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8

2021.07.16

송영길이 쏘아올린 ‘脫문재인’ 신호탄

[이종훈의 政說] ‘탈문 해야 정권 재창출된다’ 판단… 경선 후 본격화 전망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1-07-1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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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기 말이면 예외 없이 벌어지는 일이 있다. 대통령을 향한 탈당 요구다. 이유는 한 가지다. 정권 재창출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권력형 비리 또는 국정운영 실패가 부담의 근거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떨까. 권력형 비리와 국정운영 실패 모두에 해당한다. 악재가 겹으로 쌓인 상황이지만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내에서 탈당 요구가 터져 나온 적은 없다.

    “대깨문이라 떠드는 사람들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7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7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탈문재인(탈문)’을 외치기 시작했다. 송 대표는 7월 5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문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대깨문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누가 되면 야당이 낫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순간 문 대통령을 지킬 수 없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말 정동영 후보가 (당 대선후보가) 됐는데 일부 친노 세력이 정동영보다 이명박이 되는 것이 낫다며 투표를 하지 않았고, 500만 표라는 압도적 차로 이명박 후보가 승리했다. 그 결과 철저한 검찰 보복으로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는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대깨문은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의 약어다. 최근에는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열혈 지지층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민주당 내 금기어인데 당대표가 입에 올린 것이다. 불경도 이런 불경이 없다. 당연히 반발이 터져 나왔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공적 자리에서 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악용되는 ‘대깨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유 불문하고 즉각 사과부터 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핵심 친문(친문재인)계 윤건영 의원은 7월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그렇게 먹잇감을 던져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야당과 보수 언론의 악용 가능성을 우려했다.

    송 대표의 ‘탈문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7월 7일 민주당 반도체 기술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오늘은 경부고속도로 개통일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야당이 반대했지만 고속도로를 개통하고 제철소를 만든 것은 국가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가 대깨문을 비판하고 박 전 대통령을 호평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탈문을 해야 정권 재창출 길이 열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문 대통령은 이철희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을 통해 경고장을 날렸다. 이 정무수석은 7월 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자꾸 대통령을 끌어들이거나 대통령과 관련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JTBC 인사이트 ‘신예리의 밤샘토크’에도 출연해 “지지율 40%인 문 대통령과 척져서는 누구도 다음 대선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 역시 임기 말 탈당 요구가 나올까 조마조마할 것이다. 정치권과 거리 두기 전략을 취한 것도 그래서다. 이 정무수석 발언에서도 마찬가지의 기조를 읽을 수 있다. 문 대통령 스스로 이 점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7월 5일 수석보좌관 회의와 그 직전에 열린 핵심 참모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정치 계절이 돌아왔으나,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히 중립을 지키는 가운데 방역과 경제회복 등 민생 현안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권력형 비리와 실정(失政)에 대한 전면 부인은 약방의 감초다. 이 정무수석은 앞선 JTBC와 인터뷰에서 “요만큼의 측근 비리도 없다. 여야를 대할 때 자신감 있는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과 관련해 핵심 측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정권 출범 후 불거진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재판도 마찬가지다. 해당 사건으로 이광철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이 7월 1일 사퇴하기도 했다.

    폭발 일보 직전 상황

    문재인 대통령. [뉴스1]

    문재인 대통령. [뉴스1]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대규모 검찰인사로 현 정권의 각종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가 지체되고 있음을 온 국민이 안다. 진보 성향의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권력형 비리 관련 재판이 지지부진하게 전개된 사실 역시 마찬가지다. 최종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제없다는 듯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국민은 재판 결과 역시 청와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올까 우려한다.

    여론조사 지표상 문 대통령은 선방 중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7월 6일부터 사흘간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사람이 38%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지율 덕분에 탈당 요구도, 극심한 당청 갈등도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고 누적된 국정운영 실패와 권력형 비리라는 악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 상황은 폭발 일보 직전인 각종 악재를 틀어막아 놓은 것에 불과하다. 폭발 시점은 언제일까. 아마도 민주당 대선 경선 이후일 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조차 한껏 몸을 낮추면서 민주당 대선 경선은 흥행몰이에 실패했다. 이 지사의 저공비행은 학습효과 탓이 크다. 당내 주류인 친문계를 자극해봐야 경선 승리에 보탬이 안 되기 때문이다. 5년 전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른 대선주자들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본선에 올라가면 태세를 전환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권의 악재를 안고 갈 이유가 없다. 차별화에 성공해야 외연 확장도, 집권 가능성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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