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분양가 상한제와 지방 부동산의 앞날

빅데이터 키워드로 보는 하반기 부동산 전망 ②

  • 하우스노미스트

    johns15@hanmail.net

    입력2019-07-2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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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개포동 시영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뉴스1]

    서울 강남구 개포동 시영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뉴스1]

    여름은 전통적인 부동산 비수기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추가 규제 카드를 내놓아 부동산시장이 떠들썩하다. 서울 집값의 작은 파고에 정부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아니면 다시 박차고 상승할 매수 심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일까. 이 문제는 올해 말 서울 집값의 흐름으로 판가름 날 것이다. 

    하반기 최대 변수로 떠오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갑론을박의 ‘말’들은 잠시 내려놓고 ‘데이터’로 따져보자. 현재 서울 아파트의 가격 구조를 데이터로 꼼꼼히 살펴보면 분양가 상한제의 여파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서울 이외에 최근까지도 약세장을 보인 지방 부동산의 하반기 흐름을 빅데이터 키워드로 전망해보자.

    [키워드 1]  풍선만 키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국토교통부(국토부)는 ‘민간택지’로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하는 근거로 최근 1년 동안 12%나 급등한 서울 분양가를 꼽는다. 그러나 서울 분양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2017년 3월부터 강남 4구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주변 시세 수준’으로 철저히 관리해왔다. 덕분에 최근 HUG에서 발표한 5월 서울 민간아파트 3.3㎡당 분양가는 2569만 원으로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인 2532만 원과 별반 차이가 없다(그래프1 참조). 물론 실거래가 통계는 30년 넘은 ‘초고령 아파트’까지 포함한 수치다. 갈수록 희소해지는 서울의 새 아파트를 고려하면 2569만 원이라는 분양가는 결코 비싼 수준이 아니다. 분양가가 비싸서 시중 아파트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신규 아파트의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안정되지 않는 것이다. 갈수록 심화하는 ‘주택 고령화’라는 공급 구조 때문에 새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고 ‘가격 쏠림’ 현상도 강화되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 확대 발표로 시중에 회자되고 있는 우려는 ‘새 아파트 공급 부족 → 젊은 주택(입주 5년 이내)과 중년 아파트(입주 6~10년)의 동반 가격 상승’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규제는 결국 시장 참여자들에게 불확실성만 심어줘 ‘확실한, 혹은 똘똘한 하나(absolute one)’만 바라보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똘똘한 한 채’ 욕구에 따른 ‘서울 독주’ 현상이 그것이다. 

    이 와중에 이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서울’에서 범위를 더 좁혀 서울의 ‘젊은 주택 또는 중년 주택’으로의 쏠림 현상을 강화할 것이다. 2019년 서울은 이미 고령 주택, 젊은 주택 할 것 없이 저점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중년 주택 이내의 ‘확실한 하나’를 향한 유동성 쏠림이 확산된다면 어떻게 될까. 과거 시세 8억 원이던 입주 10년 차 아파트가 4년 만에 16억 원이 되고, 현재 회자되는 우려대로 10%나 상승해 18억 원이 됐다고 가정해보자. 또 10%가 오르고 올라 20억 원을 넘어 무한히 상승할까. 역사상 어떤 상승 사이클도 무한대로 확장되는 경우는 없었다. 단지 ‘무한히 확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버블을 만들고 패닉을 가져올 뿐이었다. 지금 당장 공급 부족으로 젊은 주택뿐 아니라 중년 주택으로까지 유동성이 쏠린다고 쳐도, 몇 년 후면 중년 주택도 고령 주택이 된다. 그때가 되면 ‘과연 이렇게 오래된 아파트에 비싼 가격을 주고 살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확산될 테고, ‘확실한 하나’의 환상이 깨질 수 있다. 풍선이 터질 때 탈출하려는 압력이 셀수록 ‘파열음’은 커지는 법이다. ‘확실한 하나’는 없다. 공급 부족은 맞지만, 끝없이 가격을 올릴 ‘유동성’의 부족도 생각해볼 시점이다. 정부도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 사이클을 차분히 판단하고, 서울 적소지역에 공급 확대를 통한 유동성 분산에 초점을 맞춰야 ‘시장 안정’의 면류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키워드 2] 되는 곳은 된다! 부산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 단지. [뉴스1]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 단지. [뉴스1]

    부산 미분양은 올해 들어 5000호를 넘어서며 불황기였던 2012년 수준에 접어들었다. 아파트 가격 역시 조정대상지역 규제로 지난해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KB 2018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은 서울 다음으로 부자의 비중과 인구밀도가 높다. 따라서 여느 지방도시와 달리 공급보다 ‘가격’에 민감한 지역으로, 부산 미분양은 시세 대비 ‘20%를 초과한’ 분양가를 책정한 지역에 집중돼 있다. 동래구, 해운대구의 경우 비록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시세 대비 적정한 분양가 덕분에 미분양은 200가구가 채 안 된다(그래프2 참조). 더욱이 동래구의 인구밀도는 서울과 유사한 1만6163명/㎢으로, 견실한 인구 구조도 미분양 감소에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부산 미분양은 과거 불황기 수준이지만 2012년과 달리 각 자치구에 고르게 분포돼 있고, 2021년 이후 입주량이 급감해 ‘골이 깊지 않을’ 전망이다. 6월 부산진구에 분양한 두 단지는 10 대 1 넘는 1순위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비록 부산진구의 미분양은 많지만 두 단지 모두 시세 대비 20% 이내의 분양가를 책정했기 때문이다. 2019년 부산에서는 시세 대비 ‘적정한 분양가’가 여전히 통한다.

    [키워드 3] 철도 개통의 훗날을 도모하며! 강원

    강원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 [shutterstock]

    강원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 [shutterstock]

    강원도 역시 2018년 이후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강원도는 부산과 비교하면 ‘부와 인구’에서 많은 차이가 나지만 현 불황을 구원할 투수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철도 인프라’와 ‘수도권 은퇴인구’다. 


    현재 강원도 미분양은 원주시와 동해시에 절반이 집중돼 있다. 반면 속초시, 강릉시 등 철도 개통과 수도권 인구 유입이 지속되는 곳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5년간 강원도 전입 인구에서 수도권의 비중이 20%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고, 그중에서도 은퇴인구인 50, 60대가 주를 이룬다(그래프3 참조). 최근엔 강릉 KTX 개통,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으로 수도권 인구의 강원도 유입이 탄력을 받고 있으며, ‘여주-원주선’ 개통 시 경기 분당에서 강릉으로의 접근성이 호전된다. 게다가 7월 ‘수서-광주선’ 예타(예비 타당성) 통과로 강남에서의 접근성 또한 확보될 예정이다(지도 참조). 

    따라서 향후 분당과 강남에서의 접근성이 확보된다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원도 부동산시장이 회복하는 데 단비가 돼줄 것이다. 강원도 주요 관광 명소의 외래 방문객은 대부분 수도권에서 온다. 결국 왕성한 경제활동기에 휴식차 자주 방문하고 또 익숙해진 곳에서 은퇴 후 둥지를 찾기 마련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구(詩句)만큼 수도권 은퇴인구의 강원도 유입을 잘 설명해주는 문장도 없을 것이다.

    [키워드 4] 하반기, 경상권이 움직인다

    상반기 경남과 경북의 주택 가격 성적표는 각각 -0.9%, -0.7%이다. 비록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두 지역은 지난 3년간 -7%의 가파른 가격 하락을 겪었다. 경상권 주택 가격은 가파른 하락의 내리막길에서 서서히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경북은 이미 지난해부터 입주량이 감소했으며, 경남은 2020년 이후부터 입주량이 급감할 예정이다. 또한 경상도의 부동산을 괴롭혀온 조선, 자동차 경기 역시 저점을 다지면서 일부 공업도시의 리딩단지는 지난해 말 저점 기준으로 2000만~3000만 원 오른 실거래가를 기록하고 있다. 


    경상권 도시 중 오로지 ‘제조업 경기’ 때문에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울산은 회복세가 뚜렷한 모양새다. 특히 현대공화국이라 할 수 있는 울산 동구의 리딩단지는 제조업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소형 평형의 경우 지난해를 저점으로 2억 원 후반대의 실거래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그래프4 참조). 경상권 부동산시장은 짙은 어둠이 지나고 서서히 새벽이 다가오고 있다. 입주 부담이 없고 제조업으로 오랫동안 부를 축적한 도시부터 조용히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키워드 5] 혁신도시 시즌2 성공을 위한 바로미터, 가족 동반 이주율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혁신도시 이전 임직원의 가족 동반 이주 비율은 47.7%이다. 쉽게 말해 혁신도시 임직원 2명 중 1명만 가족 동반 이전을 했다는 뜻이다(그래프5 참조).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직시하고 혁신도시의 정주 여건 향상을 위한 ‘시즌2’를 구상 중이다. 

    사실 가족 동반 이주율을 높이는 방법은 처음부터 있었다. 가족 동반 이주율이 높은 혁신도시로 부산과 울산을 꼽을 수 있는데, 상권과 학군 등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구도심과 연계된 곳이다. 반면 충북, 전남, 경북은 지방자치도시의 지리적 형평성을 위해 이도저도 아닌 ‘중간지’에 위치해 나 홀로 입지의 운명을 맞게 됐다. 

    혁신도시 시즌2가 가족 동반 이주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둔다면 해당 도시뿐 아니라 인근 지방의 부동산까지 활기를 띨 것이다. 가족 동반 이주가 증가하면 인구가 많아지고 자연스레 학군과 상권 수요까지 증가해 결국 지방도시의 활력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 그 열쇠는 복지센터나 연구센터 등 ‘건물 생태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활발한 발걸음의 마중물이 될 ‘일자리 생태계’를 얼마나 잘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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