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8

2021.07.16

스캔들·컨디션 걱정 NO! 사람보다 돈 잘 버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광고 러브콜 쇄도… “매출 효과는 글쎄”

  • 윤혜진 객원기자

    imyunhj@gmail.com

    입력2021-07-1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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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라이프 광고 모델 ‘로지’. 로지는 3만 명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rozy.gram 인스타그램]

    신한라이프 광고 모델 ‘로지’. 로지는 3만 명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rozy.gram 인스타그램]

    최근 한 유튜브 동영상에서 크롭티 차림으로 현란하게 춤추는 미모의 여성이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았다. 해당 영상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 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한 신한라이프의 광고. 광고 모델이 사람이 아닌 버추얼(가상) 인플루언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영상은 유튜브 업로드 2주 만에 조회수 10만 건을 돌파했다. 그동안 금융사들이 신뢰성을 강조하고자 광고 모델로 주로 인지도 높은 연예인을 기용해왔다는 점에서 신한라이프의 이번 시도는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광고 모델 이름은 ‘로지’. 나이는 22세이며 키 171㎝, 취미는 서핑과 러닝, 직업은 인플루언서다. 신한라이프 브랜드 담당 이성태 전무는 “새롭게 출범한 신한라이프는 기존 보험 광고의 공식을 깨고 MZ세대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통합 광고 모델부터 남다른 전략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이미 세계적 추세다. 샤넬, 지방시 같은 명품 브랜드와 협업하는 미국 패션 버추얼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는 인스타그램 포스팅 대가로 8500달러(약 977만 원) 정도를 받는다. 지난해 일본 하라주쿠 이케아 매장에 처음 등장한 ‘이마’는 화장품, 패션, 식품 광고 등으로 1년간 약 7억 원을 벌어들였다.

    비대면 시대, 활동 제약 없어 인기

    유튜브 채널 루이커버리의 진행자 버추얼 휴먼 루이(위)와 L G전자가 만든 가상 인물 김래아. [유튜브 채널 루이커버리 화면 캡처, 사진 제공 · LG전자]

    유튜브 채널 루이커버리의 진행자 버추얼 휴먼 루이(위)와 L G전자가 만든 가상 인물 김래아. [유튜브 채널 루이커버리 화면 캡처, 사진 제공 · LG전자]

    로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진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리깅(뼈 만드는 작업)과 블렌드 셰이프(얼굴 표정 만드는 작업)를 기반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3D(3차원)로 구현됐다. 지난해 8월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동하다 4개월 만에 가상인물임을 밝혔는데, 그 후에도 팔로어 수는 계속 늘어 7월 현재 3만 명을 훌쩍 넘겼다.

    로지는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에서 탄생했다. 김진수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이사는 “이슈 선점이 중요한 광고시장에서 로지의 무기는 새로움이다.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로부터 연락이 많이 온다”면서도 “아직은 투자 단계라서 손익분기점을 계산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로지는 4월 제작사 이외에 에스팀엔터테인먼트와도 공동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 브랜드 헤라, 티파니 등과 작업했으며 최근 자동차, 식품업체와도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 조만간 목소리도 공개될 예정이다.

    유튜브 채널 ‘루이커버리(RuiCovery)’에 커버송 영상을 올리는 버추얼 휴먼 ‘루이’도 화제다. 루이는 몸과 목소리는 실제 사람이고, AI(인공지능) 딥러닝 기술로 생성한 가상얼굴을 합성했다. 현재 글로벌 의자 전문 기업 파트라의 온라인 브랜드 생활지음 모델과 한국새생명복지재단 디지털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안심여행’ 캠페인 모델로도 발탁됐다.

    기업이 직접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육성하기도 한다. LG전자는 서울에 사는 23세 음악가 콘셉트의 가상인물 ‘김래아’를 제작했다. 김래아는 1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21’에서 연사로 공식 데뷔했다. 향후 LG전자의 브랜드 홍보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1년 앞서 같은 전시회에서 가상인간 ‘네온’을 선보인 바 있다. 인종, 나이 등 따로 정해진 페르소나가 없는데, 그 이유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네온을 필요로 하는 고객사 특성에 맞게 외형이나 목소리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네온은 CJ, 신한은행 등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곧 모델로 나설 예정이다.

    딥페이크 오남용 우려도

    ‘BT21’ RJ는 이마트 피코크의 지원을 받아 핫도그 먹방을 찍었다(왼쪽). 카카오프렌즈는 매주 화요일 캐릭터 라이언과 춘식이의 댄스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BT21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사진 제공 ·
카카오프렌즈]

    ‘BT21’ RJ는 이마트 피코크의 지원을 받아 핫도그 먹방을 찍었다(왼쪽). 카카오프렌즈는 매주 화요일 캐릭터 라이언과 춘식이의 댄스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BT21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사진 제공 ·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자체가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되기도 한다.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라인프렌즈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협업해 만든 캐릭터 ‘BT21’은 5월부터 SNS를 운영하고 있다. ‘BT21’ 8개 캐릭터 중 RJ는 이마트 피코크의 지원을 받아 핫도그 먹방도 찍었다. 이마트는 BT21 협업 상품을 시즌별로 순차 출시하며 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경쟁사인 카카오프렌즈는 캐릭터 라이언과 춘식이를 활용해 7월부터 매주 화요일 글로벌 틱톡 계정에 댄스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팬들이 캐릭터와 직접 소통하고 정서적 유대감도 쌓을 수 있도록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IP(지식재산권) 비즈니스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선보이는 ‘라춘댄스’를 “라이언과 춘식이의 아이돌 스타 데뷔 무대”라고 표현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최대 장점은 쉽게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는 점이다. 대중이 원하는 매력과 트렌드를 모아 만든 가상인물이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다 보니 사생활 관련 리스크가 없어 위기관리가 수월하고, 브랜드 이미지에 맞춰 활동 범위를 자유롭게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특히 메타버스로의 확장 가능성이 풍부하다. 김진수 이사는 “메타버스에서 현재 인기 있는 것이 ‘로블록스’나 ‘제페토’ 같은 게임 플랫폼이다. 버추얼 휴먼이 게임 속 2D 아바타를 대신한다면 훨씬 더 리얼리티가 살고 재미있을 것”이라며 “현재 남자 버추얼 휴먼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기술 오남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딥페이크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기존 사진이나 영상을 원본과 합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가상인물로 음란물을 만드는 등 사회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현재로선 가상인물을 활용한 범죄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마케팅 효과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최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장점은 “궁극적으로 충성도를 높여 소비자가 신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인 반면, “가상 인플루언서가 처음 생각했던 이미지가 아니라는 것을 소비자가 깨닫는 순간 제품 구매 측면에서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보고서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버추얼 인플루언서와 브랜드가 스토리텔링을 강화해 현실감을 높이거나 실제로 소비자가 겪을 법한 에피소드를 추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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