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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정통으로 전통을 현대화하다

세대 초월 트로트 붐 몰고 온 송가인

정통으로 전통을 현대화하다

송가인(왼쪽)과 윤민수가 ‘님아’를 열창하고 있다. [Mnet ‘더 콜 2’ 캡처]

송가인(왼쪽)과 윤민수가 ‘님아’를 열창하고 있다. [Mnet ‘더 콜 2’ 캡처]

Mnet의 예능프로그램 ‘더 콜’은 컬래버레이션을 테마로 한다. 색깔이 다른 가수들이 팀을 이뤄 짧은 시간 안에 신곡을 선보인다. 지난해 5월부터 방영된 이 프로그램에는 그동안 쟁쟁한 가수가 출연했다. 김범수, 김종국, 신승훈, 휘성, 블락비의 태일, 비와이, 거미, 타이거 JK 등 이름과 실력을 겸비한 이들이었다.
 
8월 30일 송가인이 출연했다. 그는 윤민수, 치타와 함께 신곡 ‘님아’를 불렀다. 이 영상은 하루 뒤인 31일 유튜브에 공개됐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9월 3일 현재 조회수는 약 133만 회를 상회한다. ‘더 콜’ 관련 동영상 중 최단 기간 100만 뷰를 돌파했다. 

앞서 말한 출연자들에 비해 송가인은 경력도, 누적된 지명도도 부족하다. 트로트라는 장르 특성상 이런 프로그램의 주된 시청자인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이런 기록을 세웠다. 

물론 음악이 색다르다. 파워풀한 윤민수의 목소리와 치타의 랩에 송가인의 절창이 얹힌다. 편곡도 현대 대중음악과 국악을 고루 섞었다. 누군가 유튜브 동영상에 ‘올림픽 개막식을 보는 것 같다’는 댓글을 남겼다. 음악성의 힘일까. 물론 그렇다. 하지만 이 답이 기록적인 조회수의 모든 걸 설명하지는 못한다. 나머지를 채우는 것, 그것은 올해 대중음악계에 말 그대로 혜성처럼 나타난 송가인의 존재감이다.


‘양산형 음악’이 된 트로트

트로트는 마이너 장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 음악산업백서’에 따르면 트로트를 즐겨 듣는 이의 비중은 전체 장르 가운데 9위다. 인디음악, 록/메탈에도 밀린다. 연령대별 선호도 조사 또한 50대 이상에서야 간신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장 구조도 여타 장르와 다르다. 스트리밍, 다운로드, 음반 등 일반적인 음악 소비 매체에서도 트로트의 비중은 지극히 미미하다. 스트리밍 시장에서 트로트 비중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음반 역시 온라인 스토어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팔리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니 트로트는 ‘행사’에 의존하는 장르다. 장윤정에게 괜히 ‘행사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니다. 적어도 트로트는 어떤 성격의 행사건 쉽게 먹힌다. 자신의 히트곡이 있으면 좋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된다. ‘내 나이가 어때서’ 같은 노래를 트로트 창법으로 부르기만 하면 일정 정도의 현장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섭외하는 이도, 행사장을 채운 사람들도 트로트 가수에게 스타성이나 음악성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분위기를 띄우는 용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정이 이러니 2010년대 트로트는 ‘양산형 음악’이 됐다. 기대할 수 있는 성공의 범위가 작으면 뛰어드는 사람도 없는 법. 비슷비슷한 목소리의 가수가 비슷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비슷한 기존 곡을 부르며 지역의 군소 행사를 도는 이상한 생태계가 형성됐다. 대부분은 매니저도 한 명 없이 혼자 대중교통을 타고 행사장을 돈다. 

장르별로 그해에 평가할 만한 음악을 선정, 시상하는 한국대중음악상에 종종 제기되는 문제가 있다. 왜 트로트 부문은 없느냐는 것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말했듯이, 트로트계의 상황이 이렇기 때문이다. 

2월부터 5월까지 종합편성채널 TV조선에서 방영된 ‘내일은 미스트롯’(미스트롯)의 초반 모습이 트로트의 현 모습을 잘 보여줬다. TV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야릇한 화장과 야릇한 옷을 입은 출연자의 노래는 때로 실소를 자아냈다. ‘이러니 트로트가 고인물이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려던 찰나, 이런 선입견을 박살내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장윤정부터 홍진영까지

‘내일은 미스트롯 효콘서트-인천’의 출연자들(위). ‘내일은 미스트롯 효콘서트-인천’ 리허설에서 노래 부르는 송가인. [뉴스1]

‘내일은 미스트롯 효콘서트-인천’의 출연자들(위). ‘내일은 미스트롯 효콘서트-인천’ 리허설에서 노래 부르는 송가인. [뉴스1]

그것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1980년대까지의 정통 트로트 가수의 소리였다. 도식화된 잔재주보다, 타고난 성량과 음역대를 바탕으로 목소리를 마음대로 비틀고 꺾는 힘이었다. 예전 표현법을 빌자면 ‘한이 맺힌 목소리’ ‘구성진 음색과 흥이 넘치는 호흡’ 같은 방식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정통 중 전통이었다. 그때 함께 출연했던 가수들의 이름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오직 송가인만 기억할 뿐이다. .

이미 잘 알려졌다시피 송가인은 전남 진도 출신이다. 진도씻김굿 중요무형문화재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중학생 때부터 판소리를 시작, 중앙대에서 판소리를 전공했다. 판소리 대회에서 화려한 수상 경력을 쌓던 중 2012년 본명인 조은심으로 데뷔했다. 2017년 송가인으로 개명, ‘거기까지만’이 담긴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뭐, 특별한 기록은 아니다. 

이때까지도 송가인의 상황은 여타 트로트 가수들과 다름없었다. 대기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던가, 코디가 없어 직접 화장을 했다던가 하는 에피소드는 대다수 트로트 가수에게는 일상이다. 적어도 ‘미스트롯’에 첫 출연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 프로그램은 오직 장윤정에게만 허용됐던 ‘트로트계의 신데렐라’라는 호칭의 대관식이나 마찬가지였다. 장윤정을 비롯한 모든 심사위원의 상찬이 이어졌다. 오디션프로그램의 흔한 상찬이 아니었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증명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송가인에게 붙는 수식어가 늘어났다. ‘아재들의 BTS’라는 말은 그 백미일 것이다. 

송가인 이전, 트로트계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노래는 윤일상이 만들고 김연자가 부른 ‘아모르 파티’다. 2013년 발표된 이 노래는 2016년 KBS 1TV ‘열린음악회’에 김연자가 출연하며 뒤늦게 인기를 얻었다.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과 트로트를 절묘하게 결합했던 게 주효했다. 윤일상은 이미 1990년대부터 영턱스클럽의 ‘정’ 같은 노래들을 통해 최신 댄스 음악과 트로트를 잘 결합한 바 있다. 

‘아모르 파티’는 2000년대 이후 대중에게 어필한 트로트의 계보를 잇는 곡이기도 했다. 장윤정에서부터 홍진영에 이르는 이른바 세미트로트 말이다. 즉 장윤정 이후 트로트의 현대화를 추구하는 흐름이 존재했고, 이 흐름을 잘 살린 가수만이 간헐적이나마 트로트라는 변방으로부터 주류에 진입할 수 있었다.


송가인의 차별성

가수 장윤정(왼쪽). ‘아모르 파티’를 열창하는 김연자. [뉴시스, 뉴스1]

가수 장윤정(왼쪽). ‘아모르 파티’를 열창하는 김연자. [뉴시스, 뉴스1]

송가인은 이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미스트롯’에서 부른 노래들을 포함해 그가 발표했던 곡들이나 다른 프로그램에서 부른 노래들은 이른바 전형적인 ‘뽕짝’이다. 누군가는 ‘우리의 음악’이라고 주장했지만 대부분은 ‘촌스러운 구닥다리’라고만 여겼던, 장르 아닌 장르 말이다. 

모두가, 심지어 행사장을 누비며 트로트를 부르는 가수조차 뽕짝을 외면할 때, 송가인은 마치 박물관에 소장된 유성기 음반에서 꺼내온 듯한 목소리로 정통 트로트를 불렀다. 어떤 세대에게는 어릴 때부터 들어오던 음악이고, 어떤 세대에게는 태어나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음악이다. 이것은 LP반에 대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인식 차와도 같다. 기성세대가 LP반을 추억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반면, 젊은 세대는 경험해보지 못한 음악 매체로 여기는 현상 말이다. 

한국 트로트는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엔카와 판소리의 융합으로 형성됐다. 그 원형에 대해 갑론을박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송가인은 보기 드물게 판소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트로트에 정통성을 더한다. 그것은 흉내가 아니다. 계승이자 재현이다. 

과거 트로트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대중의 감각이 지금보다 촌스러워 그리도 많이 트로트를 들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트로트를 부르기에, 그 곡조와 리듬을 잘 살리기에 적합한 가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동시대와 결합한 세미트로트가 아닌, 정통 트로트로 승부하기에 송가인이 세대를 초월한 반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송가인의 유튜브 동영상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팬의 댓글도 달린다. 아마 우리가 아프리카나 중동의 전통 음악을 제대로 소화하는, 현지 가수의 노래를 들을 때와 비슷한 심정일 테다. 송가인은 정통으로 전통을 현대화하고 있다. 나는 이 인기가 짧은 시간 지나가고 말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 않는다.






주간동아 2019.09.06 1205호(창간기념호①) (p114~116)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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