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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기업들은 본국 유턴 중, 그러지 못하는 국내 제조업 더 키워야 일자리 유지”

[인터뷰]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선진국 기업들은 본국 유턴 중, 그러지 못하는 국내 제조업 더 키워야 일자리 유지”

  • ●리쇼어링 흐름 적극 활용하고 국내 유턴 어려운 환경을 먼저 개선해야
    ●제조 부문은 스마트화하고, 연관 산업에서 고용 창출 필요
미국 시카고 포드 공장. [게티이미지]

미국 시카고 포드 공장. [게티이미지]

코로나19 여파로 4월 한 달간 미국에서 사라진 일자리가 2000만 개를 넘는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농업 분야를 뺀 4월 일자리 수는 2050만 개가 줄었다. 실업률은 3월 3.4%에서 4월 14.7%로 치솟았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고용지표로 기록됐다. 록다운(이동 제한), 셧다운(사업장 폐쇄) 같은 조치로 체감 실업률은 20%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독일,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높은 실업률을 나타냈다. 

코로나19 사태로 더 심각해진 일자리 문제를 풀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가 ‘리쇼어링’(Reshoring·본국 회귀) 정책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리쇼어링은 해외로 나간 기업을 자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으로, 2010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첫 시동을 걸었다. 미국의 리쇼어링 전문 비영리기구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2010년 오바마 정부가 ‘리메이킹 아메리카(Remaking America)’라는 슬로건을 걸고 법인세 인하, 공장 이전 비용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하며 리쇼어링에 박차를 가한 이후 9년간 총 3327개 기업이 자사 공장을 미국으로 옮겼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일자리 창출 방식에서 트렌드가 된 리쇼어링의 경제적 효과와 그에 따른 국내외 기업의 동향, 날로 심각해지는 고용 문제 해법을 이 분야 전문가인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부터 들었다.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리쇼어링 정책이 제조업에 집중돼 있음에 주목했다.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리쇼어링 정책이 제조업에 집중돼 있음에 주목했다.

-코로나19로 내수 경기 침체, 실업 증가 같은 문제가 심각해졌다. 미국과 일본, 유럽 주요국에서 그 해법으로 리쇼어링을 적극 도입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리쇼어링은 주로 제조업과 관련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발전 초기에는 제조업 비중이 높지만, 경제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국내 생산 비용이 상승해 이를 줄일 수 있는 신흥국으로 제조업이 이전된다. 이에 따라 대다수 선진국은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지면서 일자리 창출에 한계를 느낀다. 제조업이 다른 산업 분야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결국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려면 해외에 있는 공장을 회귀시키는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모노즈쿠리(제조업)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고, 미국은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서 첨단 제조업 육성 전략을 본격화했다. 제조 강국인 독일도 2019년 발표한 국가산업전략 2030 초안에서 제조업 비중을 현재 23%에서 25%까지 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기존 리쇼어링을 더 가속화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물품과 생필품 부족, 주요 소재 부품 및 장비의 공급 중단으로 낭패를 본 나라들은 이 제품들을 자국에서 생산하지 않고 해외에 의존하는 것이 일상생활은 물론, 고용시장에까지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지금은 세계적인 수요 부족으로 공급보다 수요 애로가 더 심각한 수준이지만, 세계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같은 나라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다면 공급 단절 위험이 더 크게 와 닿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 현지 공장에서 와이어 하네스 부품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우리 자동차 공장이 얼마간 가동을 멈춘 적도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4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의 제너럴일렉트릭(GE) 제조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AP=뉴시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4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의 제너럴일렉트릭(GE) 제조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AP=뉴시스]

-리쇼어링 도입에 적극 나선 나라와 참여 기업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든다면. 

“리쇼어링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나라는 미국이라고 할 수 있다. 오바마 정부 초기부터 제조업 부흥정책을 실시했을 뿐 아니라, 2010년 이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 재단 같은 단체가 만들어져 미국의 리쇼어링을 지원하고 있다. 이 재단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에서 791개, 멕시코에서 108개 등 연평균 480여 개 기업이 미국으로 회귀했다. 멕시코에 있던 포드 공장과 제너럴일렉트릭(GE) 공장, 일본의 캐터필드, 중국의 애플 공장 등이 리쇼어링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리쇼어링이 고용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미친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리쇼어링 이니셔티브 재단은 2010~2018년 리쇼어링으로 미국에서 75만7000여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주장한다. 다수의 제조 기업이 미국으로 회귀, 자국 내 생산을 추진해 미국의 전반적인 경기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단순히 제조업 자체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뿐 아니라, 여타 산업에 미치는 고용 및 소득 창출 효과도 매우 컸을 것이다.” 

-오바마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 모두 기업 회귀에 효과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정책의 차이가 뭔가. 

“오바마 정부와 트럼프 정부 모두 제조업을 육성하는 리쇼어링 정책을 일관되게 폈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이 한층 포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나 새로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리쇼어링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미·중 무역분쟁은 대중(對中) 관세 부과를 통해 중국 생산 부분을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는 의도가 있고, 새로운 NAFTA의 경우 멕시코 등에서의 생산 물품에 대한 관세 혜택 조건을 까다롭게 함으로써 자국 생산의 이점을 높인 것이 핵심이다. 철강이나 자동차에 대한 특별 관세 부과 논의도 자국 내 생산을 위한 조치로 풀이될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의 리쇼어링 기업 수 비교.

미국과 한국의 리쇼어링 기업 수 비교.

-우리나라도 리쇼어링 정책을 일찍이 도입했지만 그 성과가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처럼 유턴이 쉽도록 다양하고 달콤한 혜택을 주지 않아서인가. 

“우리 정부는 2013년부터 기업 유턴지원제도를 통해 다양한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이를 개정해 유턴 기업 종합지원대책을 마련했다. 각종 세제 감면, 입지·설비·고용 등에 대한 보조금, 금융 우대 조치, 해외 사업 구조조정,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등 11단계에 달하는 지원이 이뤄진다.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혜택이 다른 국가에 비해 뒤처지는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2014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국내로 돌아온 기업이 65개에 불과하다. 미국과는 다른 구조상 한계 때문이다. 우리 기업은 대부분 현지 수요나 국내외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위해 해외로 진출한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60%가 현지 수요에 부응하려고 그곳에 공장을 지었다. 미국 내 수요를 충족하고자 회귀하는 미국 기업과는 완전히 다른 입장이다.” 

-한국 기업의 국내 유턴을 막는 것은 무엇인가. 

“해외에 진출한 상당수 국내 기업은 외국 수요의 비중이 크다. 게다가 최근 보호무역이나 자국 산업 육성 정책이 일반화되는 상황이 한국으로 유턴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리쇼어링을 촉진하려면 경제 효율 면에서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굉장히 매력적인 이점이 있어야 한다.” 

-해외 기업들의 리쇼어링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 

“세계적으로 리쇼어링이 강조되는 상황이 우리 산업과 일자리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아 수출이 부진하면 해당 산업뿐 아니라, 관련 산업과 지역 경제에도 매우 심각한 타격을 줘 고용환경이 악화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조선 분야는 수출 비중이 높다. 내구소비재인 자동차만 해도 전체 생산에서 수출 비중이 60%를 넘고, 반도체와 조선은 거의 수출에 의존한다. 이런 업종이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 관련 산업은 물론, 지역의 각종 서비스업도 직격탄을 맞는다. 해외 기업의 본국 회귀를 국내 기업에 대한 리쇼어링 정책으로 보완하는 것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산업의 특성상 쉽지 않다. 해외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고용 조정 등 대책을 마련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시대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산업 및 일자리 구조를 바꿔나가야 한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 현장. [삼성전자]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 현장. [삼성전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속화할 세계적인 리쇼어링 정책, 더 나아가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GVC)의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는 산업의 지속 성장과 고용 안정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할까. 

“제조업은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관련 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적극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이익이 되도록 산업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리쇼어링 기업만을 대상으로 특혜를 주는 정책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산토끼를 잡는 것보다 집토끼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다. 현재 우리 기업은 최저임금 상승, 근로시간 단축 등 비용 상승 요소들에 직면해 있다. 인건비가 싼 해외로 나갈 수 없는 기업은 도산할 수도 있다. 이러한 조건에도 국내 생산이 가능한 환경을 정책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독일의 ‘인터스트리 4.0’이나 미국의 ‘제조 USA 전략’이 좋은 예다. 이는 생산 시스템의 스마트화를 통해 선진국의 비용 구조에서 제조 부문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제조 부문은 스마트화, 자동화, 효율화를 통해 고용을 최소화해야 할 수도 있지만 국내 제조업이 활발해지면 이와 연계된 기획, 연구개발, 마케팅 분야와 관련 산업에서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 삼성만 해도 가전이나 휴대전화 등을 거의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고 있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도 해외로 이전했지만 국내 고용 창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결국은 GVC를 전체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국내 브랜드 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들 국내 기업들이 GVC를 잘 활용해 세계 전체로 가치 창출 활동을 잘 배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요국의 리쇼어링 정책을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산업 환경으로 여기고 이를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이나 기업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다.”






주간동아 2020.05.15 1239호 (p22~25)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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