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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대한민국 발효문화대전

알갱이메주로 연매출 1억 원 올려

남경자 ‘사계절메주’ 대표

알갱이메주로 연매출 1억 원 올려

충북 영동군 매곡면에서 ‘사계절메주’를 운영하는 남경자 대표. 사계절메주의 메주는 직접 된장을 담가 먹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충북 영동군 매곡면에서 ‘사계절메주’를 운영하는 남경자 대표. 사계절메주의 메주는 직접 된장을 담가 먹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발효식품을 꼽으라 하면 단연코 된장이다.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드는 1차 발효 과정을 거쳐, 2차로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둔 후 장물을 빼내고 건더기만 다시 장독에 넣어 1~2년 발효시키면 구수한 된장이 된다. 된장은 발효 과정에서 콩의 단백질 성분에 더해 필수아미노산, 지방산, 유기산, 미네랄, 비타민 등이 생성돼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 더불어 국내 각종 연구기관을 통해 항암·항산화 기능은 물론, 고혈압 및 치매 예방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돼왔다.


영동 청정 산골 속 황토방에서 발효

남경자 대표는 집에서 된장을 조금씩 담가 먹고 싶어 하는 이들을 공략해 만든 알갱이메주를 특허 출원했다.

남경자 대표는 집에서 된장을 조금씩 담가 먹고 싶어 하는 이들을 공략해 만든 알갱이메주를 특허 출원했다.

된장은 전 국민이 거의 매일 먹는 식품이다 보니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메주를 만들어 판매하는 곳은 흔치 않다. 아파트나 빌라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은 요즘,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집에서 메주로 2차 발효시켜 된장을 만들어 먹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주로 자신만의 된장을 만드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충북 영동군 매곡면에 위치한 ‘사계절메주’는 그런 틈새시장을 공략해 10년간 꾸준히 메주를 만들어온 마을기업이다. 꽃샘추위로 바람이 꽤 쌀쌀한 3월 중순 남경자(72) 사계절메주 대표를 만났다. 특허를 받은 알갱이메주를 개발한 계기와 계속 발전시킨 과정, 정부가 인정하는 마을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등에 대해 들었다. 

영동에서 메주사업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했는데 10여 년 전 은퇴한 남편의 고향인 경북 김천으로 내려와 살았다. 천주교 신자라 평소 성당에서 봉사활동을 자주 했다. 당시 성당에서 어려운 이웃의 식사를 위해 청국장을 가져오면 좋겠다고 하더라. 마침 아파트에 사는 것이 답답하기도 했고, 직접 콩을 재배해 청국장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다. 몇 달간 인근 지역을 돌며 밭을 낀 흙집을 찾았다. 우연찮게 지금 자리에 있던 황토로 된 빈집을 발견해 이곳으로 귀농했다. 지대가 높고 공기도 맑아 콩을 재배하기에 매우 적합한 곳이라 마음에 들었다.” 



어떤 방식으로 메주를 만드는지 궁금하다. 

“10월 말부터 콩을 추수해 11월부터 2월까지 메주와 된장, 간장 등을 만든다. 3~4월에는 만들어놓은 것들을 주로 판매하고, 5월부터는 고추장, 청국장 등 다른 여러 제품을 판매한다. 1년 내내 바쁘지만 겨울철이 특히 그렇다. 보통 메주는 콩을 불리고 삶은 뒤 절구에 빻아 틀에 넣고 성형해 뜨끈한 아랫목에 볏짚을 깔아 띄운다. 그러나 우리는 먼저 띄운 뒤 성형을 한다. 그래서 우리 메주에는 까만곰팡이가 없고, 흰곰팡이만 핀다. 또 발효를 잘 시키려고 균을 넣기도 하는데, 우리는 균을 넣지 않고 황토방 안에 볏짚을 깔아 메주를 띄우기 때문에 발명특허도 낼 수 있었다. 우리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두면 집에서도 쉽게 된장, 간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메주 이외에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가. 

“장을 만드는 ‘영동메주’를 비롯해 사계절 언제라도 소량으로 담가 먹을 수 있게 만든 ‘알갱이메주’, 그것을 갈아서 만든 ‘메주가루’를 주로 판매한다. 청국장, 청국장가루, 산야초를 넣은 청국장가루, 산야초, 재래식 된장, 산야초 고추장, 재래식 간장 등 총 9가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장류는 보통 유통기한이 1년이니까 한 해 장메주 5.5kg짜리를 300상자 정도 미리 만들어둔다. 된장은 1년간 팔 수 있을 양만큼만 직전 해에 미리 장독에 만들어두고, 알갱이메주는 그때그때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마을기업 선정   ·   중소기업청 지원으로 성장

남경자 대표는 직접 재배한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간장, 된장을 생산한다.

남경자 대표는 직접 재배한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간장, 된장을 생산한다.

알갱이메주는 특이한 형태인데 어떻게 만들었나. 

“아파트에 살아도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된장을 만들어 먹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다. 또 요즘은 식구가 많지 않아 된장을 조금씩 만들고 싶어 한다. 일반 메주는 번거로운 감이 있어 어떻게 하면 좀 더 편리하게 장을 담가 먹게끔 할까 연구했다. 메주를 조그마한 덩어리로 만들면 되겠다 싶었고, 그렇게 해서 알갱이메주가 탄생했다. 소비자들이 생소해할 것 같아 포장지 뒷면에 된장, 간장 만들어 먹는 방법을 상세히 써뒀다. 한글만 읽을 수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사계절메주는 남경자 대표 부부와 직원 1명이 생산 및 판매를 총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손이 부족할 때가 많다. 다행히 사업 초창기 행정안전부에서 시행하는 ‘마을기업’에 선정돼 충북도의 지원을 받아 인근 지역 주민 12명으로 구성된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중소기업진흥원 지원사업자 선정, 6차 산업 인증사업자 선정 등 각종 정부 인증도 받았다. 덕분에 생산성이 높아져 현재 전국 22곳의 농협 하나로마트에 납품하고 있다. 

다양한 정부 지원과 인증을 받았는데 어떻게 가능했나. 

“초반에는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상품화하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에 남편과 둘이서 연구를 많이 했다. 그러던 중에 동네 이웃이 심을 콩이 모자란다고 우리 집에 싹콩을 빌리러 왔다. 마침 남는 게 있어 원하는 만큼 줬는데 그 자리에서 그분이 ‘정부에 마을기업 지원하는 게 있는데 도와주겠다’고 했다. 마침 알갱이메주 특허를 낸 후라 그런지 ‘마을기업’에 선정됐다. 그때 1, 2차로 총 9000만 원가량 지원받았는데 그 돈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연구를 꾸준히 해온 것이 득이 된 모양이다. 

“그렇다. 알갱이메주 특허 이외에 지난해에는 영동메주(장메주) 특허도 출원했다. 특허 출원에도 몇십만 원씩 들어가니까 처음에는 힘들었다. 하지만 특허 없이 그냥 판매하면 다른 사람들이 다 따라 할 테니 수익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특허 출원하면서 상표 등록도 같이 해놓은 덕분에 몇 년 뒤부터 매출이 꾸준히 늘었다. 음식 연구는 계속 해왔다. 청국장가루도 그냥 판매하다 산에서 직접 채취한 산야초 100가지를 50 대 50 비율로 넣어 만드니 반응이 훨씬 좋았다. 그해 생산한 메주나 된장을 다음해에 더 좋은 품질로 업그레이드하고자 많이 연구하는 편이다.” 

매출은 어느 정도 나오나. 

“지난해 매출이 1억 원가량 나왔고, 올해는 그보다 좀 더 오를 것 같다. 10년 전에는 1000만 원 정도였는데 매년 설비, 상품연구 등에 재투자하다 보니 남는 게 없었다. 다행히 5~6년 후부터 2000만~3000만 원으로 매출이 늘었고, 10년 차에 이르러 안정화됐다. 특별한 비결은 없고, 지역 축제에 나가 홍보 팸플릿을 많이 돌리고 지역사회에 장학금 기부도 하다 보니 이름이 알려진 것 같다.”


귀농 초반, 농사보다 인터넷이 복병

‘사계절메주’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영동메주, 알갱이메주, 재래식 된장, 청국장, 청국장가루 등 총 9가지다.

‘사계절메주’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영동메주, 알갱이메주, 재래식 된장, 청국장, 청국장가루 등 총 9가지다.

판매량으로 보면 어떤 제품의 반응이 가장 좋은가. 

“알갱이메주의 반응이 가장 좋다. 50대 이상인 분들이 많이 구매하는 편이다. 젊은 사람들은 시판 된장을 주로 사 먹지만 50대 이상은 집에서 해 먹는 음식을 좋아한다. 사실 메주 발효는 일정한 환경에서 적정 온도를 오랜 시간 맞춰주는 등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콩 농사를 짓는 사람도 메주 만드는 일은 힘들어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메주를 구매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알갱이메주는 비교적 간편해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60대에 귀농한 남경자 대표 부부는 여느 농부보다 열심히 일했다. 생활비를 지원해주던 아들의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생활비가 끊긴 것도 한 이유였다. 남 대표는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메주사업에 매달렸고, 덕분에 번듯한 사업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체력적으로 힘들었으리라 짐작했는데, 의외로 남 대표는 “컴퓨터 사용이 익숙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귀농 후 사업하면서 언제 가장 힘들었나. 

“매순간이 녹록지 않았지만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일은 인터넷으로 서류를 제출하는 것이었다. 마을기업도,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도 내라는 서류가 너무 많았다. 시골이다 보니 가르쳐주는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다. 고향 김천에서 아는 분을 통해 인터넷 강사를 시간당 3만 원에 모셔와 서류 만드는 작업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웠다. 심지어 영어로 작성하는 것도 있어 난감했다. 지금은 두 사람 다 웬만큼 컴퓨터를 다룰 줄 안다. 또 석 달 전부터 정부가 청년일자리 사업을 시행하면서 월급 200만 원의 10%만 지불하면 30대 직원 1명을 쓸 수 있게 연결해줘 일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귀농을 60대에 했는데 육체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나. 

“메주사업을 하기 전 희망근로를 잠깐 했다. 도로청소를 하거나 다른 지역의 농사를 돕는 일이었는데 쉽지 않았다. 한번은 포도밭에서 전지작업을 하는데 반나절 만에 뒷목이 굳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래도 1년가량 일한 돈으로 사업 밑천을 마련했으니 다행이었다. 바깥양반은 올해 78세, 나는 72세인데 전국 ‘마을기업’ 사업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지만 아픈 곳 하나 없다. 우리가 직접 만든 된장, 청국장을 매일 먹다시피 해서 그런지 두 사람 모두 건강은 양호하다.”


70대지만 사업 확장 꿈은 현재진행형

우체국쇼핑, 스토어팜 등에서도 판매하던데 어떻게 개척했나. 

“온라인 스토어에 상품을 올리려면 돈부터 먼저 내라고 하는 곳이 있어 부담스러웠다. 반면 판매 금액의 몇%만 수수료로 내면 되는 곳이 있어 거기 위주로 입점했다. 사실 과거에 비해 판매가 한결 수월해졌다. 주문이 들어오면 배송지 스티커에 주소를 입력해 착착 붙인 뒤 우체국택배에 가져다 놓기만 하면 입금되니 크게 어렵지는 않다.” 

메주사업을 하면서 언제 가장 보람됐나. 

“손님들이 우리 메주로 직접 된장을 담가보니 참 좋다고 이야기할 때 가장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 제품을 만들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는데, 그것을 알아주고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사업 10년 만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우리는 지역 축제에 나가도 한 명은 부스에서 판매하고, 한 명은 ‘사모님, 이거 하나 가져가시라’며 팸플릿이 떨어질 때까지 돌린다. 사흘 그렇게 일하고 돌아오면 그때는 막상 수익이 나지 않는 것 같지만 몇 달 후 연락해와 구매하는 사람이 상당수다.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일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앞으로 사업 계획이 있다면. 

“현재 전국 하나로마트 22곳에 납품하고 있는데 40곳까지 늘렸으면 좋겠다. 또 지금은 공간이 협소해 공장도 따로 짓고 싶다. 창고까지 함께 만들어 한번에 돌아갈 수 있게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주간동아 2019.03.15 1180호 (p20~23)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사진  =  이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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