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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착용한 진주 목걸이 효과 [명품의 주인공]

파워 펄스(Power Pearls), 자신감과 우아함의 리밸런싱

  • 민은미 주얼리 콘텐트 크리에이터 mia.min1230@gmail.com

美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착용한 진주 목걸이 효과 [명품의 주인공]

민주당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카멀라 해리스.  [Getty images]

민주당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카멀라 해리스. [Getty images]

‘카멀라 해리스의 진주’가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2020년 8월 19일(현지시각)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셋째 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러닝메이트로 카멀라 해리스를 공식 지명했다. 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하는 해리스의 모습이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버건디색 바지 정장에 블라우스를 입은 그녀는 커다란 진주 귀걸이와 두 줄로 된 진주 목걸이를 매치했다. 반지는 양손에 2개를 착용했다. 귀걸이, 목걸이, 반지 등 모든 주얼리로 풀 장착했지만 과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진주 목걸이에 시선이 집중된 이유도 있다. 

‘여자 오바마’로 불리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여성 부통령 후보, 송곳 같은 질문과 빼어난 화술로 얻은 ‘겁 없는 싸움꾼’이라는 닉네임. 상당한 정치적 흥행성을 갖춘 그녀가 역사적 순간에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선택한 주얼리가 진주였다. 실제로 그날의 진주 주얼리는 그녀의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외모를 우아하게까지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리스가 진주를 선택한 것은 이날만이 아니다. 그녀는 평소에도 공식석상에 등장할 때 진주 주얼리를 빼놓지 않고 애용해왔다. 진주 주얼리를 애용한 기간이 35년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녀가 자신의 시그니처 스타일로 구축해온 진주 목걸이까지 덩달아 큰 화제가 된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그녀의 진주 목걸이를 ‘파워 펄스(Power Pearls)’ ‘시크릿 스타일 웨펀(Secret Style Weapon)’ ‘딥 심벌리즘(Deep Symbolism)’이라고 칭하며 그녀의 정치 행보와 연결해 재조명하기도 했다. 해리스와 진주 목걸이는 어떤 관계일까.



세련미와 지혜의 상징

해리스는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를 지낸 자메이카인 아버지와 암 연구 과학자 겸 민권 운동가였던 인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이혼한 뒤 어머니 손에서 자란 그녀는 “내가 다섯 살 때 부모님은 이혼했고, 어머니가 나를 혼자 키웠다. 아주 강인하고 자긍심 있는 흑인 여성으로 키워줬다”고 말했다. 

그런 해리스와 진주 주얼리의 인연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녀가 여섯 살이던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이다. 공개된 사진 중에는 당시 해리스가 어머니, 여동생과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이 있다. 해리스를 강인한 흑인 여성으로 키운 어머니 목에 역시 진주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해리스가 워싱턴DC에 자리한 흑인 명문 대학 하워드대 로스쿨을 다닐 때 사진에서도 진주 주얼리를 찾아볼 수 있다. 학창 시절 사진을 보면 해리스는 진주가 2개 달린 귀걸이와 진주 목걸이를 하고 있다. 진주와 뗄 수 없는 인연이 있었는지 모른다. 그녀는 하워드대에 1908년 최초로 설립된 흑인 여학생 클럽 AKA(Alpha Kappa Alpha) 멤버였다. AKA 신입 회원은 AKA의 상징인 진주 20개가 새겨진 배지를 받게 된다. AKA 측이 진주를 신입 회원에게 주는 이유가 있다. “진주는 세련미와 지혜를 나타내기 때문”(AKA 국제회장 글렌다 글로버)이라고 한다.

스타일 시그니처

해리스는 2011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으로 일했다. 그때도 두 줄로 된 흰색 진주 목걸이를 주로 착용했다.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입후보를 발표했을 때도 그녀는 검은색 진주 목걸이를 선택했다. 중요한 공식 석상에서 다양한 진주 목걸이를 선보여온 것이다. 공식석상이 아닐 때 트레이드마크는 운동화라고 한다. 

이쯤 되면 그녀에게 진주 주얼리는 단순히 외모를 돋보이게 하는 장신구라기보다 인생 여정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해왔다고 할 수 있다. 드레스 코드의 일부일 뿐 아니라 그녀를 상징하는 시그니처라고 불러도 무리가 아니다.

아이린 뉴워스가 디자인한 진주 목걸이. [아이린 뉴워스 홈페이지]

아이린 뉴워스가 디자인한 진주 목걸이. [아이린 뉴워스 홈페이지]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한 8월 19일에 착용한 목걸이는 미국 주얼리 디자이너 아이린 뉴워스의 작품이다. 아코아 진주와 남양 진주로 장식된 이 목걸이는 ‘검볼(Gumball) 컬렉션’ 제품으로, 해리스는 한 줄 혹은 두 줄로 다양한 의상에 착용해왔다. 한 줄로 착용하는 18인치 목걸이 가격은 1500만 원 선이다. 

아이린 뉴워스의 목걸이와 함께 해리스가 즐겨 하는 목걸이는 이탈리아 주얼리 디자이너 마르코 비세고의 작품이다. 루나리아 꽃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체인에 18K 골드와 자개가 장식돼 있다. 17인치 목걸이 가격은 450만 원대다.

부와 힘의 상징

진주는 살아 있는 조개류에서 만들어지는 유기질 보석이다. 생명체에서 잉태된 보석으로 진주가 대표적이다. 산호, 상아, 호박 등도 유기질 보석이지만 대중적인 인기는 진주가 독보적이다. 진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신비롭다. 이물질이 들어오면 조개류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부에 무지개 빛깔의 광택이 나는 덩어리를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덩어리가 점점 더 커지는데, 그게 바로 진주다. 

이런 형성 과정은 진주에 장수와 다산(多産), 행운과 부, 순결과 지혜에 이르기까지 많은 상징을 부여했다. 그래서 고대 중국과 유럽, 클레오파트라의 이집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명이 진주를 가장 중요한 보석으로 여겨왔다. 과거에는 왕족과 귀족들로부터 사랑받았지만, 오늘날에는 해리스 외에도 여성 리더 가운데 애용하는 이가 많다. 

앞서 미국 언론이 쓴 ‘파워 펄스’라는 표현은 부와 권력을 가진 여성들이 자신의 위엄과 권위를 표현하기 위해 격식을 갖춘 복장에 진주를 즐겨 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해리스는 진주로 자신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그녀의 진주는 삶의 스토리까지 담고 있어 ‘강력한 무기’일 뿐 아니라, 신뢰감까지 준다. 이젠 해리스의 진주가 파워 펄스의 신흥 주자로 자리 잡았지만 진주를 애용한 여성 리더는 수없이 많다.

퍼스트레이디의 퍼스트 초이스

(왼쪽부터)진주 주얼리를 착용한 고(故) 낸시 레이건. ‘파워 펄스’로 불리는 진주 귀걸이와 목걸이를 한 힐러리 클린턴. 진주 목걸이를 한 고(故) 재클린 케네디.  [Getty images]

(왼쪽부터)진주 주얼리를 착용한 고(故) 낸시 레이건. ‘파워 펄스’로 불리는 진주 귀걸이와 목걸이를 한 힐러리 클린턴. 진주 목걸이를 한 고(故) 재클린 케네디. [Getty images]

일단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를 들 수 있다. 진주는 퍼스트레이디의 첫 번째 선택일 때가 많았다. 미국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아내였던 재클린 케네디는 30대 초반 나이에 영부인이 됐다. 백악관에 입성한 순간부터 패션 아이콘으로 명성을 얻은 그녀는 두 줄 혹은 세 줄로 된 진주 목걸이를 애용했다. 

미국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의 부인 낸시 레이건도 진주 주얼리를 자주 착용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8년간 백악관을 지키면서 역시 진주 목걸이를 선보인 적이 많았다. 그녀의 진주 귀걸이와 진주 목걸이는 파워 펄스로 유명했고, 당당한 기품을 풍기는 데 일조했다.

진주를 애용한 철의 여인 고(故) 마거릿 대처(왼쪽). TV 연설을 하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Getty images, 뉴시스]

진주를 애용한 철의 여인 고(故) 마거릿 대처(왼쪽). TV 연설을 하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Getty images, 뉴시스]

진주 귀걸이를 한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손비. [ARTHUR EDWARDSTHE SUN]

진주 귀걸이를 한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손비. [ARTHUR EDWARDSTHE SUN]

미국만이 아니다. 4월 코로나19가 창궐하자 올해 94세인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국민 단합을 호소하는 TV 연설을 한 바 있다. 여왕 역시 세 줄로 된 진주 목걸이를 착용하고 TV 카메라 앞에 섰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TV 연설을 실시한 것은 1952년 즉위 후 다섯 번째였다. 다섯 번 모두 여왕은 같은 진주 목걸이를 착용해 화제가 됐다.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손비는 2016년 네덜란드를 방문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페르메이르 작)라는 명화를 감상한 적이 있는데, 그때 왕세손비의 귀에 걸린 귀걸이도 진주였다. 

이처럼 진주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여성 리더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주를 알알이 엮은 진주 목걸이가 얼핏 단순한 디자인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여러 유명 인사의 진주 주얼리는 색상, 크기, 모양이 다양하다. 

여느 보석과 달리 은은한 광택이 아름다운 진주는 화려함보다 화사함을, 반짝임보다 우아함을 주는, 클래식 하지만 무한한 변신이 가능한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보석이다. 그래서 세계 퍼스트레이디들의 퍼스트 초이스가 되는 보석인지도 모르겠다.





주간동아 1256호 (p58~61)

민은미 주얼리 콘텐트 크리에이터 mia.min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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