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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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송가인의 K-트로트 효과, 가수 지망생 선망도 치솟아

젊은 층 트로트 가수 데뷔 러시…이러다 BTS 이을 월드스타도 나올 판

  • 오미정 대중문화칼럼니스트

    입력2020-07-01 11: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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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웅, 송가인, 한여름, 하동근은 데뷔 전 KBS ‘전국노래자랑’에서 트로트를 불러 최우수상을 받은 공통점이 있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TV 조선, SBS]

    임영웅, 송가인, 한여름, 하동근은 데뷔 전 KBS ‘전국노래자랑’에서 트로트를 불러 최우수상을 받은 공통점이 있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TV 조선, SBS]

    요즘 가요계는 트로트가 대세다. 지난해 방송된 ‘미스트롯’에 이어 올해 방송된 ‘미스터트롯’이 연타석 시청률 홈런을 기록하면서 트로트 인기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코로나19 사태로 고사 직전인 가요계에 트로트가 인공호흡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트로트 가수를 꿈꾸는 어린 지망생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제작자에게 매력적인 장르

    트로트 인기가 최근 들어 치솟긴 했지만, 예전부터 많은 가요 제작자는 트로트 가수를 키워 흥행시켜보고는 마음이 컸다. 싱어송라이터의 경우 제작자의 역량보다 뮤지션 개인 능력이 성공에 더 주효하게 작용한다. 반면 아이돌이나 트로트 가수는 제작자의 역량이 많이 요구된다. 그런데 트로트는 아이돌 가수와 비교해 제작비가 적게 들고 성공만 하면 수익이 상대적으로 크다. 제작자에게 트로트는 매력적인 장르일 수밖에 없다. 

    제작비를 살펴보자. 트로트 가수는 보통 그룹이 아닌 솔로로 활동한다. 이 때문에 숙소를 마련할 필요가 없다. 아이돌 가수를 데뷔시킬 때 목돈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항목이 숙소다. 솔로인 트로트 가수는 숙소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 솔로 가수는 무대 의상부터 헤어, 메이크업, 차량 이동까지 모든 비용이 적게 든다. 무대를 화려하게 꾸미려고 백댄서와 함께할 때도 있지만 ‘머스트(Must)’는 아니다. 상황에 따라 혼자 무대에 서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음반 제작이나 뮤직비디오 촬영도 다른 장르보다 비교적 적은 돈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처럼 트로트는 제작비가 적게 들어가면서도 일단 ‘터지기만’ 하면 ‘대박’의 길로 접어든다. 게다가 트로트는 유행을 적게 타 가수 역시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활동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제작자의 입장과 달리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가수 지망생들에게 트로트는 비인기 장르였다. 제작자가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것이 바로 상품성 있는 트로트 가수 지망생을 발굴하는 일이었다. 한 아이돌 프로듀서는 몇 해 전 얘기라며 다음과 같은 일화를 들려줬다. 



    “아이돌그룹의 경우 3년 이상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트로트 가수는 마케팅만 잘하면 더 빨리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아이돌그룹 한 팀과 트로트 가수 한 명이 있으면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돌그룹을 만들면서 트로트 가수 발굴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가창력이 뛰어난 여자 보컬을 찾아 트로트 가수로 데뷔할 것을 간곡히 제안했는데 단번에 거절당했다.” 

    이 프로듀서는 홍대 앞에서 꽤 알려진 인디밴드 출신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밴드 활동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내가 밴드에서 10년간 활동했다. 처음에는 음악을 한다는 즐거움에 벌이가 적어도 버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계조차 꾸리기가 쉽지 않아 괴롭더라. 밴드는 행사에도 나가기 힘들다. 주최 측이 앰프 등 악기 관련 장비를 준비해야 하고 악기 사운드도 미리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밴드는 클럽 공연과 바늘구멍 같은 록페스티벌 외에는 설 무대가 거의 없다. 반면 트로트 가수는 어떤 무대에도 쉽게 설 수 있고 관객 호응도 좋다. 전국적인 인기가 없더라도 생계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더라. 그런데 데뷔하지 않은 젊은 친구들에게는 생계 문제 같은 것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그래서 시작부터 트로트 가수 데뷔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창력 있는 보컬에게 트로트 가수 데뷔 제안을 했다 많이 거절당했다.”

    장민호와 홍진영, 그리고 장윤정

    잘 알려진 대로 ‘미스터트롯’으로 주가를 높인 장민호는 1997년 아이돌그룹 유비스로 데뷔했다 트로트 가수로 변신했다. 홍진영은 걸그룹 스완 멤버로 데뷔한 뒤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사례다. 1999년 MBC강변가요제 대상을 수상하며 가요계에 데뷔한 ‘트로트 퀸’ 장윤정도 대회 당시 부른 곡이 트로트가 아니라 삼바 리듬의 댄스곡이었다. 이처럼 젊은 트로트 가수는 동경하는 장르로 데뷔했다 실패의 쓴맛을 보고 와신상담 끝에 트로트로 전환한 예가 많다. 

    하지만 요즘은 얘기가 다르다. 흥행에 성공한 트로트 경연프로그램 덕에 애초부터 트로트 가수 데뷔를 목표로 트레이닝을 받는 지망생이 많다. 연예계에 트로트 가수에 대한 은근한 폄하 분위기가 없어진 점도 지망생의 심리적 문턱을 낮추고 있다. 트로트 장르로 데뷔한 젊은 가수들이 업계에서 크게 인정받는 점도 장르의 매력을 더한다. 

    ‘미스터트롯’ 진 임영웅은 지망생 시절 발라드 가수를 잠시 꿈꾸긴 했지만, 일찌감치 진로를 바꿔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다. ‘미스트롯’ 진 송가인 역시 데뷔 때부터 트로트 가수였다. 한눈팔지 않고 한 우물을 판 두 가수는 현재 트로트 장르에서 최정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밖에도 2018년 22세에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한여름 역시 트로트 장르에만 ‘올인’한 가수고, ‘미스터트롯’ 예심 통과자인 하동근 역시 트로트 외길만 걸었다. 

    임영웅, 송가인, 한여름, 하동근은 데뷔 전 KBS ‘전국노래자랑’에서 트로트를 불러 최우수상을 받은 공통점이 있다. 데뷔 전부터 트로트 가수를 꿈꾼 사실도 알려졌다. 

    이처럼 트로트 가수에 대한 선망이 높아진 시기에 제작자들은 한목소리로 “과거보다 트로트 가수로 데뷔하려는 지망생을 찾기가 훨씬 쉬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한여름이 소속된 톱스타엔터테인먼트의 이제이 대표는 “몇 해 전만 해도 트로트로 데뷔하고 싶어 하는 실력 있는 보컬을 찾기 힘들었다. 한여름도 ‘전국노래자랑’ 무대를 몇 년간 쫓아다닌 끝에 간신히 발굴해낸 보석 같은 가수”라면서 “그런데 요즘은 트로트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어린 친구가 정말 많다”고 전했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돼 좋은 가수가 트로트 장르로 많이 유입된다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K-트로트가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킬 것이라 믿는다”며 “방탄소년단(BTS) 다음 월드스타가 트로트 가수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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