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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데이터 사회학자 이원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北 꺼리고 진보 성향인 20대 ‘진보’정권에 실망”

통일과 적폐청산에 몰두하는 정부에 公正 중시하는 20대 등 돌려

“北 꺼리고 진보 성향인 20대 ‘진보’정권에 실망”

이원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박해윤 기자]

이원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박해윤 기자]

“지금 20대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민주주의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가 낮다.” “지난 정권에서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으로 아이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줬다.” 


“北 꺼리고 진보 성향인 20대 ‘진보’정권에 실망”
이는 각각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과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발언이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 세대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을 분석한 결과 20대 남성층이 29.4%로 가장 낮았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이에 두 의원이 그 나름의 이유를 찾은 것. 

하지만 이 발언 후 20대는 더욱더 더불어민주당에 등을 돌린 듯싶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커뮤니티에 두 의원의 발언이 회자되며 공분을 샀다. 이에 홍영표 원내대표가 2월 20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4월 9일에는 더불어민주당 현대화추진특별위원회가 ‘20대에 대한 이해와 접근’이라는 제목의 비공개 강연을 열었다.

이날 연단에 오른 사람은 데이터 사회학자인 이원재 KAIST(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그는 “진보정부가 집권해도 내 삶이나 미래가 진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20대가 깨달았다”며 더불어민주당을 질타했다. 4월 16일 연구실에서 만난 이 교수는 “20대가 더 진보적이라, 진보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20대가 더 진보적이라는 말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진보’와 ‘보수’라는 말은 일상적으로 쓰는 개념이지만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두 단어의 사전적, 학문적 의미를 정확히 정의하고 들어가지 않는 대신, 반대 의견을 보면서 자신이 진보인지 보수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즉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가치가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진보의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 

“북한에 대한 태도가 가장 다르다. 1980년대 운동권은 크게 NL계(자주파)와 PD계(평등파)로 나뉜다. 보수와의 경쟁 혹은 투쟁 과정에서는 한 몸이지만 내부에선 서로 경쟁하는 관계다. 이때 젊은 시절을 보낸 세대를 86세대라고 부른다. 반면 젊은 세대는 민족통일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다. 그 대신 공정, 정의 같은 가치에 대해서는 기성세대보다 훨씬 예민하게 반응한다.”


통일에 목매는 게 오히려 보수적

젊은 세대는 왜 통일에 관심이 없어졌나. 

“사실 젊은 세대가 특별히 통일에 관심이 식었다기보다 전 세대적 현상이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을 거치면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졌다. 북한이 우리 해군의 배를 격침시킨 모습이나, 연평도에 포탄이 떨어지는 장면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됐으니 당연한 일이다. 최근 10년간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데이터 중 북한 관련 인식 조사 내용을 분석해보면 2009~2010년을 기점으로 대부분의 연령층에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급상승했다. 이를 기점으로 대북 감정은 나쁘지만 진보적 성향을 가진 세대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정치·경제 주도권을 잡고 있는 1960~70년대생은 다르다. 유일하게 북한에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세대다. 더 나아가 적대적으로 돌아가는 여론을 바꾸려고까지 노력한다. 이들은 여전히 진보와 통일을 함께 이뤄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젊은 세대의 진보는 통일이 아닌, 어디를 보고 있나. 

“젊은이들이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다면 ‘공정’과 ‘정의’가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들이 내세우는 진보도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젊은 세대는 과거 세대보다 복잡하고 고난한 입시제도를 겪고 대학에 입학한다. 초중고 12년 동안 쌓아온 시험 성적은 물론 봉사활동, 학교생활까지 객관적 점수로 환산돼 입시에 영향을 미친다. 그 긴 시간 동안 차곡차곡 점수를 쌓고 이 결과에 따른 보상으로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 공정한 경쟁과 경쟁자도 납득할 수 있는 정당한 결과. 이것이 현 젊은 세대가 교육과정에서 체득한 사회 정의다.” 

공정한 경쟁과 정당한 결과는 다분히 이기적인 유인으로 보인다. 

“이기심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 원칙이 투명한 방식으로 보장된다면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특히 고용시장이나 승진 과정의 불합리는 대부분 개선될 것이다. ‘기본소득’ 같은 논의도 평등한 출발점에서 공정하게 경쟁하자는 주장에서 시작됐다.” 

젊은 층이 보수화된 것이 아니라 정부에 실망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정권이 이러한 의견이나 관점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공정과 정의를 얼마나 잘 보여줬느냐가 문제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잡음이 생기는 것이 가장 비견한 사례다. 동시에 일부 공공기관에서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젊은 층이 바라는 공정한 경쟁과 정당한 결과가 보장되는 사회를 이루려는 노력은 이만큼이나 더딘데, 정부는 계속 통일과 적폐청산에 목을 매고 있다. 이로 인해 생긴 젊은 층의 불만이 지지율 하락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렇다면 왜 기성세대는 이들의 진보를 이해하지 못하나.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1980년대 당시 유행하던 사회학이 갖는 한계라고도 볼 수 있다. 당시에는 조사 결과를 통해 사실관계를 분석하려는 방향보다 이념적 믿음이 더 컸다. 한 문장으로 이야기하자면 당시 운동권 세대는 자신이 살아 있는 시대에 역사가 완성된다고 대체로 믿었다. 일부 진보 세력을 자처하는 1960~70년대생은 ‘1차 혁명은 87혁명, 2차 혁명은 촛불혁명, 3차 혁명은 통일을 통한 민족대혁명’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 이면에는 자신이 그 역사를 완성시켜온 사람이라는 정서가 자리 잡고 있다. 살아생전에 그 역사를 완성하겠다는 확고한 목표가 있다. 그래서 통일이라는 목표를 부정하는 사람들을 포용하지 못한다. 진보의 사전적 의미는 지금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한다는 것인데, 이념 때문에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묵살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보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나 기성세대가 정치·경제의 중심에서 사라지면 지금의 젊은 세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변모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대체로 역사의 승자는 젊은 사람이다. 생물학적으로 86세대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고스란히 지금의 젊은 세대가 채우게 된다. 하지만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인구에서 86세대의 비중이 너무 크다. 왜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신동엽, 유재석이 그렇게 오랫동안 군림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이 우수한 엔터테이너이기도 하지만 이들과 정서를 공유하는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중진인 우상호 의원처럼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국회에 입성한 이들이 지금까지 정계의 주요 세력으로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거대 정당에서 2030세대 정치인에게 전략공천을 준다고 하면 굉장히 파격적으로 느껴진다. 일례로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도 무척 어린 정치인이라는 인상이 강한데, 벌써 30대 중반이다.”


젊은 정치인을 키우는 환경이 필요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진보정당 정치인들의 무능이 젊은 세대를 실망시킨 것인가. 

“정치인들이 똑똑하지 못해서 이 문제를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누구나 갖고 있는 한계다. 사람은 대부분 집단적 경험의 울타리를 벗어나기가 몹시 어렵다. 토마스 쿤은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과학은 장례식 한 번만큼 진보한다’고 주장한다. 앞 세대가 죽고 그 자리를 채워야 비로소 과학의 패러다임이 변한다는 말이다. 의견보다 사실로 움직이는 과학계도 변화의 속도가 이렇게 늦다. 따라서 기성 정치인들에게 생각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결국 세대교체로 물리적 구성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과거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이 젊은 86세대를 정치권에 불러들였던 것처럼, 공천 등 당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새로운 세대를 끼워넣는 일이 필요하다. 사회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는 데만 해도 정치 세대교체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치인은 대부분 기성세대다. 이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을까. 

“일부 뛰어난 사람은 세대의 경계를 뚫고 대화할 역량을 가졌다. 문제는 어리석은 정치집단이 이들을 키우지 못하고 오히려 거세하는데, 이 같은 폐해가 집권 여당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에게 소구력이 있는 정치인들이 내부의 권력투쟁 때문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진보 세력에 실망한 젊은 층이 자유한국당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은 없나. 

“희박하다. 자유한국당은 아예 젊은 세대의 관심 밖에 있다. 실제로 현 2030세대의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다른 세대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이 안심해도 될 상황은 아니다. 젊은 층이 다음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찍지 않고도 더불어민주당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정의당 같은 제3당을 지지하는 것인가. 

“아니다. 투표를 포기해버리면 진보정당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투표를 안 하면 더불어민주당이 유리하다고 점쳐지는 몇몇 수도권 및 서울 지역에서도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비등한 득표율을 보일 확률이 높다. 과거 진보정당이 이긴 선거를 분석해보면 투표율이 65~70%를 넘었을 때다. 그보다 투표율이 떨어졌을 때는 전부 보수정당이 선거전에서 승리했다. 이 공식은 지금도 유효하다. 보수 지지가 압도적인 노년층의 표 동원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 그다음 총선까지도 노년층의 정치적 영향력이 사라진다고 보기 어렵다.”


민주당, 안철수와 같은 처지 놓일 수도

하지만 내년 총선에서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다음 선거에서 선전한다 해도 장기집권은 담보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말처럼 20년 집권론이 의미가 있으려면 어떻게 개혁 방향을 잡느냐는 것이 관건이다. 장기집권이 목적이라면 인구 블록 하나가 집단적으로 불만을 갖고 있다는 데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집권 여당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어떤 미래를 만나게 될까. 

“대선 당시 250여 개 선거구의 특성을 분석한 자료가 있다. 선거구에 사는 주민들의 평균 연령, 소득, 학력에 대한 통계 자료인데 이 집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선거구는 젊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부유한 사람이 많았다. 한편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를 지지한 선거구는 정반대였다. 늙고, 가난하며, 학력이 낮은 지역의 주민들이 그를 지지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다. 하지만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지지하던 선거구 주민들의 특성이 흥미롭다. 새 정치를 슬로건으로 삼았던 안 전 대표이지만 그를 지지한 지역구의 인구 특성은 홍 전 대표를 지지한 선거구와 같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젊은 세대의 불만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안철수 전 대표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건가. 

“그렇게 될 수도 있다. 통계 이야기로 돌아가 더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짚어보자.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바른정당 유승민 전 대표의 지지 지역 특성이 비슷했다. 유 전 대표 지지자들도 대체로 젊고 고학력·고소득층이었다. 여기서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가정을 해보자. 보수정당이 현 상황을 뒤엎고 장기집권에 성공하는 필승전략이 있다. 유 전 대표가 보수정당의 적폐 세력을 숙청하고 2030세대에게 공천을 주면서 당을 장악하는 것이다. 동시에 젊은 세대에게 소구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내세운다면 현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


남의 적폐보다 내 적폐를 청산해야

말 그대로 불가능한 이야기 아닌가.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의 자만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필승전략은커녕 2030세대에게 소구할 전략을 짜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현 지지율도 충분히 높으니 어떻게 하더라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지지율이 떨어지는데도 정책 방향의 변화를 주지 않는 것이 그 증거다. 대통령 지지율이 70~80%에서 40%대로 떨어졌는데, 이는 정치적 밑천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아직도 지지율이 높다고 생각해 밑천을 소진하다 보면 정작 선거를 앞두고 당황하게 된다. 전략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 왔을 때는 이미 늦었다.” 

지금 젊은 세대에게 소구할 전략을 세운다 해도 결과가 나오려면 긴 시간이 걸린다. 

“정치인은 사회를 변화시켜 표를 얻는 존재가 아니다.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 표를 얻는 사람이다. 사회 전체에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국회뿐 아니라 관료, 이를 감시하는 언론과 시민사회 등 많은 부분 사이에 작은 변화가 차곡차곡 쌓이고 잘 작동해야 비로소 사회 전체가 변하기 때문이다. 5년이라는 집권 기간에 그 변화를 보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근본적 희망을 주는 강한 신호가 필요하다.” 

정부 여당은 적폐청산이 그 방안 가운데 하나라고 보는 것 같다. 

“적장의 목을 베 대중의 지지를 얻는 것은 너무 옛날 방식이다. 야당은 물론 여론까지도 지금의 적폐청산을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 표현에 불만을 갖지만, 사실 굉장히 아픈 지적이다.” 

그럼 적폐청산은 이제 접어야 하나. 

“내부 적폐로 지적되는 인사 문제와 공공기관 취업 비리 등을 과감히 청산하는 것이 급선무다. 잘못한 사람이 있으면 확실히 처벌하고, 야당의 정치 공세라면 확실히 해명해야 한다. 젊은 세대가 원하던 공정을 세우는 일인 데다, 내부 부정에도 눈감지 않겠다는 인상을 준다. 권선징악이라는 명분이 확실히 서니, 전 정권 부역자 처벌보다 훨씬 큰 효과를 가져온다. 내부 적폐청산과 그에 따른 평화로운 세대교체가 무엇보다 설득력 있는 신호가 될 것이다.”






주간동아 2019.04.19 1185호 (p20~24)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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