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3

2016.04.13

사회

배차는 복불복? 장애인 콜택시

4시간 기다려도 감감 “예약 무슨 소용 있나” 항의에 통합시스템 부재 탓만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입력2016-04-11 10: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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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는 먼 거리를 이동할 때 유용하다. 도로가 한산하면 빨리 이동할 수 있고 이용 도중 환승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택시를 불러도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도중에 택시를 갈아타야 한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콜택시를 이용하는 1, 2급 장애인에게는 일상적인 일이다.

    서울시가 2003년 전국 최초로 장애인 콜택시를 도입해 올해 14년째다. 이 제도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콜택시 100대로 시작했고, 2014년 12월 기준 전국 2588대까지 차량을 늘렸다. 하지만 차량 대수가 늘어난 데 비해 이용자의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배차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커 장애인 사이에서는 “콜택시 승차는 복불복”이라는 말이 흔할 정도다.

    장애인 콜택시 이용은 어떻게 이뤄질까.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A씨와 콜택시를 신청해봤다. 코스는 서울 종로1가에서 출발해 노원구에 있는 광운대까지이고, 오후 7시 30분까지 도착하면 되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A씨는 오후 4시 50분에 콜택시를 신청했다. 택시가 언제 올지 모르는 데다 오후 4~5시부터 콜택시기사들이 퇴근해 배차받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A씨는 “그래도 서울의 ‘장콜’(장애인 콜택시) 센터는 전화를 하면 바로 받는다. 경기 일부 지역은 콜센터 직원 수가 적어서 10~20번 전화해도 접수조차 못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를 운영하는 서울시설공단에서 A씨 휴대전화로 대기순번을 알려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A씨가 콜택시를 신청한 곳 부근(반경 5km 이내)에 대기자가 39명 있었다. 30분 후 대기자는 9명으로 줄었다. A씨는 “대기자가 10명 안팎일 경우 배차시간을 예측하기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대기자가 아주 천천히 줄 수도 있고, 반대로 갑자기 빠르게 줄어 허둥지둥 나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콜택시는 신청한 지 1시간 10분 만인 오후 6시에 배차됐다. A씨는 “7시 반이 되기 훨씬 전에 도착하겠지만, 이 정도면 매우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A씨는 비교적 무난하게 콜택시를 이용한 셈이다. 이러한 콜택시 배차가 늘 보장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먼저 도착시간을 예상할 수 없다. 특히 오후 4~5시 이후 신청하면 3~4시간 이상 대기하기 일쑤다.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장애인 콜택시 관련 온라인 게시판에는 ‘오후에 콜택시를 신청했는데 저녁이 되도록 배차를 못 받았다’ ‘나보다 늦게 접수한 사람이 나보다 먼저 배차를 받았다’는 항의 글이 종종 올라온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택시기사들의 퇴근에 원인이 있다. 오후 4~5시는 대개 기사가 퇴근하는 시간이어서 이 시각 이후에 오는 ‘콜’은 기사들의 차고지와 장애인의 목적지가 같은 방향이거나 비슷한 위치일수록 배차율이 높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장애인 콜택시기사들이 퇴근할 땐 고객이 택시의 차고지 근처나 차고지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지, 또는 치료 목적 등 위급한 상황인지에 따라 배차가 이뤄진다. 이용객의 대기순번대로 배차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특정인보다 늦게 신청해도 일찍 배차받는 고객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콜택시가 예상보다 너무 일찍 오는 것도 문제다. 일찍 도착한 택시가 이용객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면 그 택시를 보내고 새로 신청해야 한다. 배융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은 “가장 난처할 때가 기차로 장거리 이동 중 택시가 도착지에 일찍 온 경우”라고 말했다. 배차시간을 넉넉히 잡고 신청했는데 택시가 기차역에 일찍 도착해 있고, 기차는 1시간 후에 도착한다면 이미 온 택시를 취소하고 다시 ‘콜’을 해야 한다. 다음 택시가 언제 올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배 사무총장은 “장애인 콜택시는 언제 올지 종잡을 수가 없다. 비장애인들이 이용하는 택시는 효율적인 이동수단이지만, 장애인 콜택시는 그 반대인 경우가 흔하다. 약속시간 지키기가 힘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10분 대기’ 원칙, 차 놓치기 일쑤

    이런 상황에 처한 가장 큰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이용객에 비해 차량 대수가 적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 이용자로 등록한 1, 2급 장애인은 약 3만3000명이고 이들을 위해 서울에서 마련한 콜택시는 (4월 6일 현재) 473대다. 이들 차량이 하루 4200회가량 운행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지난해 장애인 콜택시 50대를 증차했지만 매일 신규 등록 이용객이 5~25명씩 늘어나니 공급이 훨씬 부족하다. 이용객 대기시간이 불규칙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콜택시는 도시 간 이동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자체별로 콜택시의 운행 가능 구간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에서 경기도에 가려면 서울과 인접한 경기 성남, 구리, 남양주, 고양, 양주, 김포, 광명, 부천시 등 일부 도시에만 갈 수 있다. 경기 고양시에서 서울로 갈 때는 고양시와 인접한 서울 은평구, 마포구, 서대문구 ,강서구, 영등포구, 서울역까지만 운행한다. 만약 고양시에서 서울 종로구나 강남구로 가려면 마포구나 서대문구 등에서 내린 후 다른 택시나 대중교통을 갈아타야 한다. 운행 가능 구간이 정해져 있어 택시를 두 번 타고, 그마저 언제 탈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 빚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 콜택시 이용객의 불만사항을 관리하고 개선하는 통합시스템은 없다. 각 지자체는 도시별 시설공단이나 장애인단체 등에 장애인 콜택시를 위탁 운영한다. 따라서 장애인은 콜택시 이용자 등록을 도시별로 따로 해야 한다. 만약 서울시, 경기 고양시와 성남시에서 자주 출발하는 이용자라면 각 시설공단에 등록해야 하는 것이다. 지자체마다 다른 운행 구간을 숙지해야 한다는 점도 번거롭다.

    일부 정책은 장애인의 불만을 더 악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이 2014년부터 콜택시기사의 고객 대기시간을 20분에서 10분으로 감축한 것. 즉 기사가 도착해 10분 안에 고객이 나오지 않으면 배차가 취소될 수 있는 것이다. 기사가 고객을 기다리느라 출발이 늦어지는 점 때문에 도입됐다. 하지만 이 정책은 이용객인 장애인의 형편에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이 장애인들의 주장이다. 박정혁 전 서울시장애인콜택시이용자모임 대표는 “10분은 장애인이 외출을 준비하고 나가기에 빠듯한 시간이다. 장애인은 이동이 쉽지 않아 기사와 만나는 장소까지 가는 데 10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또 추위나 더위에 민감한 장애인은 미리 나가서 차량을 기다리다 몸 상태가 악화되기도 한다. ‘10분 대기’ 정책은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애인은 차량 대수나 운행 횟수를 늘리면 이 같은 콜택시의 문제점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콜택시 차량은 크게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법정대수 기준인 ‘장애인 200명당 콜택시 1대’를 거의 충족했기 때문이다. 2014년 12월 기준 전국 1, 2급 장애인은 53만4569명, 2015년 12월 기준 장애인 콜택시 운행대수는 2588대다. 통계연도상 1년의 차이가 있지만 1, 2급 장애인 206명당 콜택시 1대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토부가 2015년 12월 작성한 ‘지자체별 특별교통수단 도입현황’에 따르면 충남(58.4%), 경북(66.6%), 울산(71.7%)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국 지자체의 장애인 콜택시 도입률은 대부분 90% 이상이고 서울(109%), 광주(102.6%), 경남(154.1%) 등은 100%를 넘었다.



    정부는 “200명당 1대면 충분하죠?”

    장애인은 “법정대수 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배융호 사무총장은 “‘이용객 200명당 택시 1대’라는 기준은 해외 일부 사례와 국내 일반 시민의 이용률을 참고해 만든 것이지만, 장애인의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비장애인은 택시 외에도 버스, 지하철, 도보 등 이동수단이 다양하기 때문에 비장애인의 택시 이용률을 장애인에게 적용하면 안 된다는 것. 배 사무총장은 “특히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에게 콜택시를 비롯한 특별교통수단은 대중교통이나 마찬가지다. 버스, 지하철 이용이 불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장애인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교통약자의 특별교통수단 보급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혁 전 대표도 “차량 대수를 지금의 2배로 늘리거나 기사를 늘려 휴무 차량을 계속 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장애인 콜택시를 꾸준히 늘리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택시물류과 관계자는 “개인택시를 장애인용 택시로 전환하고 대형차량 택시를 증차 중이다. 비정규직 기사를 추가로 고용해 오후와 야간에도 운행함으로써 휴무 차량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애인이 콜택시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민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애인의 불만을 한목소리로 모으고 운영 관리를 통합하는 길은 멀어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장애인 콜택시 운영은 각 지자체 소관”이라며 “콜택시 법정대수 및 운행대수는 알고 있지만 지자체별 1, 2급 장애인이나 이용객 수는 매년 바뀌고 이에 대한 자료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자체별 이용 대상도 1, 2급 장애인 외 65세 이상 연령층 중 거동이 불편한 사람, 임산부 등을 포함하는지 여부에 따라 각각 다른 실정이다.

    배융호 사무총장은 “정부로서는 현재 지자체별로 상이한 운행지역, 이용자 등 운영 기준을 통일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운영 기준 단일화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사무총장은 “이동 편의를 위해 만든 정책이 오히려 시간 손해와 불편함을 유발하고 있다. 콜택시 문제를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기관 설립이 필요하고, 빠른 배차 및 도시 간 이동 편의를 증진하는 방안도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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