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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원 이하도 공개” 여론, 20대 국회는 ‘모른 척’ 넘겨

성완종 스캔들 이후 후원금 세부 공개 여론 높아졌지만 21대로 ‘퉁’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300만 원 이하도 공개” 여론, 20대 국회는 ‘모른 척’ 넘겨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국회의원 등 정치인에게 기부할 수 있고, 정치후원금은 연말정산 때 10만 원까지 세액 공제된다. 

정치자금을 후원한 사람의 인적사항(이름, 생년월일, 주소, 직업 등)은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개되고 있다. 다만 두 가지 조건이 붙는다. ‘정치자금법’ 제42조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신청한 사람만 정치자금의 수입·지출 내역을 제공받을 수 있고(3항) △연간 300만 원(대통령 후보자,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자는 500만 원) 이하를 기부한 사람의 인적사항과 금액은 공개되지 않는다(4항). 

왜 300만 원이 기준일까. 과거 정치자금 후원 내역 공개 기준은 120만 원이었다. 하지만 18대 총선을 두 달 앞둔 2008년 2월, 17대 국회가 ‘후원회 기부 내역 수시 보고제를 폐지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용상에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한다’는 취지에서 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본회의에서 가결시켜 공개 기준이 12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상향됐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에 반대했고, 이후에도 줄기차게 ‘기준 하향’을 요구했다. 2011년 8월 참여연대는 국회에 ‘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에 대한 입법 의견’을 제출하면서 “공개되는 기부 한도를 낮추는 것은 정치자금 투명성 확대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2008년 법 개정을 통해 공개 기부 액수 한도를 12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상향한 것에 대해서도 “합리적 이유를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18, 19대 국회에서도 공개 기준 하향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역의원에게 유리한 정치자금법…“여론 압력 절실”

19대 국회가 하반기로 접어든 2015년 봄 ‘성완종 스캔들’이 터졌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여야 정치인에게 ‘쪼개기’ 방식으로 돈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박수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 전 회장으로부터 5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고 실토했는데, 막상 박 의원에게 고액 후원금을 준 이들의 명단에는 성 전 회장의 이름이 없었다. 성 전 회장이 2명의 다른 사람 이름으로 각각 300만 원과 200만 원을 후원했기 때문에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이후 후원금 액수 공개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2015년 4월 ‘동아일보’는 사설에 ‘국회의원 개개인이 받은 후원금, 정당이 받은 고액 당비, 선거에 소요된 비용의 수입·지출 명세를 인터넷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썼다. 

하지만 이듬해 출발한 20대 국회에서도 이 숙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300만 원 이하도 후원 내역 공개’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은 4년 내내 단 1명도 없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2019년 3월 선거 비용을 포함한 모든 정치자금의 수입·지출 명세를 인터넷에 전자적 형태로 ‘상시 공개’하자는 취지로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현재는 공고일로부터 3개월만 공개). 이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21대 국회 출범을 일주일 앞둔 5월 25일 21대 국회에 정치자금 투명성 확대를 골자로 정치자금법을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주요 내용은 △공개되는 고액 기부자 기준액을 연간 300만 원 이상에서 120만 원 이상으로 하향 △연간 120만 원 이상 기부자는 소속 기관 및 직위, 소속 기관 대표자명 등 구체적 정보 신고 △선관위에 보고하는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을 선관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상시 공개 등이다. 

21대 국회는 ‘제 목에 방울 달기’를 할 수 있을까. 정치자금법 개정 관련 활동을 벌여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현행 정치자금법은 현역의원에게 유리한 체제라 국회의원 스스로 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결국 국회가 법을 개정해야 고액 후원자 공개 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여론의 압력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패·경제범죄연구실장은 “미국의 경우 연간 200달러 이상 기부자를 공개하는 등 전 세계는 정치자금 투명성을 강화해가는 추세”라며 “정치자금의 재정과 회계가 투명해야 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1246호 (p24~25)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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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46호

202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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