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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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관리도 실력? 코로나 확진 낙인찍지 말라!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1-12-2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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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확진자를 염려하고 위로하기보다 비난하는 사회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GETTYIMAGES]

    코로나19 확진자를 염려하고 위로하기보다 비난하는 사회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GETTYIMAGES]

    최근 한 유명 연예인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보도하는 기사에서 눈에 띄는 표현들이 있다. ‘연말 시상식 앞두고’ ‘연말 시상식 어쩌나’ 같은 것이다. 이전에는 ‘방송가 빨간불’ ‘방송가 비상’ 등으로 표현했다. 사실 그렇다. 대체로 관용구에 불과하고, 연예계의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해당 기사에는 ‘그래서 연말 시상식은 어떻게 되는 건가’를 진지하게 고민한 내용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특정 문장을 헤드라인으로 뽑았다는 건 사안의 본질은 아닐지라도 대중의 눈길을 끌기 위함이다. 유명 연예인의 코로나19 확진에서 연말 시상식 개최나 방송 제작이 곧 대중의 최우선 관심사일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조금 암울해지는 대목이다. 사람이 병에 걸렸다는데 우리는 어쩌다 연말 시상식이나 방송의 구색을 더 걱정하게 된 걸까.

    연예계도 건강한 연말 고대

    연말 시상식은 흥미로운 무대다. 주요 아티스트가 참석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비판점이 되곤 한다. 물론 주최 측이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섭외에서 누락했다던가, 섭외 면면을 통해 드러나는 주최 측 시각이 편향돼 있다면 비판할 만하다. 분명 연말 시상식의 특수성이다. 그런데 많은 이가 보고 싶어 하는 인기 아티스트가 사정이 맞지 않아 불참했다면? 경우에 따라 관계자에게 문책이 따를 수도 있겠지만, 시청자로서는 아쉬운 일에 불과하다. 이를 도의 문제로 받아들인다면 다소 사리에 맞지 않는다. ‘건강관리도 실력’이라는 게 공연예술계의 흔한 표현이지만, 공연 티켓을 구매하지 않은 시청자와 아티스트의 관계에 적용하기에는 다소 어폐가 있다. 시청자는 자신이 보고 싶은 무대를 방송에서 볼 법적, 도의적 권리를 지닌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 하려던 일을 못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부정적 피드백을 받는다. 연예인의 일만은 아니다. 출근을 못 해 상사나 동료로부터 비난받는 직장인도 많고, 감염 사실이 낙인처럼 작용해 고통받은 시민도 많다. 연예인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잣대 중 상당수는 사실 우리가 겪는 부조리를 고스란히 반영하며 종종 훨씬 증폭된다. 우리가 감염병에 걸렸을 때 건강에 대한 염려와 위로가 아닌, 당장의 업무와 주위 비난을 걱정하니, 연예인도 같은 혹은 더 가혹한 상황에 처하길 기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은 대중이 간혹 취할 수도 있는 이런 부적절한 태도에 편승해 연예인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투사하는 기사를 생산함으로써 독자를 자극한다.

    지난해만 해도 시상식에서 마스크 착용과 비대면 중계가 세계적 추세였다. 올해는 대다수 방송과 시상식에서 출연자들이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는 것이 대세인 듯하다. 이른바 ‘위드 코로나’의 아슬아슬한 옷자락이다.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연예인이 방역수칙을 무시하는 행동을 했다면야 비난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감염 자체가 마치 무책임의 소산인 양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면, 그런 세상에서 ‘코로나와 함께’는 참혹할 것이다. 지속되는 코로나19 사태로 지친 대중과 역시 코로나19 사태를 힘겹게 헤쳐가고 있는 연예인 사이가 ‘건강’해지는 연말을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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