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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매운갈비찜과 손칼국수, 함께 먹어야 더 맛있어

서울 쌍문동 추억의 먹거리

  •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매운갈비찜과 손칼국수, 함께 먹어야 더 맛있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인기 덕에 서울 쌍문동이 유명해졌다. 1970~80년대 서울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낸 40, 50대들에게 수유리나 쌍문동은 그리 낯선 동네가 아니다. 그 시절 강남이 한창 개발 중이던 때라 강북은 사람들로 붐볐다. 대표적인 서민 거주지던 쌍문동에는 지금도 저렴하고 푸짐한 맛집이 차고 넘친다.

매운갈비찜과 손칼국수, 함께 먹어야 더 맛있어

심심한 양념으로 고기 본래의 맛을 살린 ‘동적불고기’의 소갈빗살구이(왼쪽)와 멸치육수에 바지락으로 맛을 낸 ‘수유손칼국수’의 칼국수.

쌍문동을 대표하는 식당으로 ‘동적불고기’를 빼놓을 수 없다. 고깃집이지만 오후 2시부터 문을 열고 365일 쉬는 날이 없다. 이 집은 불고기도 팔지만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소갈빗살이다. 소갈빗살을 주문하면 주방에선 그때부터 간장, 마늘, 파, 깨 같은 양념으로 강하지 않게 간을 해 내놓는다. 광양 불고기와 비슷하고 안동의 갈비 굽는 방식과 가장 많이 닮았다. 재료에 자신감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살코기가 많은 본갈비를 이용한 ‘동적불고기’의 소갈빗살은 살코기에 칼집을 내 양념이 잘 스며들고 고기도 잘 익어 먹기 편하다. 곁들여 나오는 파절이나 반찬들도 수준 높다. 청국장은 별도로 팔아도 될 만큼 인상적이다.
1985년 영업을 시작한 ‘수유손칼국수’는 쌍문동을 대표하는 서민식당으로 손색이 없다. 커다란 그릇에 가득 담긴 칼국수를 보면 먼저 포만감이 느껴진다. 멸치육수에 바지락을 넣어 끓인 국물은 맑고 맛이 깊다. 고명으로 들어간 바지락과 호박, 감자, 김가루의 구성이 오래된 칼국수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쌍문동 일대를 돌아다니다 보면 유독 돼지갈비를 파는 집들이 눈에 띈다. 냉면집으로 시작해 돼지갈빗집으로 명성을 굳힌 ‘감포면옥’은 쌍문동 사람들이 고기가 당길 때 많이 찾는 집이다. 경기 수원의 소 왕갈비처럼 길이 10cm가 넘는 돼지 왕갈비로 일대를 평정한 집이다. 저렴한 가격과 엄청난 양 덕에 유명해졌다. 갈비탕을 시키면 갈비찜을 주는 집으로 유명한 ‘쌍문각’도 동네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갈비탕을 시키면 달콤한 갈비찜은 물론이고, 10여 가지 반찬이 딸려 나온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매운갈비찜이다.
쌍문역 주변의 ‘한우양곱창구이’는 이름과 달리 돼지곱창이 더 유명하다. 돼지곱창은 냄새를 잡는 게 가장 힘든데 이 집 곱창은 냄새가 없고 보들보들하다. 마지막엔 남은 곱창에 밥을 볶아 먹는다. 서민들이 고기를 먹는 전형적인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삼일회관’은 가정식 백반 같은 반찬에 푸짐한 밥, 그리고 옛날식 부대찌개로 토박이들

매운갈비찜과 손칼국수, 함께 먹어야 더 맛있어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은 ‘호호분식’의 치즈밥.

의 사랑을 받고 있다. 콩나물, 쑥갓, 미나리 같은 채소가 듬뿍 들어가고 소시지와 햄으로 맛을 낸 부대찌개는 어머니가 차려준 김치찌개처럼 소박하다.
정의여고 앞에는 치즈밥을 파는 분식집이 몇 군데 있다. 처음 치즈밥을 시작한 ‘호호분식’은 젊은이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돌솥에 케첩, 치즈를 넣고 비벼 먹는 밥은 맵고 달고 짭조름하다. 이런 맛을 싫어할 젊은이는 없다. 가격은 미안할 정도로 저렴하고 맛은 기대 이상이다. 부부가 음식을 만들고 주문을 받으니 그 자체로 훈훈하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한동안 잊고 살던 공동체를 복원해 사람들을 열광케 했다. 공동체를 이루는 가장 큰 요소로 음식만한 게 없다.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먹는 술)이 유행하는 요즘, 밥을 같이 먹는 식구문화가 왠지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주간동아 2016.02.17 1025호 (p77~77)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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