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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생활이 모두의 표준으로 급물살 탄 시기, 못 따라가면 도태된다”

[인터뷰] 4차산업혁명 전문가 최재붕 성균관대 서비스통합디자인학과·기계공학부 교수

  •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언택트생활이 모두의 표준으로 급물살 탄 시기, 못 따라가면 도태된다”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가 이끌어갈 새로운 문명 시대를 예고하는 최재붕 교수. [홍중식 기자]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가 이끌어갈 새로운 문명 시대를 예고하는 최재붕 교수. [홍중식 기자]

중세 유럽 인구 3분의 1의 목숨을 앗아간 페스트는 인류에게 큰 비극이었지만 동시에 중세 암흑기를 끝내는 계기가 됐다. 교황의 존재와 면죄부는 페스트로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이에 인류는 신에 의존하는 문명을 버리고 인본주의에 근간을 둔 르네상스 시대를 열게 됐다. 전 세계 확진자 수 2600만 명, 사망자 86만여 명을 기록 중인 코로나19 앞에서 인류는 또 한 번 문명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감염 위험을 피해 기존 생활 방식이 아닌 비접촉 방식의 생활, 언택트 시대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이제 디지털 문명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변화상을 예측하고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책이 나왔다.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 유명한 최재붕(55) 성균관대 서비스통합디자인학과·기계공학부 교수가 펴낸 ‘CHANGE 9’이 그것이다. 최 교수는 비즈니스 모델 디자인과 기계공학의 융합, 인문학, 동물행동학, 심리학과 기계공학의 융합 등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어 활약 중인 국내 4차 산업혁명의 권위자로 지난해 지난 10년간 발생한 시장 변화를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새로운 세대 중심으로 풀어낸 책 ‘포노 사피엔스’를 펴낸 바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 15만부가 판매됐다. 최 교수는 “인류는 언제나 생존에 유리한 것을 선택함으로써 지금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면서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표준이 언택트 생활이 가능한 포노 사피엔스 문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포노 사피엔스는 2015년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능이 있는 전화기를 쓰는 인간’이라는 의미로 만든 조어다.

세상의 표준은 이미 바뀌었다

-코로나19를 예견한 것처럼 책을 내셨습니다. 모두 코로나19가 끝난 이후 세상을 궁금해 합니다. 

“작년 3월에 ‘포노 사피엔스’에 관한 책을 내고 후속편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이 왔다고 얘기를 했더니 다들 제게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묻더군요.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특성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은 자료 준비만 하고 본격적인 작업은 올해 시작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습니다. 전체적으로 다시 써야 했습니다.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분들이 있는데 이제는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닙니다. 새로운 시대의 표준을 배우지 않으면 역사적으로 새로운 문명을 거부한 이들이 그래왔듯 도태됩니다.”

-세상의 표준이 바뀌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을 내놓은 이후 우리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은행 업무의 표준은 모바일 뱅킹입니다. 통장은 도장과 신분증을 들고 은행에 가서 계좌를 개설하고 만들면 된다는 우리가 익히 배우고 알고 있던 상식은 이제 표준이 아닙니다. 2019년 대한민국 국민 1000명에게 ‘저녁 7시 이후 어떤 미디어를 즐겨 보느냐’고 물었습니다. 57%가 유튜브를 즐겨본다고 답했습니다. 유통에서는 온라인 소비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오프라인 시장은 위기가 가속화돼 100년 넘은 백화점들이 줄줄이 파산 중입니다. 이렇게 시장이 달라지니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도 달라집니다. 일자리의 개념이 달라지면 교육도 달려져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강제 온라인 수업이 실시되면서 학교의 무능함이 드러나고 있는데 이는 바뀌고 있는 표준에 맞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린 나이에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을 보면 유튜브를 통해 검색하고 공부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세상의 표준이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표준의 변화를 글로벌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나요. 

“2019년 12월 4일 애플의 시가총액이 1402조 원을 기록하자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같은 날 우리나라 코스피 상장기업 전체 총액 1384조 원을 뛰어넘었기 때문입니다. 시가총액은 ‘투자 자본이 생각하는 기업의 미래 가치’라고 할 때 우리나라 코스피 상장 모든 기업의 가치 합계가 애플 하나보다 못하다는 말이니까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애플의 시가총액은 더욱 상승했습니다. 6월 30일 기준 1879조 원입니다. 그 뒤를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1796조 원), 3위 아마존(1603조 원), 4위 구글(1141조 원), 5위 페이스북(752조 원)이 잇고 있습니다. 이들 세계 5개 기업은 모두 플랫폼 기업, 다른 표현으로 ‘포노 사피엔스 문명을 창조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인구 73억 명 중 50억 명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습니다. 표준은 가장 많은 사람이 하고 있는 혹은 사용하고 있는 것이 됩니다.”

‘5장7부’를 가진 새로운 인류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생활이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생활이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디지털 시대의 표준이 될 ‘포노 사피엔스’는 누구입니까.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고 지식은 암기가 아닌 검색으로 인지하며 친구는 SNS를 통해 맺는 것이 상식인 사회, 사고 싶은 물건을 인지하는 순간 구매하는 사회, 새로운 변화를 즐기며 끊임없이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회, 이 변화를 이끌어가는 이들이 바로 포노 사피엔스입니다. 포노 사피엔스에게 스마트폰은 스마트한 도구를 넘어 ‘인공장기’입니다. ‘5장6부’가 아닌 ‘5장7부’의 새로운 인류입니다.”

-포노 사피엔스의 코드를 9가지로 정리하셨습니다. 

“처음부터 9가지를 생각하고 뽑은 것은 아닙니다. 인간이 갖고 있는 보편적 능력과 특성의 변화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9개로 정리가 됐습니다. 첫 번째 코드는 ‘메타인지’입니다. 포노 사피엔스는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정의부터 다릅니다. ‘검색하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생각은 나를 다른 존재로 정의하게 합니다. 두 번째는 ‘이매지네이션’입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메타인지에서 출발하는데 그라운드가 달라지니 상상력이 달라지고 그로 인해 다른 세상을 창조합니다. 세 번째는 ‘휴머니티’입니다. 포노 사피엔스에게는 SNS라는 새로운 네트워킹의 세계가 열리는데 그곳은 오프라인 세상에서보다 훨씬 더 감성에 대한 배려가 중시되는 공간입니다. 네 번째는 ‘다양성’입니다. 대중매체의 영향에서 벗어나 매일매일 자신이 선택한 플랫폼에 모여 함께 공유하며 생각을 나누는 인류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다섯 번째는 ‘디지털 전환’입니다. 인류의 기본 생활공간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표준 생활이 바뀐 것이 디지털 전환의 본질입니다. 생각의 기준 역시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여섯 번째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회복 탄력성’이 중요합니다. 일곱 번째는 지금도 그렇지만 디지털 문명 시대에는 모든 권력이 소비자에게로 넘어갑니다. 그런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발적 선택을 받아내려면 ‘실력’이 필요합니다. 여덟 번째는 ‘팬덤’입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팬덤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아홉 번째 코드는 ‘진정성’입니다. 지금까지 포노 사피엔스 문명에서 성공한 사람이나 기업의 성장 비결은 놀랍게도 진정성이 가장 공통된 기반이었습니다.”

기존 세대보다 더 인간적인 포노 사피엔스

최재붕 교수는 부모가 아이를 교육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홍중식 기자]

최재붕 교수는 부모가 아이를 교육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홍중식 기자]

-휴머니티나 진정성 등은 디지털 문명 시대 코드 같지 않습니다. 

“포노 사피엔스도 인간입니다. 어쩌면 기존 세대보다 더 인간적입니다. 그런 모습이 n번방 사건에서 확인됩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무슨 사건이 나면 한바탕 난리가 나고 잊곤 했습니다. 그래서 ‘냄비 근성’이라느니 ‘망각의 동물’이라느니 자조적인 말들을 했습니다. 뇌는 정보를 계속 복제합니다. 예전에는 TV나 신문, 라디오에서 제공하는 정보만 계속 복제했기 때문에 그들 주도로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정보를 선택하는 시대입니다. 한번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사건은 절대 잊지 않습니다. ‘갑질’ 사건을 일으키면 기업이 상장 폐지가 되고 주가가 반토막 나는 시대입니다. 요즘 세대는 n번방 사건으로 불법 동영상이 오가는 게 범죄라는 걸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런 선택이 자신의 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로 인해 도덕성의 기준이 훨씬 올라갔습니다. 앞으로 착한 아이들이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1995년 이후 출생한 Z세대에게 포노 사피엔스의 삶은 자연스러움 그 자체겠지만 그 윗세대는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조직문화, 사회의 위계질서, 사내 직원 간의 관계, 가족 구성과 그들의 관계까지, 거의 모든 사람 사이의 관계가 다시 정립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환은 빨라졌고 다른 선택도 없어졌습니다. 일단은 무조건 새로운 시대의 표준에 맞춰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고 오프라인 회의를 단톡방이 대신합니다. 그곳에서 자신보다 어린 세대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할 때는 그들의 화법을 배워야 합니다. 기성세대가 생각의 표준을 바꿔야 합니다. 새로운 세대의 중심인 그들에게 맞추는 것이죠. 그게 새로운 문명을 받아들이는 방법입니다.”

-스티브 잡스를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창조자’라고 했습니다. 아이폰 때문입니까. 

“스마트폰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노키아에서 처음 만들었고 기능도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참고 사용했죠. 그때 아이폰이 나왔습니다. 심플하게 디자인된 아이폰은 접근성을 편리하게 개선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잡스의 위대함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잡스는 앱스토어를 통해 이후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고 권력을 소비자에게 이동시켰습니다. 이전에는 스마트폰에 들어갈 게임이 필요하면 기업이 하청업체를 정해 그곳만 프로그램을 공급하도록 했습니다. ‘내가 만들고 내가 판을 벌였으니 돈도 나만 번다’였습니다. 외국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잡스는 기업들에게 앱스토어를 만들어 판은 벌여줬으니 돈은 알아서 벌라는 구조를 만들어줬습니다. 부의 교체가 이뤄지게 한 거죠. 소비자에게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력을 제공했고요. 폰은 소비자를 유인하는 무기였고 그 안에 펼쳐진 새로운 세상이 진짜였던 겁니다. 누구나 기업가가 될 수 있는 새로운 문명의 룰이 이렇게 탄생했고 이 성공은 전 세계로 확산됐습니다.”

미래 세대여, 검색하고 확장하라

-청소년에게는 적어도 자기 시간의 30%는 미래를 탐색하고 롤 모델을 정하는 데 할애할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만약 학교에서 ‘너의 미래에 대해 그림을 그려보자’라고 했을 때 스마트폰 없이 생각하는 것과 폰을 기반으로 검색해 자기 생각을 완성하는 것과는 결과물의 차이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부모 세대에서는 스마트폰 중독을 우려하지만 스마트폰을 슬기롭게 사용할 줄 안다면 생각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저희 대학에도 보면 ‘수능 귀신’이 많습니다. ‘문제풀이 기계들’이죠. 수능점수, 학점, 토익점수까지 빵빵합니다. 그런데 문제해결 능력은 전혀 없습니다. 엄마가 시킨 대로 공부해왔거든요. 학교에서 프로젝트 과제를 주면 부모에게 전화가 옵니다. 학점을 어떻게 교수 개인의 생각이 반영되는 발표 평가로 주냐고요.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는 과제는 기초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런 아이들은 점수 잘 나오는 과목만 골라듣죠. 하지만 그렇게 하면 요즘 기업에서 하고 있는 시험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디지털 문명에 익숙해 기획 능력이 있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본 아이들이 일자리를 잘 잡을 거고 미래에 관해 불안해하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부모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속에 들어있는 무한 지식 가운데 아이들이 원하는 지식을 찾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물론 스마트폰 하나 던져주고 방치하면 게임 중독이 됩니다. 활용법을 모르니 게임에만 빠지게 되는 거죠.”

-그렇지만 11세 이하까지는 스마트폰보다는 사람 간의 대면 접촉을 충분히 해주라 조언하셨습니다. 

“어릴 때는 인간과 자연, 환경에 대한 호기심 크고 충족시키려는 욕구가 강합니다. 관계나 대화 같은 문화는 말로는 못 가르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야 관계가 쌓이지, 설명만으로 관계를 쌓을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어린아이는 스마트폰에 빠지지 않도록 통제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동적 시각이 발달해 빨리 움직이는 거에 집중하기 때문에 당연히 얌전해집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 생각할 시간을 잃어버립니다. 생각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발달합니다. 그리고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엄마가 화났나’ 같은 생각을 하게 되고 관계에 예민해집니다. 아이를 예민하고 민감하게 길러주면 사람을 배려할 줄 압니다. 11세까지는 그와 관련된 뇌가 발달하므로 어른들이 도와줘야 합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기본 폰만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아이들이 같이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 이후에는 학습을 해야 합니다. 검색하고 생각을 확장해야 합니다. 호기심을 깊이 있는 지식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거죠. 인간의 능력이 어디까지 확장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굿윌(좋은 의지)을 주면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라 믿습니다. 그게 호모 사피엔스의 길이거든요. 그렇게 슬기로웠으니 멸종을 안했겠죠.”









주간동아 1256호 (p28~33)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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