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7

2021.12.03

퀀텀 점프 종목도 제때 못 팔면 지옥행 급행열차 [한여진의 투자 다이어리]

로블록스, 도어대시, 어펌홀딩스… 호실적 발표에도 내 계좌만 암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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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1-12-0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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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투자는 매수보다 매도를 잘해야 한다. [GETTYIMAGES]

    주식투자는 매수보다 매도를 잘해야 한다. [GETTYIMAGES]

    “로블록스 77달러? 무조건 매수!” 11월 8일(이하 현지시각), 3월 상장 때부터 눈여겨본 ‘미국 메타버스 대장주’ 로블록스가 고점 대비 30% 이상 빠져 매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로블록스 10주를 매수하고 오랜만에 꿀잠에 빠졌다. 다음 날 아침 6시 일어나 주식창을 보니 이게 무슨 일! 로블록스 호가가 빛의 속도로 상승 또 상승! 110달러(약 13만 원)도 넘을 기세였다. 손이 덜덜 떨렸다. 팔까. 말까. 팔까. 7시 땡! 고민만 하다 애프터장이 끝났다.

    로블록스 호실적 발표에 주가 급등

    이 날은 로블록스가 실적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미국 CNBC는 “로블록스가 3분기 놀라운 실적을 발표했다”며 “장 마감 후 시간외거래에서 30% 넘게 급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블록스 3분기 매출은 6억3780만 달러(약 7505억6304만 원)로 시장 예상치인 6억3647만 달러를 상회했으며, 3분기 하루 활성 사용자는 4730만 명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1% 증가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로블록스가 친 장외 홈런볼이 내 앞에 떨어졌다는 얘기.

    “아! 로블록스를 풀매수할걸” 하는 후회와 함께 오늘밤 프리장에서 ‘추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실적이 이 정도로 좋다면 프리장에 매수해도 본장에서 충분히 주가가 오르지 않겠나 싶었다. 저녁 6시 퇴근도 뒤로한 채 회사 구석 자리에 앉아 로블록스 풀매수에 들어갔다. 프리장 오픈과 동시에 호가 98달러. 매수 버튼 클릭! 그런데 주가가 쭉쭉 빠지더니 92달러까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안 돼! 팔자!” 평단가 94달러에 맞춰 풀매도 버튼을 눌렸다. 조금 뒤 매도 알림이 도착했다. 그런데 매도와 동시에 폭등. 110달러도 넘어서고 있었다.

    실적 발표가 이렇게 호황장이라니. ‘미국주식 실적 발표’를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이번 주에만 도어대시, 어펌홀딩스, 소파이, 디즈니 등 굵직한 기업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었다. 가을 내내 ETF(상장지수펀드)에만 투자하고 종목 투자를 멀리하던 터라 하마터면 거저 돈 벌 기회를 그냥 지나칠 뻔했다. 수많은 기업 중 미국 ‘배달의민족’으로 불리는 ‘도어대시’와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어펌홀딩스’가 눈에 들어왔다. 도어대시 실적 발표는 11월 9일 장 마감 후, 어펌홀딩스는 10일 장 마감 후. 당장 도어대시 차트를 펼쳐봤다. 도어대시는 실적 발표 당일임에도 주가가 전날 종가 대비 3%나 하락한 187달러(약 21만9820원)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실적이 별로인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도 우선 매수.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설치다 보니 아침 6시가 됐다. 오호~! 마감과 함께 시간외거래에서 주가 급등! 24% 넘게 상승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프리장 개장과 동시에 225달러(약 26만4735원)에 풀매도 버튼을 눌렀다. 브라보!

    11월 10일은 어펌홀딩스 실적 발표가 있었다. 프리장에서 어펌홀딩스 주가가 150달러(약 17만6520원)로 떨어져 있었다. 전날 대비 3% 하락. 도어대시와 같은 패턴이다. 매수 버튼을 신나게 눌렀다. 그런데 주가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뚝뚝 떨어져 130달러대까지 내려갔다. 주식 토론창에는 “며칠 전 어펌홀딩스 임원들이 주식을 매도해 수익 실현을 했다” “실적이 좋지 않으니 매도하지 않았겠냐”라는 말이 오갔다. ‘아이고, 더 떨어지면 회복 못 할 것 같은데’ ‘ETF 살 돈인데…’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치면…’ 등등 수백만 가지 나쁜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 고민 끝에 총 보유 수량의 25%를 매도했다. 평단가 151달러, 매도가 135달러. 주식투자를 시작한 이후 사상 최대 손실이다. 모든 걸 잊고 그냥 자고 싶었지만 오히려 정신이 더더더 또렷해졌다. 영화도 보고, 인터넷 쇼핑도 해봤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재깍재깍, 드디어 결전의 아침 6시가 됐다. 주가가 오르내리며 횡보하더니 조금씩 상승하는 것이 아닌가. 눈물이 핑 돌았다. 주식 토론창에는 축하의 멘트가 오갔다. “아, 매도하지 말걸.”



    어펌홀딩스 -19% 손실

    로블록스, 도어대시의 경우 실적 발표 후 다음 날 프리장에서는 주가가 조금 빠져도 본장에서 크게 올랐다. 어펌홀딩스도 그렇지 않을까. 11월 11일 프리장 오픈과 동시에 176달러(약 20만7152 원) 호가가 시작됐다. 175달러, 173달러 172달러….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기다리자! 182달러에 매도를 걸었다. 사흘 동안 지옥행과 천국행 열차를 오가며 ‘난리블루스’를 춘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날 저녁 퇴근길에 아이와 남편의 구스 패딩을 구입했다.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왔다.

    아니, 그런데 주가가 끝없이 내려가고 있다. 매수 평단가 151달러보다 낮아지고 있다! 무슨 일이지? 그제야 검색해보니 프리장에서 177달러까지 오른 이유는 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아마존과 협업 이슈 때문이었다. 아, 또 ‘존버’ 해야 하나. 그로부터 며칠 뒤 반짝 반등하긴 했지만 그 정도에 만족할 수 없었다. 150달러대를 오가는 주가가 140달러, 130달러로 떨어져도 버텼다. 반등을 노렸다.

    그런데 11월 22일 월요일 어펌홀딩스 주가가 순식간에 쭉쭉 빠지더니 119달러를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단 몇 시간 만에 12% 하락이다. 머리가 멍해졌다. 자료를 찾아보니 전환사채를 발행한다는 것이었다. “아, 정리하자.” 123달러가 되는 순간 풀매도를 했다. 총 수익률 -19.3%. 도어대시 수익을 넘는 손실이 났다. 사흘 동안 애쓴 결과가 엄청난 마이너스라니. 문제는 다음 날 어펌홀딩스 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닌가. 분하고 화가 났다. 어펌홀딩스에 놀아난 기분까지 들었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 주식창 관심 목록에서 어펌홀딩스를 삭제했다.

    하락장에 대비해 모든 종목을 정리하고 현금을 보유 중이었는데, 어펌홀딩스로 깎아먹은 내 돈, 어쩌나. 만회하자! 리비안, 루시드, 아이온Q, 퀀텀스케이프, AMD, 엔비디아, TQQQ 매수에 나섰다. 11월 초만 해도 100% 현금이던 계좌가 순식간에 각종 종목이 가득 찬 백화점 계좌가 됐다. 그리고 11월 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이슈가 터졌다. 11월 30일 코스피는 연중 최저치 2839.01을 기록했으며, 12월 1일 나스닥은 1.83% 하락했다. 현재 내 주식계좌는 온통 파란불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매수하려던 ETF는 이젠 ‘너무 먼 당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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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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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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