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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장 밖 마스크 착용’, 지키기 어려운 수칙 강요하는 물놀이장

워터파크 방역 지침 따라가 보니, ‘물 밖 마스크 미착용’에 행정처분 으름장

  •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풀장 밖 마스크 착용’, 지키기 어려운 수칙 강요하는 물놀이장

6월 6일 토요일 오후 기자가 방문한 수도권 소재의 한 워터파크. 여름 시즌이 시작했음에도 한가한 모습이다. [이현준 기자]

6월 6일 토요일 오후 기자가 방문한 수도권 소재의 한 워터파크. 여름 시즌이 시작했음에도 한가한 모습이다. [이현준 기자]

서울 낮 최고기온이 31도까지 오른 6월 6일 토요일 오후 2시. 사람이 가장 몰리는 주말 낮 시간임에도 기자가 찾은 수도권 한 워터파크는 텅 비었다시피 했다. 실내 유수풀과 워터슬라이드는 이용객이 없어 휑할 정도. 안전요원 혼자 물속에서 멋쩍은 듯 서 있었다. 그나마 유아가 노는 키즈존만 다소 붐볐다. 

실외 공간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아예 문 닫은 풀도 여럿. 동작을 크게 해 수영한다 해도 눈살 찌푸릴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한가했다. 가족 단위로 온 손님들만 서로 가까이 있을 뿐, 대부분 멀찍이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수영복 입고 마스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워터파크 매출이 수직 낙하하고 있다. 사계절 운영하는 실내 워터파크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3월 이후 손님이 뚝 끊겼고, 보통 5월부터 개장하는 실외 워터파크 중에는 정상 운영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곳도 있다. 경남 김해롯데워터파크, 강원 정선 강원랜드하이원워터월드, 대구 스파밸리 등은 아직 개장 날짜를 정하지 못했다. 

그나마 문을 연 곳도 예년보다 개장 시기를 늦췄다. 수도권 소재 A 워터파크 관계자는 “해마다 5월이던 개장 시점을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6월로 늦췄다”며 “개장이 미뤄진 기간 동안 빈 매출은 그대로 손실이 됐다”고 말했다. 5월 하순부터 영업을 개시한 강원 B 워터파크 관계자 역시 “우리는 사계절 내내 오픈하는 곳인데,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몇 달간 휴장했다”며 “여름 시즌에 맞춰 다시 문을 열긴 했지만, 코로나 감염 우려가 여전해 적극적으로 홍보·마케팅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장했더라도 손님은 드물다. 수도권 소재 C 워터파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2월부터 운영하지 못하다 5월 하순에 문을 열었는데, 주말 이용객 수가 2000명에서 400명으로 80%나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매년 여름이면 두 번 이상 워터파크를 방문해왔다는 서울 중랑구 양모(28) 씨는 “물속에 사람들의 침이나 땀 등 분비물이 섞이기 마련이라 집단감염이 걱정된다. 올해는 워터파크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서울 강남구 유모(44) 씨 또한 “아이들이 워터파크를 무척 좋아하지만, 코로나 감염이 우려돼 올해는 사람이 좀 적은 호텔 수영장에 갈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6월 6일 토요일 오후 수도권에 소재한 한 워터파크. [이현준 기자]

6월 6일 토요일 오후 수도권에 소재한 한 워터파크. [이현준 기자]

한편 6월 3일 방역 당국이 발표한 워터파크 방역지침(‘물놀이형 유원시설 개장에 따른 방역 조치 계획’)은 울고 싶은 워터파크의 뺨을 때리는 격. 지침에는 ‘2m 이상 거리 유지’ ‘물 안에선 마스크를 벗되, 물 밖에선 마스크 착용’ 항목이 포함돼 있다. 방역 당국은 6월과 7월 전국 200여 개 물놀이장을 돌며 지침을 지키지 않는 곳을 적발해 행정지도 처분을 내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이 같은 지침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워터파크에서는 이용객이 물 안과 밖을 수시로 오가 마스크 쓰고 벗기를 반복하는 것이 번거로운 데다, 마스크가 물에 쉽게 젖기 때문이다. 마스크는 물에 젖으면 방역 효과가 없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수영복 차림이라 물속에서 마스크를 젖지 않게 갖고 다니는 것도 어렵다. 기자는 방수팩을 들고 다니며 물에 들어갈 때마다 방수팩에 마스크를 넣어 물 밖에 놓아뒀다. 수영 후 물 밖으로 나와 마스크를 착용했더니 손과 얼굴, 머리카락에서 물이 흘러내려 마스크가 금세 젖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워터파크 직원들과 기자 말고는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방역지침을 따르면서 물놀이하는 게 가능할까. 워터파크에서 만난 최모 씨는 “아이가 하도 졸라 오긴 했지만, 마스크는 탈의실에 두고 왔다. 물 안팎을 오가며 마스크를 쓰고 벗는 게 너무 번거롭다. 그럴 바엔 오지 않는 게 나을 듯하다”고 말했다.

샤워실, 탈의실이 더 위험

코로나19 사태로 적지 않은 워터파크가 휴장하거나 개장을 늦추고 있다. [각 업체 홈페이지]

코로나19 사태로 적지 않은 워터파크가 휴장하거나 개장을 늦추고 있다. [각 업체 홈페이지]

워터파크들도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C 워터파크 관계자는 “정부 지침은 현실성이 전혀 없어 영업을 하지 말라는 소리와 마찬가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B 워터파크 관계자는 “물속에서도 2m 간격을 유지하라는 지침 또한 현실성이 떨어진다”면서 “방역이 중요한 것은 알겠지만, 실천 가능한 지침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A 워터파크 관계자는 “손님이 지침을 어긴다 해도 뚜렷하게 제재할 수단이 없다. 안내와 계도를 반복할 뿐”이라고 말했다. 

A 워터파크는 방역을 위해 이용객에게 마스크를 보관할 방수팩을 지급하고, 성수기에도 전체 수용 가능 인원의 5%만 입장시키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입장 제한이 고스란히 매출 손실로 이어져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물을 매개로 한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한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는 온도와 습도에 약하기 때문에 물에서 오래 생존하기 어렵다. 또 워터파크 물은 염소로 소독하는데, 염소에는 살균 기능이 있어 ℓ당 잔류염소(염소 소독 후 잔류하는 염소 중 차아염소산 및 차아염소산 이온 형태로 존재하는 염소)가 1mg 이상으로 유지되는 한 물을 통해 전염될 확률은 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오히려 샤워실과 탈의실에서 사람들이 1~2m 간격을 지키지 못하는 환경이 더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물놀이장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비록 현실성이 떨어지더라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설인 만큼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며 “6월 중순 세부 운영지침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어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1243호 (p36~38)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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