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초격차 선보인 스무 살 스타벅스

압도적 1위에 숨겨진 성공 코드 - 자신도 버리는 글로컬 문화 융합!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에서 ‘사이렌 오더’로 경쟁 선도 한국 전담 디자인팀이 만든 ‘스타벅스 굿즈’, 매출의 20% 차지

  • 정보라 기자, 강지남 기자

    purple7@donga.com, layra@donga.com

    입력2019-07-29 08:41:4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1 평일 낮 12시 반은 직장인의 ‘커피타임’이다. 목요일인 7월 18일 오후 12시 40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길가의 스타벅스 광화문R점 1층은 음료를 주문하려는 사람들과 주문한 음료를 받아 가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뤄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30대 남성 직장인 두 명은 매장 출입문 밖에서 안을 힐끔 보더니 ‘진입’을 포기하고 다른 카페를 찾아 떠났다. 음료를 받아 든 20대 여성 두 명은 헤어져 각각 2층과 3층으로 빈자리 물색에 나섰지만 ‘미션’에 실패하고 밖으로 나갔다. “자리를 잡으려면 점심을 더 빨리 먹었어야 했어”라는 말을 남긴 채.

    점심시간 당긴 ‘스벅 커피타임’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 부근에 위치한 스타벅스 더종로점은 국내 스타벅스 중 최대 크기의 매장이다. [홍태식]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 부근에 위치한 스타벅스 더종로점은 국내 스타벅스 중 최대 크기의 매장이다. [홍태식]

    이곳 스타벅스에서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방향으로 두 건물만 옮겨가면 할리스커피 세종로점이 있다. 같은 시각, 스타벅스와 다르게 30여 개 테이블 중 6개가 비어 있어 다소 한산한 분위기. 직장 동료들과 함께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던 이모(30) 씨는 “스타벅스에 빈자리가 없어 여기로 왔다”고 말했다. 국내 토종 커피의 굴욕(?)은 엔제리너스도 마찬가지. 스타벅스와 세종문화회관 사이에 자리한 엔제리너스 세종점은 점심시간이 끝나는 오후 1시까지 10여 분이 남았지만 테이블 절반가량이 비어 있었다.


    스타벅스 더종로점의 머천다이즈(MD) 코너. MD는 국내 스타벅스 매출액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홍태식]

    스타벅스 더종로점의 머천다이즈(MD) 코너. MD는 국내 스타벅스 매출액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홍태식]

    #2 직장인 문서호(31) 씨는 자타공인 ‘스타벅스 덕후’다. 머그잔과 텀블러 등 스타벅스 ‘굿즈(goods)’를 300개 이상 모았고, 최근 여름휴가차 미국 시애틀로 ‘스타벅스 투어’를 다녀왔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 있는 1호점을 방문하고, 스타벅스 본사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내 투어에도 참여했다. 스타벅스가 각 도시 버전으로 출시하는 빈 데어(been there) 시리즈의 시애틀 버전 머그잔과 텀블러도 사왔다. 


    스타벅스 마니아 문서호 씨는 이번 여름휴가 때 ‘스타벅스 투어’를 다녀왔다. 미국 시애틀 스타벅스 본사를 방문해 찍은 인증샷(왼쪽)과 미국에서 사온 스타벅스 머천다이즈 상품들. [사진 제공·문서호]

    스타벅스 마니아 문서호 씨는 이번 여름휴가 때 ‘스타벅스 투어’를 다녀왔다. 미국 시애틀 스타벅스 본사를 방문해 찍은 인증샷(왼쪽)과 미국에서 사온 스타벅스 머천다이즈 상품들. [사진 제공·문서호]

    그가 스타벅스에 빠져들게 된 것은 2009년 일본 도쿄 여행 중에 방문한 스타벅스 때문이다. 그는 “직원이 친절하게 응대하며 판매 제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줘 머그잔 하나를 산 게 시작”이라며 “세계 여러 도시를 여행하면서 그 도시의 머그잔과 텀블러를 하나 둘 모으다 국내 스타벅스가 한국적 정서가 담긴 아름다운 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문씨는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동호회에 가입해 회원들과 교류하고도 있다. 

    “매달 한 번씩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그 달 새로 나온 음료와 상품들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보통 젊은 여성이 스타벅스를 좋아하지 않느냐고들 하는데, 우리 회원들은 10대에서 4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고 남녀 성비도 일대일이다. 시즌 음료가 새로 나오면 경쟁적으로 가장 먼저 사 먹고 단체대화방에 인증샷을 올린다. 이런 놀이 자체가 즐겁다. 음료가 어떤 맛이고 정말 맛있는지, 새로 나온 상품의 장단점이 뭔지 얘기를 나누는 것도 재밌다.”



    시간대별로 들려주는 ‘스벅 음악’으로 충성 고객 흡수

    스타벅스는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그야말로 독주하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은 1조5523억 원으로 투썸플레이스(2742억 원), 이디야커피(2004억 원), 커피빈티리프(1666억 원), 할리스커피(1548억 원) 등 경쟁자를 압도적 차이로 따돌렸다. 각종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다. 4월 여론조사 전문업체 SA컨설팅이 성인 남녀 1085명을 대상으로 커피전문점 브랜드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스타벅스가 인지도, 신뢰도, 품질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년 전인 1999년 7월 2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에 한국 1호점인 스타벅스 이대점을 열었을 때 소비자들의 반응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아메리카노’ ‘캐러멜 마키아토’ 등 괴상한 이름의 커피를 파는 스타벅스는 그때까지만 해도 인스턴트커피와 다방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곳이었다. 자판기에 150원을 넣고 커피를 뽑아 먹던 이들에게 3000원 넘는 커피는 사치로 느껴졌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점차 미국식 커피를 선호하기 시작했고 이후 이디야커피(2001), 투썸플레이스(2002), 엔제리너스(2007), 카페베네(2008) 등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거듭된 후발 주자들의 도전에도 스타벅스가 20년째 여전히 국내 커피시장을 이끄는 비결로 스타벅스의 도전주의가 꼽힌다. 스타벅스는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꾸준히 선보이며 때로는 소비자들의 생활문화를 바꿔놓기도 했다. 카페에 진득하게 앉아 있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과 ‘코피스족’(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출현도, 해마다 12월이 되면 문방구나 대형서점에서 신년 다이어리를 사던 사람들이 카페가 주는 다이어리를 받으려고 쿠폰 스탬프를 모으는 것도 스타벅스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현상이다. 


    스타벅스는 ‘회전율이 높아야 한다’는 요식업계의 고정관념을 깨고, 매장을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나갔다. 2010년부터 국내 커피전문점 중 최초로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했으며 매장 내 전기콘센트 개수도 늘려나갔다. ‘공부(일)하기 좋은 스타벅스’ 전략은 스타벅스 충성 고객을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9년 2040억 원이던 연매출은 2010년 2413억 원으로 18%가량 증가한 뒤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그래프 참조). 

    외근이 잦은 직장인 김모(35·여) 씨는 외근 중 짬이 날 때마다 스타벅스를 찾아가 노트북컴퓨터로 업무를 본다. 시내에서 매장을 찾기 쉽고 와이파이와 전기콘센트를 사용하기 편할 뿐 아니라, “매장에서 나오는 음악이 일에 집중하는 데 방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매장 음악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미국 스타벅스 본사는 1999년 캘리포니아 소재 음반 가게 ‘히어뮤직’을 인수해 음반사를 설립했고, 2015년부터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로부터 매장용 음원을 제공받고 있다. 미국 본사 음악팀이 계절별, 시간대별로 듣기 좋은 음악을 골라 재생목록을 만들어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에 배부한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미국 본사로부터 매달 10여 곡이 담긴 CD(콤팩트디스크)를 제공받는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매장 음악을 집이나 사무실에서 즐겨 듣는 마니아도 적잖다. 유튜브에서 ‘스타벅스 매장 음악’을 검색하면 ‘2019년 6월 2차 스타벅스 매장 음악 모음’ 같은, 스타벅스가 매장에서 틀었던 음악을 한데 모아놓은 유튜브 게시물들을 찾을 수 있다. 이런 게시물의 조회수는 많게는 수백만 건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꽤 좋은 편이다.

    줄 서지 않고, 지갑 안 꺼내는 서비스에 주문 폭주

    차량 번호와 연동한 자동결제시스템 ‘마이 디티 패스’(위)와 모바일 주문 ‘사이렌 오더’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를 고려해 국내 커피전문점업계 최초로 내놓은 서비스다. [뉴시스]

    차량 번호와 연동한 자동결제시스템 ‘마이 디티 패스’(위)와 모바일 주문 ‘사이렌 오더’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를 고려해 국내 커피전문점업계 최초로 내놓은 서비스다. [뉴시스]

    스타벅스는 선불 충전식 카드인 ‘스타벅스 카드’와 모바일 주문 및 결제시스템인 ‘사이렌 오더’를 각각 2011년과 2014년 도입했다. 둘 다 커피업계 최초 서비스다. 특히 매장에서 줄 설 필요 없이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사이렌 오더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개발해 미국 본사로 역수출됐다. 이 서비스는 애초에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수용하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매주 두세 번씩 사이렌 오더를 이용한다는 취업준비생 양은희(28·여) 씨는 “매장 도착 3분 전 음료를 주문하고, 매장에 도착해 바로 자리를 맡은 뒤 음료를 받아 오면 돼 무척 편하다”고 했다. 사이렌 오더의 누적 주문 건수는 2017년 3000만여 건에서 2018년 6000만여 건으로 1년 새 2배가량 증가했다. 

    이에 경쟁사들도 모바일 주문 및 결제서비스에 나섰다. 2017년 11월 이디야커피는 ‘스마트 오더’, 올해 3월 투썸플레이스는 ‘투썸 오더’, 5월 할리스커피는 ‘크라운 오더’를 개시했다. 하지만 이들 모바일 오더는 활발하게 사용되는 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오더를 이용하려면 먼저 각 커피전문점의 앱을 다운로드해야 하는데, 앱 다운로드 횟수부터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7월 넷째 주 기준 스타벅스 앱 다운로드 수는 500만 건이 넘지만 다른 커피전문점 앱은 △‘이디야 멤버스’ 100만 건 △‘할리스커피’ 50만 건 △‘모바일투썸’ 10만 건에 그쳤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우리는 전국에서 스타벅스(1262개, 2018년 말 기준)보다 2배 많은 2600여 개 매장을 운영한다”며 “매장 수가 많아 손님들이 오래 줄 서지 않아도 돼 모바일 주문이 스타벅스에 비해 저조한 편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커피업계 최초로 2013년 10월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매장을 선보인 스타벅스는 또 커피업계 최초로 지난해 8월 ‘마이 디티 패스(My DT Pass)’ 서비스를 도입했다. 차량 정보를 스타벅스 카드와 연동해 차량번호 자동 인식만으로 결제가 이뤄지게 한 서비스다. 사이렌 오더와 마찬가지로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를 고려한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마이 디티 패스를 도입하자 신용카드나 현금을 따로 꺼낼 필요가 없어 주문→결제→음료 픽업까지 소요되는 평균 시간이 2분 40초에서 1분 40초로 줄어들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 따르면 도입 8개월 만인 올해 3월 마이 디티 패스 가입 회원이 50만 명을 돌파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측은 “드라이브 스루 매장 이용 고객 10명 중 4명꼴로 자신의 차량번호를 스타벅스 카드에 연동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엔제리너스도 2014년 4월부터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오픈했지만, 성장 속도는 매우 더딘 편. 엔제리너스는 7월 현재 10개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반면 스타벅스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180개를 넘어섰다. 2017년 1월 첫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낸 투썸플레이스는 현재 5개까지 확장했고, 이디야커피는 8월 전남 여수에 첫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열 예정이다.

    무궁화도, 문경 오미자도 스벅의 ‘소재’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5월 선보인 올여름 시즌 비치타월 사은품(왼쪽)과 국내 1호점인 이대점의 20주년을 기념해 이화여대를 상징하는 배꽃을 모티프로 한 MD제품들. [사진 제공 ·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인스타그램@starbuckskorea]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5월 선보인 올여름 시즌 비치타월 사은품(왼쪽)과 국내 1호점인 이대점의 20주년을 기념해 이화여대를 상징하는 배꽃을 모티프로 한 MD제품들. [사진 제공 ·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인스타그램@starbuckskorea]

    요즘 스타벅스는 소비자들로부터 “모닝글로리와 아트박스의 아성을 넘어서려는 거냐”는 말을 듣는다. 스타벅스 머천다이즈(MD) 제품이 머그잔과 텀블러뿐 아니라 키링, 볼펜, 복주머니 파우치 등 다종다양하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굿즈는 한국인 취향에 꼭 맞는 디자인에 품질도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타벅스는 개점 20주년을 맞아 7월 26일 국내 1호점인 이대점을 프리미엄 매장 ‘이대R점’으로 새로 오픈하면서 이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기념카드, 머그잔, 유리잔을 출시하는데, 디자인 모티프로 하얀 배꽃을 선택했다. 배꽃은 이화여대의 상징이다. 

    스타벅스 굿즈 대란도 SNS 등을 달구며 심심찮게 벌어진다. 가장 최근에는 스타벅스 비치타월 이벤트가 큰 화제를 모았다. 5월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여름 시즌 사은품으로 비치타월을 내놨는데, 조기 품절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비치타월을 사은품으로 받으려면 음료 1잔 구매 때마다 1장씩 주는 스티커 17장을 모아야 한다. 이 스티커는 스타벅스 앱을 통해 서로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즌 이벤트 때마다 SNS 등에는 ‘스타벅스 스티커 구해요’ 같은 게시물이 넘쳐난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에도 비치타월의 인기가 매우 좋아 이번에는 2배 이상 물량을 준비했음에도 행사 첫 달인 5월부터 일부 매장에서 매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에 스타벅스는 비치타월 추가 생산에 나섰고, 사은품 제공 기간이 7월 2일까지에서 11일까지로 9일 더 늘어났다. 

    올해 비치타월은 여름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그려진 ‘비치’, 스타벅스 매장의 모습이 담긴 ‘20주년’, 초록색 스트라이프 무늬가 새겨진 ‘그린로고’, 노란색과 회색으로 이뤄진 ‘옐로 로고’ 등 총 4가지다. SNS에서는 4개 버전의 비치타월을 모두 모은 인증샷이 수백 건의 ‘좋아요’를 받는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스타벅스MD’ 해시태그(#)가 6만 건이 넘는 가운데 ‘스타벅스비치타월’ 해시태그만 7300여 건에 달한다. 

    특히 스타벅스 MD는 한국적 디자인으로 인기가 높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민화(民畵) 같은 무궁화 텀블러, 삼일절, 광복절, 한글날 등을 기념한 머그잔과 티스푼 세트 등을 꾸준히 내놓는다. 한국적 요소의 도입은 MD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천 쌀을 활용한 이천햅쌀라테, 문경오미자피지오, 한라봉주스, 제주녹차, 라이스칩 등 ‘한국의 맛’을 담은 음료와 간식류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품질도 나쁘지 않다. 7월 중순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페인트 코팅 텀블러 24개 제품을 대상으로 유해물질 안전성 및 표시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스타벅스의 ‘SS 에치드 블랙 텀블러’도 포함됐는데, 납 등 유해성분이 발견되지 않았다. 할리스커피의 ‘뉴 모던 진공 텀블러 레드’와 파스쿠찌의 하트텀블러, 다이소의 ‘2019 봄봄 스텐 텀블러’에서 납 성분이 검출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매년 한국에 나오는 스타벅스 굿즈는 400여 종. 이 중 80%를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직접 디자인한다. 스타벅스가 진출한 세계 78개국 중 개별 디자인팀을 운영하는 국가는 미국과 한국뿐이다. 1조5000억 원의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매출에서 음료 외 상품의 매출 비중은 20%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상품 매출 비중이 높은 편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스페셜티에는 적극 대응, 커피 배달은 관망?

    스타벅스는 미국 일부 지역에서 우버이츠를 통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Twitter@Starbucksnews]

    스타벅스는 미국 일부 지역에서 우버이츠를 통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Twitter@Starbucksnews]

    질병관리본부가 2014년 발표한 ‘2013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주당 커피 섭취 빈도는 12.2회로 배추김치(11.9회)나 쌀밥(6.9회)보다 높다. 한국인이 밥보다 커피를 더 많이 찾을 정도로 커피시장이 성숙해지자 국내에서도 스페셜티(고급 원두로 내린 커피) 커피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로스터리(Rostery) 카페가 인기를 끌고, 스페셜티 커피의 대명사로 불리는 블루보틀도 최근 국내에 상륙했다. 5월 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블루보틀 1호점이 문을 열자 커피 한 잔을 마시려고 서너 시간씩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등 블루보틀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블루보틀커피코리아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2호점(7월 3일 오픈)에 이어 강남구 역삼동 3호점(올해 하반기 오픈 예정)까지 출점을 확정하며 한국시장 공세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또한 고객이 주문하면 커피 원두를 원하는 중량과 기간 주기에 맞춰 집으로 배송해주는 커피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차별화된 전략도 선보인다. 

    커피 배달시장도 점차 형성되는 분위기다. 이디야커피, 할리스커피, 엔제리너스, 카페베네 등은 배달대행업체와 제휴하는 형태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2000~3000원의 배달료를 내면 커피뿐 아니라 빙수, 디저트도 집이나 회사에서 받아 먹을 수 있다. 

    그간 프런티어 면모를 과시해온 스타벅스는 스페셜티 커피문화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는 ‘스타벅스 리저브 바’(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을 2014년 3월 서울과 경기지역 5곳에 열었다. 경쟁사들도 뒤를 이었다. 할리스커피(2014년 6월), 엔제리너스(2014년 11월), 이디야커피(2016년 4월), 투썸플레이스(2017년 3월)가 스페셜티 커피 매장을 선보였다. 

    스페셜티 커피에서도 스타벅스의 확장세는 압도적이다.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은 2017년 15개에서 2019년 7월 현재 93개로 크게 늘어난 반면, 다른 커피전문점은 △엔제리너스 13개 △할리스커피 12개 △투썸플레이스 5개 △이디야커피 1개에 불과하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2018년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30% 성장했고, 리저브 매장의 평균 매출은 일반 매장 대비 20~30% 높다”고 밝혔다. 한편 엔제리너스 관계자는 “직영점에 한해서만 스페셜티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들 매장의 매출 규모를 밝힐 순 없지만, 앞으로 그 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서 루이싱커피는 저렴한 가격과 배달 서비스를 내세워 시장점유율 1위인 스타벅스를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루이싱커피]

    최근 중국에서 루이싱커피는 저렴한 가격과 배달 서비스를 내세워 시장점유율 1위인 스타벅스를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루이싱커피]

    스타벅스는 중국과 미국 일부 지역에서 커피 배달 서비스를 개시한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스타벅스는 중국의 루이싱커피(瑞幸咖啡)가 저렴한 가격과 배달 서비스를 내세워 급격히 성장하자 위기감을 느끼고 지난해 10월부터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커피 배달을 시작했다. 

    루이싱커피는 매장 주변 반경 1.5km 내 지역에 한해 주문 30분 안에 커피를 배달해준다. 주문 금액이 35위안(약 6000원) 이상이거나 배달 소요시간이 30분을 넘어서면 배달료 6위안(약 1000원)은 면제된다. 이에 대응하고자 스타벅스는 중국 알리바바의 음식배달 플랫폼 ‘어러머’와 제휴해 17개 도시, 1100개 매장에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음료가 새지 않는 배달용 뚜껑과 배달용 음료의 제조법도 따로 개발하고, 음료의 적정 온도가 유지되도록 전용 배달 상자도 도입했다. 배달료는 9위안(약 1500원). 미국에서는 8500여 개 매장 중 2000여 개 매장에서 우버의 음식배달 플랫폼 ‘우버이츠’를 활용해 배달한다. 30분 이내 배달이 목표고, 배달료로 2.49달러(약 2800원)를 받는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국내 커피 배달 수요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커피 배달 서비스가 전 지역으로 확대되지 않았고, 국내에서도 커피 배달 수요가 아직까지는 크지 않기 때문에 배달 서비스 도입 여부는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최근 ‘커피산업의 5가지 트렌드 변화와 전망’ 보고서를 펴낸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SNS에서 화제를 모으는 스타벅스와 블루보틀의 바이럴 마케팅은 다른 산업도 본받을 만한 대목”이라며 “앞으로도 스타벅스가 1등 자리를 유지하려면 유통과 IT(정보기술)를 결합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