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튀어 오르는 현무-2B 먼저 개발하고도 북 KN-23 개발 막지 못한 대한민국

INF 폐지로 ‘핵 대 핵’ 대결에 들어가는 한반도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입력2019-08-05 08: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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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북한 언론매체들이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발사 장면. [노동신문]

    5월 북한 언론매체들이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발사 장면. [노동신문]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나게 쏘아 올리고 있는 단거리미사일의 유형 이름인 이스칸데르는 옛 마케도니아 영웅인 알렉산더 대왕의 다른 이름이다.
     
    1987년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은 사거리 450km 이하 단거리탄도미사일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그리고 항공기에서 투하하는 핵폭탄을 제외한 모든 핵무기를 없애는 ‘INF(중거리핵전력조약)’를 맺었다. 그리고 미국은 미사일방어(MD)체계 개발에 전력을 기울여 지금은 러시아는 물론이고 중국과 북한이 쏘는 ICBM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다. 

    미국 처지에서 대한민국과 괌은 전방이다. 미국은 그곳에 전개해놓은 미군과 자산을 가상 적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지켜내고자 MD체계에 속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패트리엇 등을 배치했다. 한반도와 일본 열도가 있는 서북 태평양에는 역시 MD체계에 속하는 SM-3를 탑재한 이지스함을 9척 투입해놓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에게도 ‘방탄 헬멧’을 씌운 것이다.

    ‘물수제비뜨는 미사일 개발하자’

    7월 25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한은 이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자 “남조선 당국자는 오늘의 평양발 경고를 무시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신문]

    7월 25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한은 이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자 “남조선 당국자는 오늘의 평양발 경고를 무시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신문]

    미국은 INF대로 사거리 450km 이하 탄도미사일인 ATACMS(에이타킴스·육군 전술 미사일 시스템)를 개발했다. 미국은 MD체계를 개발하고 있었으니 정확도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에이타킴스를 설계했다. 소련에서 분리돼 나온 러시아는 경제가 무너졌기에 MD체계를 구축할 수 없었다. 이에 MD체계를 뚫을 수 있는 단거리탄도미사일 개발을 목표로 세웠다. 러시아는 하늘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물수제비’ 현상에 주목했다. 

    납작한 돌을 비스듬한 각도로 세게 던지면 수면에 부딪혀 튀어 오르는 것을 거듭하다 속도와 각도가 떨어지면 입수(入水)한다. 고속으로 떨어지는 물체에겐 공기도 수면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공기는 내려올수록 밀도가 높아지니 물수제비 현상은 낮은 고도에서 더 잘 일어날 수 있다. 

    탄도미사일은 탄두부와 이를 올려주는 로켓으로 구성된다. 연소를 끝낸 로켓은 상승하는 탄두부에 부담을 주니 자동으로 떨어져나가도록 설계된다. 혼자가 된 탄두부는 로켓이 밀어준 타력으로 상승하다 꼭짓점에 이르면 지구 중력에 이끌려 하강한다. 자유낙하를 하는 것인데, 이때 물수제비 현상이 일어나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니 모든 탄두부는 물수제비 현상을 일으키지 않도록 제작된다. 



    러시아는 거꾸로 가기로 했다. 탄두부에는 작은 날개가 달려 있다. 탄도미사일 발사자는 무선으로 이 날개를 움직여 낙하에 들어간 탄두부가 정확히 표적에 떨어지도록 유도한다. 러시아는 이 날개를 크게 움직여 탄두부의 하강 각도를 키우기로 한 것. 그러자 탄두부가 물수제비 현상을 일으키며 튀어 올라 더 멀리 날아갔다. 사거리 450km짜리가 600여km까지 날아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번 날개를 조작하면 다시 튀어 오른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러나 세 번 이상 튀어 오르면 탄두부의 속도가 너무 떨어져 표적 근처에 있는 미국 패트리엇 미사일에 의해 요격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따라서 한 번 튀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하면 두 번까지 튀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미국 MD체계는 3층으로 방어한다. 적이 쏜 ICBM은 대기권 바깥으로 올라가 날아오는데, 이를 격추하고자 대기권 바깥까지 올라가는 것이 이지스함에서 발사하는 SM-3다. SM-3의 요격을 피해 미국 상공으로 떨어지게 되는 탄두가 있으면 먼저 사드로 요격하고, 실패하면 최신형 패트리엇 미사일인 PAC-3로 격추한다.

    소리 없이 현무-2B 개발한 대한민국

    북한이 5월 9일 발사해 이튿날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발사 모습(왼쪽)과 한국이 개발한 현무-2B 발사 장면. 한국은 10년도 더 전에 튀어 오르는 비행을 하는 현무-2B를 개발해 실전배치했다. 두 미사일의 외형이 매우 흡사한 것을 알 수 있다. [노동신문, 국방부]

    북한이 5월 9일 발사해 이튿날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발사 모습(왼쪽)과 한국이 개발한 현무-2B 발사 장면. 한국은 10년도 더 전에 튀어 오르는 비행을 하는 현무-2B를 개발해 실전배치했다. 두 미사일의 외형이 매우 흡사한 것을 알 수 있다. [노동신문, 국방부]

    미국 처지에서 전방인 대한민국이나 괌에 전개돼 있는 미군 세력이 ICBM 공격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그곳에는 사드나 PAC-3만 배치해놓았다. 미국은 사드와 PAC-3 기술을 동맹국에게도 수출하지 않으려 한다. 둘과 비슷한 기능을 가졌다고 평가되는 러시아의 무기가 S-400인데, 러시아는 돈이 궁한 탓인지 이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한국은 S-400 기술을 토대로 사드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L-SAM, PAC-3와 비슷한 천궁을 개발하고 있다. 

    이스칸데르를 개발하던 러시아는 그 기술도 수출했다. 한국은 수입한 바 없다고 주장하지만, 정보세계에서 한국은 이스칸데르 기술을 들여온 국가로 알려져 있다. 공식적으로는 단 한 번도 발표한 적이 없지만 한국이 개발한 현무-2B는 튀어 오르는(도약) 비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러시아 이스칸데르보다 먼저 현무-2B를 개발해냈다. 

    러시아는 모두 7종의 이스칸데르를 내놓았는데, 그중 한 종은 핵탄두를 실을 수 있을 정도로 탄두부가 큰 것이 특징이다. 한국이 현무-2B를 실전배치하고 10년 이상 지난 지금, 북한이 이스칸데르형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 성공으로 북한은 두 가지 난제를 해결했다. 첫 번째는 고체로켓 미사일의 확보다.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은 액체연료 엔진을 탑재했다. 따라서 발사 직전 액체연료를 주입해야 하는데, 정찰 활동으로 그 사실을 알면 한미연합군은 선제공격으로 이들을 초토화할 수 있다. 한국이 개발한 미사일은 전부 고체연료 로켓을 탑재한다. 고체연료는 주야장천 로켓 안에 들어가 있으니 한국군은 언제든 급작사격이 가능하다. 북한이 다수의 미사일에 액체연료를 주입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면 한미연합국은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데, 이 능력이 바로 ‘킬체인’이다. 

    두 번째는 북한 미사일이 한국의 정교한 레이더망을 속일 수 있게 된 것이다. 5월 4일과 9일 대한민국은 북한이 쏜 미사일 때문에 뒤집어졌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것은 바로 알아차렸으나 낙하하던 그 미사일의 탄두가 튀어 오르는 바람에 놓쳐버린 것. 이 때문에 한국군은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고 하지 못하고 “불상(不詳)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밝혀 큰 지탄을 받았다. 

    그때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언론은 곧바로 이 미사일의 사진을 게재했는데 이스칸데르와 모양이 매우 비슷했다. 이에 눈치 빠른 사람은 ‘북한이 현무-2B처럼 도약(bounce)이 가능한 미사일을 개발했다’는 것과 ‘한국군 레이더부대는 이 미사일의 탄두부가 튀어 오르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해 놓쳐버렸다’고 짐작했지만,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레이더가 놓쳐버리면 사드나 PAC-3로 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L-SAM과 천궁 개발에 주력하던 한국군에는 당연히 비상이 걸렸다. 한국 레이더가 놓친 불상 발사체의 최종 궤적은 미국이 잡아줬다. 동해를 감시하던 미국 정보망에 자동으로 수록된 이 궤적을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찾아낸 것이다.

    한국이 놓친 북 미사일 궤적 찾아준 美·日

    자유낙하하다 바운스(bounce·튀어 오르기)를 하는 북한 KN-23 탄두의 궤적을 설명하는 그림. [동아DB]

    자유낙하하다 바운스(bounce·튀어 오르기)를 하는 북한 KN-23 탄두의 궤적을 설명하는 그림. [동아DB]

    그러한 한국군이 7월 25일 또 뒤집어졌다. 그때 한국군은 정찰활동으로 전날부터 북한이 이 미사일을 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북한 미사일이 어떻게 튀어 오를 것이라는 계산도 해놓은 채 기다렸다. 그런데도 낙하 중 튀어 오른 이 미사일의 탄두부를 놓쳐버렸다. 이 탄두부의 최종 궤적은 일본이 잡아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따라 우리 측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하니 국방부 측은 일본과의 갈등을 이유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를 거론하는 여당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본다. 

    이 사건은 국가정보원(국정원)도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이스칸데르 기술을 도입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을 보여준다. 알았다면 국정원은 어떻게 해서든 차단 공작을 했을 것이고, 그 일이 여의치 않다면 국방부에 알려 대응책을 마련하게라도 했을 텐데, 이를 전혀 하지 못했다. 북한의 성공으로 사태가 심각해지자 국방부는 국민을 안심시키려고 ‘우리 군도 바운스가 되는 미사일을 갖고 있다’는 내용을 흘리려 한다. 

    북한이 아직 이 미사일의 이름을 밝히지 않아 한미연합군은 KN-23으로 명명해놓았다. KN-23은 한국군이 보유한 미국 에이타킴스처럼 단거리탄도미사일이니, 미국은 이 미사일 개발에 전혀 시비를 걸지 않는다. 유엔도 제재를 가하지 않을 듯하다. 북한은 미국과 유엔의 추가 제재를 피하면서 한국을 꼼짝 못 하게 하는 전략무기를, 한국의 눈을 속여가며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한 관계자는 “지난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과 4·27 판문점 정상회담, 9월 평양정상회담이 우리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려는 속임수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남북관계가 너무 유화적이었고, 국정원은 남북대화에 다걸기를 하고 있었으니, 북한이 이스칸데르형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도 이를 중요하게 보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의견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은 소망적 사고와 집단사고에 젖어 중대한 ‘정보의 실패’를 하고 있었던 것이 된다. 

    미국은 8월 1일부로 INF가 폐기된다는 점을 이용해 북한에 대한 대비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수소폭탄까지 시험한 북한이 단시간에 비핵화를 할 리 없으니 한국과 일본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한일과는 핵공유(nuclear sharing)를 해야 한다는 미 국방대의 주장이 나온 것이 좋은 사례다. INF가 폐지됐으니 미국은 토마호크 등 순항미사일은 물론이고 에이타킴스 같은 단거리탄도미사일에도 핵탄두를 붙일 수 있다. 1987년 이후 폐기한 퍼싱-2 중거리탄도미사일도 좀 더 발전한 형태로 내놓을 수 있다.

    알렉산더의 공세를 막을 비책은?

    핵 대 핵으로 미국이 대응하면 북한은 KN-23 시험발사로 대응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을 볼모로 잡겠다는 표현이니 남북관계는 험악해진다. 북한이 KN-23의 실전배치를 서두른다면 한국은 킬체인과 L-SAM·천궁을 양축으로 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인 KAMD, 그리고 한국형 대량응징보복 능력인 KMPR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는 남북이 군비경쟁에 들어가는 것이라 9·19 군사합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문제에 대해 노선 수정을 검토해야 하는 사안인 것이다. 

    북한은 핵실험을 끝낸 대신, KN-23의 성능을 개량하는 시험발사를 거듭해 미국과의 마찰은 최소화하면서 한국을 남남 대립으로 빠져들게 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현무-2B를 먼저 개발했음에도 핵이 없기에 북한에 밀리는 형국이 될 공산이 커진 것이다. 한국은 알렉산더의 공세에 맞서 역전시킬 능력을 갖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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