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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 왜 그렇게들 사시나요

3년 전 조사에서 ‘존재감 약하다’ 47%, 가족 분열 시대인 요즘 더 심해져

  • 지용근 지앤컴리서치 대표이사

아버지들, 왜 그렇게들 사시나요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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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공기나 물과 같다. 평상시에는 존재 가치를 잘 느끼지 못하지만 육체적으로 힘들어 크게 숨 한 번 쉴 때, 더운 여름날 물 한 모금 마실 때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가정도 마찬가지다. 가정은 그냥 ‘편한 곳’이다. 남에게 잘 보이려 꾸밀 필요가 없고 남과 겨뤄 이기려 할 필요도 없다. 

2017년 4월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가족’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시민들에게 질문했는데, ‘편안한’ 56%, ‘없어서는 안 될’ 52%, ‘힘이 되는’ 49%, ‘든든한’ 48%라고 응답했다(2017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 인식 차이 조사, 전국 19~69세 성인 남녀 1000명 온라인조사, 이하 통계자료는 본 조사 결과를 인용했음). 이 결과에서 보듯 가정은 언제나 내 존재의 버팀목과 같다.


생각이 다른 부모-자녀 세대

그런데 요즘 가정에선 그 위기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1인 가구 증가, 이혼율 상승, 동거 별거 등 가정 해체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위기는 가족 간 기대 불일치 혹은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다.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아 서로 소통하기가 쉽지 않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에 대해 부모는 42%, 자녀는 34%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소통이 잘 안 되니 부모는 자녀를 향해, 자녀는 부모를 향해 상대방이 ‘자기주장을 강하게 한다’며 섭섭해 한다. 부모는 자녀 세대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78%가 답했고, 자녀도 67%가 그렇다고 응답해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세대 갈등이 주로 발생하는 분야’가 어디인지 질문했는데, 부모와 자녀의 의견이 상이하게 갈렸다. 즉 부모는 ‘자녀의 생활습관/식습관’(51%), ‘소비 태도(돈 씀씀이)’(48%)를, 자녀는 ‘부모의 정치·사회 문제 인식’(44%),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40%)을 가장 많이 꼽아 두 그룹 간 인식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가족 간 이해 부족은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실제로 가정에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서로 간 이해 부족’이 38%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해 부족에 대한 지적은 특히 ‘아버지’에게 향해 있었다. 가정 내 아버지의 존재감에 대해 질문했는데, 47%가 ‘아버지의 존재감이 약하다’고 응답했다(그림1). 이 땅의 아버지들이 들으면 슬퍼할 일이다. 가족을 건사하려고 밖에서 모진 수모를 당하면서도 경제활동을 해온 아버지이지만 가족 구성원로부터는 그다지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존재감이 약한 가장 큰 이유로는 ‘아버지가 가족과 잘 소통하지 못함’이 36%로 1위였다(그림2). 아버지는 자녀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 집에서 별로 영향력이 없는 존재가 돼버린 것이다.




아버지들, 왜 그렇게들 사시나요
아버지의 약한 존재감은 자녀에게도 위기가 된다. 변화를 애써 외면하고 지금까지 해온 대로 가족을 바라본다면 가정의 위기는 줄어들기 어렵다.


행복한 인생의 지름길

고개숙인 아버지. [GettyImages]

고개숙인 아버지. [GettyImages]

전통적인 가족관과 가족관계가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가족 간, 특히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강한 믿음이 있다. 함께하는 시간은 부족해도 본질적으로 서로에게 깊은 신뢰가 있다. ‘자녀가 나를 전적으로 믿어준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72%, ‘부모님이 나를 전적으로 믿어준다’고 생각하는 자녀 역시 76%나 됐다. 부모와 자녀는 서로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의 감정을 갖고 있다. 부모는 자녀에 대해 ‘다른 집처럼 자녀 뒷바라지를 못 해 미안한 마음’(55%)이었고, 자녀 역시 ‘다른 집 자식처럼 부모님께 효도를 못 해 죄송한 마음’(68%)이었는데, 부모보다 자녀가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또 부모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에서 키웠더라면 자녀 인생이 지금보다 더 나았을 것이다’ 66%, ‘자녀에게 물려줄 재산이 없는 것이 미안하다’ 56%, ‘결혼까지 경제적으로 뒷받침할 자신이 없다’ 46%로 응답해 자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통계수치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한편 자녀는 ‘나는 부모님이 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했는지 잘 알고 있다’ 87%, ‘자녀를 위해 번 돈을 모두 쓰셨으니, 물려줄 재산을 기대하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74%로 응답해 부모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듯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은 생활습관이나 사회적 인식이 달라도 결국 신뢰로 연결되고, 이러한 신뢰는 부모의 69%, 자녀의 65%가 현재의 부모-자녀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응답으로 이어졌다. 즉 양쪽 모두 3명 중 2명 이상이 현재 부모-자식 관계가 다음 생에도 이어지기를 소망하고 있었다. 가족의 소중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정신과 의사이자 박사인 모건 스콧 펙은 저서 ‘아직도 가야 할 길(The Road Less Traveled)’에서 사랑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사랑이란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성장을 도울 목적으로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다.’ 다시 말해 사랑은 타인의 성장을 돕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의지라는 것이다. 사랑은 가만히 있다고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1인 가구 증가, 가정 해체 시대라고 하지만 지금보다 많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 좀 더 가족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자신을 희생하고 노력하는 것이 행복한 가정, 행복한 인생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주간동아 2020.05.15 1239호 (p36~37)

지용근 지앤컴리서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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