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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美, 이란 석유 수출 금지 통해 ‘神政체제’ 붕괴시킨다

이란 경제 70% 통제하는 ‘혁명수비대’에 타격

美, 이란 석유 수출 금지 통해 ‘神政체제’ 붕괴시킨다

미국 정부가 외국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이란 혁명수비대(왼쪽). 이란 국가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연설을 통해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 [Tasnimnews, Khamenei.ir]

미국 정부가 외국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이란 혁명수비대(왼쪽). 이란 국가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연설을 통해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 [Tasnimnews, Khamenei.ir]

이란의 신정(神政·Theocracy)체제는 북한 수령체제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독재체제다. 신정체제는 종교지도자가 국가를 통치하는 정치제도를 말한다. 이란 국가최고지도자 겸 군 최고통수권자는 최고 종교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다. 대통령 인준과 해임권을 가진 하메네이는 입법, 사법, 행정 등 국정 전반의 최후 의사결정권자다. 

신정체제는 1979년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이슬람혁명을 통해 만들어졌다. 당시 호메이니는 팔레비왕조를 붕괴시킨 후 이슬람 헌법을 제정했다. 특히 호메이니는 자신이 주도한 이슬람혁명과 신정체제를 수호하고자 혁명수비대를 만들었다. 혁명수비대는 육·해·공군과 정보 및 특수부대, 미사일부대 등을 보유한 정예 군조직이다. 이란 신정체제가 지금까지 지속돼온 것은 이슬람의 신(神) ‘알라의 선물’이라는 원유 덕분이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 세계 4위인 산유국이다. 이란은 풍부한 원유를 수출함으로써 국가재정을 탄탄하게 유지해왔다.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380만 배럴이고, 수출량은 하루 평균 250만~270만 배럴에 달한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전체 수출의 70%를 차지하고, 30%는 유럽 국가들이다.


트럼프의 최대 압박 전략

미국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가 페르시아만으로 항해하고 있다. [미국 해군]

미국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가 페르시아만으로 항해하고 있다. [미국 해군]

미국 정부의 지난해 5월 이란 핵합의(JCPOA) 탈퇴와 같은 해 8, 11월 제재 조치 복원에 따라 이란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270만 배럴, 하루 평균 원유 수출량은 130만 배럴로 각각 줄어들었다. 이란이 그나마 원유를 어느 정도 수출해온 것은 미국 정부가 한국, 중국, 인도,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 대만, 터키 등 8개국에 대해 180일간 한시적으로 이란으로부터 원유 수입을 예외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5월 2일 0시부터 8개국에 대한 예외조치를 취소하고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전면 차단하는 조치에 들어갔다. 미국 정부의 의도는 이란 정부의 돈줄을 끊는 등 최대 압박 전략의 고삐를 더욱 죄겠다는 것이다. 미국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화하기 위한 목적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유 수출은 이란 전체 수출액의 63%, 세수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란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이란 경제는 생활필수품 부족 및 리알화 가치 급락, 물가와 실업률 급등 등으로 최악의 상황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이란도 과거 북한처럼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란 국민은 미국 등 서방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란 정부가 핵 협상에 나섰던 것도 결국 제재 조치에 따른 경제난을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는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와 달리 대(對)이란 제재 조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혁명수비대를 외국 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해 제재 조치를 내린 것을 들 수 있다. 혁명수비대는 그동안 인프라 산업, 군수 분야, 석유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심지어 금융, 영화 제작, 양계, 양봉, 부동산 같은 사업도 해왔다. 이 때문에 혁명수비대는 이란 경제의 70%를 통제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트럼프 정부가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는 것은 이란을 정상국가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한 국가의 정규군을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것은 정권의 합법성을 부정한다는 뜻이 담겼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또 친이란 성향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재정 시스템을 붕괴시킬 정보에 최대 1000만 달러(약 117억 원) 현상금을 내걸었다. 헤즈볼라는 그동안 중동지역에서 테러와 무력행사 등 이란의 전위조직으로 활동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트럼프 정부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란의 신정체제를 붕괴시키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11일 이슬람혁명 40주년을 맞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 정권의 40년은 실패의 40년’이라면서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이란 국민은 훨씬 더 밝은 미래를 맞이할 자격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4월 15일 이란계 미국인 지도자들과 가진 비공개 모임에서 “미국의 가장 큰 관심은 혁명적이지 않은 지도부가 이란을 이끄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란의 정권교체를 위한 무력 개입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그동안 공공연히 이란의 정권교체를 주장해왔다.


“이란 정권 40년은 실패의 40년”

이란 정부도 트럼프 정부가 자국의 정권교체 또는 신정체제 붕괴를 노리고 있다고 본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4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굴복시켜 대화로 끌어내려 하지만 ‘B팀’은 최소한 정권교체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자리프 장관은 “B팀은 볼턴(Bolton) 보좌관과 베냐민(Benjamin)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뜻한다”면서 “B팀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자가 가담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와 무함마드 왕세자는 눈엣가시인 이란의 신정체제가 붕괴되기를 희망해왔다. 

이란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이런 의도에 강력하게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하메네이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에 초강경파인 호세인 살라미 부사령관을 승진 임명한 것도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살라미 총사령관은 중동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미국의 원유 수출 금지 조치에 맞서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란 정부는 최후의 카드로 핵개발 재개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자리프 장관은 미국에 핵합의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경고하면서 북한 방문 계획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하메네이가 본격적으로 ‘치킨게임’을 벌이기 시작한 가운데 페르시아만의 파고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주간동아 2019.05.03 1187호 (p46~47)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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