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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인사 후유증에 밀레니얼이 ‘쿨’한 이유

  • 박한규 자유기고가

연초 인사 후유증에 밀레니얼이 ‘쿨’한 이유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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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에 곧잘 비유되는 직장생활이지만 폭을 넓혀 보면 거기에도 늘 크고 작은 변화가 있다. 특히 연초가 되면 소속 부서나 담당 업무에 변화가 생기기도 하고 근무지나 동료, 상사가 바뀌기도 한다. 흔하지는 않지만, 아예 직장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크고 작은 변화는 은퇴할 때까지 20~30년이라는 긴 시간에서 중요한 좌표로 기능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크고 작은 변화를 모두 잠재우고도 남는 완결판이 있으니, 바로 승진이다. 소속 부서, 담당 업무, 근무지, 동료나 상사 등이 전혀 바뀌지 않더라도 내 위치가 바뀌면 이 모든 것의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승진이야말로 직장생활의 최대 관건이 아닐까 한다.


“승진 안 해” 세태

최근 조사에 의하면 직장에서 30년 이상 근무(53.5%)와 최소 부장급까지 승진(35.1%)을 기대한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엄혹해 50세가 되면 대부분 직장을 떠나고 부장 승진 확률을 임원 승진 확률의 10배로 잡아도 7%에 불과하니 그들의 기대는 그야말로 ‘임 생각’이 될 개연성이 크다. 더구나 다른 조사에서는 고속 승진의 기회가 오면 거절할 것이라는 응답이 20.9%였는데, 온라인 취업포털의 조사 결과라 비교적 젊은 응답자가 대다수였을 것이라 고려하면 상당히 순진하다고 평가하고 싶다. 

필자는 행인지, 불행인지 30년 동안 일곱 군데 직장에서 말단부터 관리자, 임원, 그리고 최고경영자(CEO)까지 경험했고, 근무지도 서울에서 가장 오래 일했지만 짧게는 1년 반, 길게는 6년까지 전남 여수, 경남 창원시 진해, 경북 김천을 거쳤으니 변화가 아니라 격변의 세월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일반적 의미의 승진은 첫 직장 12년 동안 3번이 전부다. 대리 승진이야 사병 계급처럼 영창만 거치지 않으면 자동으로 주는 것이니 별 기억이 없고, 차장 승진은 외환위기의 격동기에 극소수 동기 승진자보다 1년 늦었으니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1995년 봄 과장 승진은 아주 특별했다. 당시 담당 업무가 광고였는데, 광고 대행사에서 보내준 꽃다발을 들고 버스를 타는 것이 전혀 쑥스럽지 않았을 만큼 흥분되는 일이었다. 

필자와 비슷한 연령대의 주변 사람들도 임원이나 과장 승진을 가장 의미 있는 일로 꼽았고, 또 최근 경향도 달라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1990년대 초반 기업들이 조직을 팀제로 바꾸기 전까지 과장은 결재 권한을 가진 관리자였다. 팀제로 바뀌면서 대부분 ‘부(장)’가 ‘팀(장)’이 됐고, 그렇게 고착됐으니 이제 과장이라고 해봤자 관리·감독권이 없는 살아 있는 화석일 뿐인데도 여전히 그 기분만은 전승되는 이유는 ‘장(長)’이라는 글자의 마력과 사실상 첫 경쟁을 통과했다는 승진의 가장 본질적 의미 때문이라고 본다. 

세태가 얼마나 변했을까마는, 그 시절에는 ‘승진 첫해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었다. 갓 승진한 이들은 의욕에 불타 잘 다독거리지 않으면 사고를 친다거나, 힘들고 고된 일을 마구 시켜도 씩씩하게 잘해내는 시기니 잘 활용하라는 뜻이다. 무엇이 이들을 불붙은 섶으로 날아드는 부나비로 변신하게 하는가.




물불 가리지 않았던 승진 첫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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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매슬로(Maslow)의 욕구단계설을 적용해보면 승진은 반드시 급여 인상을 수반하니 △1단계의 생존 욕구는 물론이고 △의미 있고 강한 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는 3단계 애정 욕구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느끼고자 하는 4단계 존중 욕구 △ 5단계 자기실현 욕구까지 두루 만족시키는 종합선물세트이자 만병통치약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연봉제 조직에서 관리자급 이상은 대부분 매년 연봉인상률이라는 성적표를 받는다. 이는 학년별 성적표를 무색하게 하는 종합성적표의 효과를 드러낸다. 연봉은 대부분 공개를 금지하기에 주위에서 알 길이 없지만, 수년간 누적분인 종합성적표는 승진과 탈락이라는 극명한 결과로 만천하에 공개되니 그 위력은 메가톤급이다. 이러니 승진이야말로 경영자에게는 조직 구성원을 운용하는 최고 도구이고, 직장인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당근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수준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적절한가. 조직은 높은 수준의 목표를 더 빨리 달성하기 위한 일과 사람의 효율적 결합이고,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요소는 인력과 돈(예산), 그리고 권한이다. 관리자는 조직이 부여한 권한으로 예산과 인력(일)을 적절히 배분하며 담당 조직을 이끌어간다. 무릇 조직에 몸담았다면 이 관리자 권한을 한 번쯤 손에 쥐어봄 직하다. 바다를 본 적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물에 대한 인식이 다를 수밖에 없고, 또 위에서만 보이는 것이 있게 마련이니 말이다. 원대한 꿈은 가슴을 울렁이게 하지만 실패했을 때는 좌절감도 크다. 낮은 수준의 목표는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지 못해 어두운 밤길을 밝히기에 역부족이다. 딜레마다. 그래도 자신이 정한 목표는 필요하다. 

‘파레토 법칙’은 조직에서도 그대로 작동해 상위 20%가 업무와 성과에서 80% 비중을 차지한다고 본다. 그런데 웹 2.0시대에는 다른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이것을 ‘롱테일 법칙’이라고 한다.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은 인터넷 기반 환경에서는 하위 80%의 중요도가 이전처럼 20%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대변혁이 만들어낸 결과로 당연히 조직문화에도 영향을 미칠 테고, 더구나 인터넷을 제대로 경험한 첫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는 조직을 완전히 다르게 볼 수 있다. 그들에게는 적정 승진 목표는 고사하고 승진의 의미마저 완전히 바뀌지 않을까 싶다.


‘롱테일 법칙’ 속 밀레니얼 세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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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시인은 시 ‘꽃’에서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불러달라고 하면서 서로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고 했다. 꽃은 저마다 빛깔과 향기를 지니지만, 자리를 놓고 다투지 않는다. 어느 꽃의 빛깔과 향기가 더 나은지는 지극히 주관적이거나 상황에 따라 바뀐다. 내가 그에게 이름을 불러줬듯, 그 역시 나에게 알맞은 이름을 불러줘야 서로에게 꽃도 되고 의미도 남는 법이다. 서로에게 잊히지 않는 (좋은) 의미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세상사가 꼭 바라는 대로 되지는 않는다. 어떤 의미가 될지는 서로가 어떤 이름을 불러주느냐에 달렸다. 결코 일방적이지 않다. 승진이 직장생활의 이정표고, 지난 시간에 대한 성적표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이정표와 성적표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당사자의 몫으로 ‘직장관’이 기준이다. 직장인은 누구나 자신만의 빛깔과 향기를 가진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즐겁게 일하는 것이 우선이다.


박한규는… 자유기고가로, 1988년부터 31년간 대기업, 중소기업, 공무원, 외국 회사, 공공기관 등 7개 직장을 경험했다.






주간동아 2020.01.17 1223호 (p32~34)

박한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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