐 젓가락을 주지 않는다.



    진주는 일제강점기 삼천포(현 사천시)와 운하로 연결할 것을 계획했을 정도로 바다와의 접근성이 좋다. 그 덕에 내륙도시이지만 해물요리를 잘하는 식당이 제법 있다. 중앙시장의 ‘하동복집’이 대표적인 집이다. 1955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이 집의 주 재료는 아귀와 복어다. 사천 수산물 가게와 60년 동안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생아귀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소금으로만 살짝 간을 하는 것이다. 재료 자체의 맛이 탁월하다. 내장은 부드럽고 살은 달보드레하다. 밀복을 사용한 이 집의 복국은 국물 맛의 끝을 보여준다. 복어, 콩나물, 미나리 등 최소한의 재료에 양념은 마늘과 소금만 넣는다. 일제강점기 징용을 가 요리를 배운 창업자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일본 요리를 기본으로 한국의 맛을 접목했다. 생김무침, 무채, 물메기 알젓, 멸치볶음 등 직접 만든 반찬들도 한결같이 신선하고 간이 잘 맞는다.



    ‘제일식당’ 해장국, ‘하동복집’ 복국과 더불어 진주 3대 해장국으로 꼽히는 ‘송강식당’의 내장탕도 중앙시장의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다. 재료는 역시 사천에서 공수해온다. ‘송강식당’의 내장은 다른 곳과 다르게 장어 내장을 기본으로 대구 알, 대구 이리, 아귀 내장, 명태 알, 명태 이리가 들어가고 간혹 물메기 알도 들어간다. 화려한 생선 내장의 향연이다.  



    중앙시장과 좀 떨어진 곳에 있는 ‘평양빈대떡’은 ‘거지탕’이라는 독특한 음식을 판다. 원래 거지탕은 제사 때 먹고 남은 생선 대가리와 전 등을 넣고 다시 끓인 음식이었다. 거지들에게 제사 음식을 나눠주면 거지들이 이것을 잡탕처럼 끓여 먹었다 해서 거지탕 혹은 진주 사투리로 거랭이탕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제사 후 먹는 음식이란 의미로 ‘후렴전탕’이란 단어도 사용한다. 거지탕을 진주식으로 파는 식당은 ‘평양빈대떡’이 유일하다. 생선 서너 점을 지져 밑바닥에 깔고 각종 전을 부친 후 말려서 넣는다. 짜고 맵고 양도 많지만 과하지 않다. 국을 끓이면 생선과 전의 몸에서 나온 것들이 국물에 녹아들어 더욱 깊은 맛을 낸다. 술과 함께 먹기 좋은 독특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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