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39

2020.05.15

해군 따로, 공군 따로 놀면 최첨단 기동함대도 무용지물 된다

KDDX 개발 때 공군 자산 ‘눈’ 삼아 원거리 표적 공격할 수 있도록 해공군 협동 교전 능력 반드시 반영해야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0-05-0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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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대한민국 방위 사업청]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대한민국 방위 사업청]

    방위사업청은 4월 27일 제126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전투체계 개발 기본 계획안을 최종 의결했다. 2020년대 중후반에 등장하는 KDDX의 두뇌 역할을 할 전투체계가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되는 안(案)이 확정된 것이다. 

    이 계획안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대공전은 물론, 대함·대지·대잠·대탄도탄 작전이 가능한 전투체계를 개발하기 위한 사업자로 LIG넥스원 또는 한화시스템 가운데 1개를 선택해 올해 4분기에 약 67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KDDX 사업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것이다.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6척,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6척에 더해 6척이 건조되는 KDDX는 18척 체제로 완성될 한국형 기동함대의 핵심 전력이다. 당초 이 사업은 2019년부터 2026년까지 6척의 6000t급 구축함 확보를 목표로 추진됐지만, 한국형 호위함(FFG) 사업 진행과 세종대왕급 배치(Batch)-2 물량 3척 도입이 확정되면서 예산 부족으로 사업 착수가 연기돼 2030년에야 초도함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완전히 국산화된 최초 전투함

    KDDX는 선체부터 전투체계, 무장까지 동력원을 제외한 모든 구성 요소가 완전히 국산화되는 최초 전투함이 될 전망이다. 선체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 전투체계는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 치열한 경쟁을 준비 중이다. 레이더를 비롯해 주요 무장과 센서도 후보군이 좁혀지고 있다. 비용 대 효과, 후속 군수 지원 측면에서 국산화가 어려운 가스터빈과 디젤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구성 요소가 ‘Made in Korea’가 되는 셈이다. 

    KDDX는 이전 전투함과는 전혀 다른 사업 방식으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기존 건함 사업은 해군의 싱크탱크라 할 수 있는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와 전력분석시험평가단에서 위협 분석과 소요 제기, 작전요구성능(ROC)을 결정하면 함정기술처에서 구체적인 ROC와 탑재 장비를 선정해 설계를 주도한 뒤 조선소에 건조를 맡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러한 사업 진행 구조는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며 의사결정이 느린 군의 업무 진행 특성과 맞물려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아왔다. 경쟁이 치열한 업체 관계자들보다 해외 방산 동향에 대한 정보 입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장교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낸 결과물은 안정되고 검증되긴 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해외 선진국 군함보다 기술적으로 상당히 뒤떨어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세종대왕급 Batch-2 구축함만 해도 그렇다. 미국은 이지스 시스템의 핵심인 레이더 문제를 거론하며 SPY-1D(V) 레이더가 단종되니 차세대 이지스 레이더인 AMDR를 구매할 것을 권유했지만, 해군의 선택은 SPY-1D(V) 레이더였다. 결국 세종대왕급 Batch-2는 2025년 이후 전력화되는 이지스 구축함 중 유일하게 구형 레이더 장착 모델이 될 예정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 탓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로운 전투함을 획득해도 나오자마자 구식이 되고 만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해군은 KDDX 사업 방식을 아예 바꿔버렸다. 해군은 작전요구성능만 결정하고, 나머지는 업체가 알아서 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KDDX 사업 방식이 이렇게 결정되자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경쟁적으로 파격적인 설계의 KDDX 모형을 내놨다.

    스텔스 성능 극대화한 설계

    현대중공업은 DW8000이라는 설계안을 제시했다. 이 설계안은 고도로 스텔스화된 선체에 2가지 대역의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각종 전자장비가 통합마스트 안에 설치되며, 장비 대부분이 선체 내부에 매립 형태로 들어가 대단히 우수한 스텔스 성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전통적인 선형에서 벗어나 미국 줌왈트급과 비슷한 선수 디자인 및 콤팩트한 통합마스트를 채택해 스텔스 성능을 극대화한 설계를 제안한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설계안이 지난해 공개되자 여론의 찬사가 쏟아졌다. 공개 직후 낙후된 설계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한국형 호위함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KDDX는 아직 구체적인 성능이 공개된 바 없지만, 두 조선소가 제시한 설계안에는 군에서 요구했을 것으로 보이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추진 계통과 레이더, 그리고 무장이다. 우선 추진 계통은 대구급 호위함에서 선보인 하이브리드 추진 방식인 CODLOG(COmbined Diesel-eLectric Or Gas Turbine) 또는 완전 전기 추진 방식인 IEP(Integrated Electric Propulsion)가 유력하다. CODLOG는 저속으로 항해할 때는 디젤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모터를 가동하는 디젤-일렉트릭에, 고속으로 항해할 때는 가스터빈만 사용해 추력을 얻는 방식이고, IEP는 디젤 발전기로 전력을 생산해 전기모터로만 주행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기 추진 방식은 미국 줌왈트급이나 영국 26형 호위함 등 선진국의 차세대 전투함이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데, KDDX에 도입될 경우 군함 소음을 크게 감소시켜 적의 잠수함 위협으로부터 KDDX의 생존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KDDX의 핵심 장비 가운데 하나인 레이더는 미국 차세대 이지스 레이더인 AMDR에 버금가는 수준의 고성능 레이더가 준비되고 있다. 현재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이 제안한 KDDX의 레이더는 장거리 탐색용 S밴드와 정밀 추적용 X밴드를 모두 사용하는 듀얼 밴드 방식의 AESA 레이더에 적외선 탐색 추적 장치인 IRST가 통합된 형태다. 

    이 레이더는 지상 기반의 장거리 방공체계인 L-SAM에 적용된 위상배열 레이더를 바탕으로 개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L-SAM용 레이더가 항공기와 탄도미사일을 200~300km에서부터 탐지·추적해 15개 이상의 표적과 동시 교전할 수 있는 능력으로 개발되는 만큼, KDDX의 레이더 역시 이와 유사한 형태의 우수한 장거리 다목표 동시 교전 능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판 토마호크 미사일 장착

    KDDX의 무장체계는 ‘Made in Korea’로 도배된다. KDDX에는 전방 48셀, 후방 16셀의 신형 한국형 수직발사체계(KVLS-II)가 설치될 예정이다. KVLS-II는 현재 한국형 구축함에 설치된 KVLS보다 면적은 180%, 길이는 120%, 무장 탑재 중량은 185% 증가한 대형 수직발사체계로 대공·대함·대잠·대지 무장 모두 한국산이 들어간다. 

    함대공 무기체계로는 L-SAM의 해상형과 해궁이 준비되고 있다. L-SAM 해상형은 사거리가 최소 160km 이상으로, 항공기는 물론 전술 탄도미사일 요격도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사거리가 20km급인 해궁은 근접한 적의 대함미사일과 항공기, 무인 항공기(UAV) 등을 요격하는 단거리 방공체계다. L-SAM 해상형은 KVLS-II 1셀에 1발, 해궁은 1셀에 4발이 들어간다. 

    함대함 무기체계로는 현재 개발 완료 단계로 알려진 한국형 초음속 함대함미사일이 탑재될 예정이다. 러시아 야혼트(Yakhont) 미사일을 참고해 개발 중인 이 미사일은 마하 3~4의 비행 속도에 최대 사거리가 300~500km급으로 알려졌으며, 관통 탄두를 적용해 단 1발로 적의 대형전투함을 수장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으로 전해졌다. 

    대잠 무기로는 홍상어, 지상 타격용 무기로는 해성-2로 불리는 아음속 순항미사일이 탑재된다. 해성-2는 그동안 현무-3C 또는 천룡 등으로 알려진 함대지 순항미사일로 최대 사거리가 1500km급에 달하는 한국판 토마호크 미사일이다. 

    이처럼 KDDX는 기존 한국형 구축함과는 차원이 다른 막강한 성능의 전투함으로 등장할 예정이지만,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바로 공군 등 타군 자산과 연계된 협동 교전 능력이다. 현재까지 흘러나온 정보만 놓고 보면 KDDX는 자체 레이더와 센서를 이용해 적을 탐지·추적하고 교전하는 군함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해군 함정은 2차원 공간인 바다에서 활동한다. 군함 레이더에서 방사되는 전파는 직진하고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사각지대가 커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은 E-2D 조기경보기는 물론, F-35 전투기까지 묶어 해군 함정의 눈으로 활용하는 해군 대공전 통합화력통제(NIFC-CA: Naval Integrated Fire Control- Counter Air)를 발전시키고 있다. 3차원 공간을 움직이는 항공기가 군함이 볼 수 없는 먼 거리의 표적을 보면서 군함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표적으로 유도하는 협동 전투 개념을 만들어낸 것이다. 덕분에 미국과 일본 이지스함은 400km 밖의 작은 표적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척당 1조 원 들어가는 사업

    문제는 이러한 NIFC-CA를 구현할 수 있는 조기경보기는 E-2D뿐이고, 한국에는 E-2D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이 구매한 E-737 조기경보기 4대는 예산 부족 탓에 주요 옵션을 뺀 ‘깡통’이다. E-2D가 탄도미사일 탐지와 추적, 요격미사일의 중간 유도까지 가능한 것과 달리 E-737은 탄도미사일 탐지만 할 수 있다. 해군 함정과 실시간 데이터 링크 및 미사일 중간 유도 지원 같은 협동 작전은 불가능하다. 

    군 당국은 이제 막 사업 승인이 난 KDDX의 전투체계 개발에 해공군 협동 교전 능력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공군의 E-737 조기경보기와 전투기들은 해군 구축함 함대공미사일의 눈이 돼줄 수 있어야 하고, 해군 구축함은 공군 자산을 눈으로 삼아 원거리 표적을 공격할 수 있어야 한다. 

    KDDX의 전투체계는 이제 시작됐다. 초도함이 나오기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척당 1조 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완성도 높은 군함을 만들어내기 위해 해군과 공군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진정한 합동 능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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