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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90년대생이 온다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렵네요”

먹고살려면 이직해야지… 내 집 가진 중산층? 열심히 사는 걸로는 불가능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렵네요”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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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그냥 생활인이에요. 내 집 대신 회사와 가까운 전셋집, 가정을 꾸리는 것 대신 1년에 한 번 정도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삶을 꿈꾸는 것뿐이죠.” 

직장생활 5년 차인 김모(30) 씨의 말이다. 

‘9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 등 사회초년생들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많다. 그만큼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한다. 정해진 시간만 일하려 하고, 회식을 싫어하는 등 조직보다 본인 밥그릇만 챙기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도 할 말은 있다. 기성세대가 꿈과 미래를 위해 젊은 시절을 보냈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당장의 현실을 헤쳐 나오는 데 급급하다. 항상 좀 더 높은 급여를 찾아 이직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자연히 사내 관계보다 자기계발에 시간을 쓰고 싶어 한다.


“취업은 갈수록 힘들어지는데”

한 치 앞만 본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젊은 세대는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웬만큼 좋은 직장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내 집 마련이나 가정 꾸리기는 먼 세상 이야기다. 좀 더 좋은 직장, 좋은 위치로 갈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공정해 보이지도 않는다. 정부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경쟁, 정의로운 결과를 약속했지만 집권 만 2년이 넘도록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1980년대 후반~90년대 중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사용에 능하다. 이 세대는 학창 시절인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중산층의 붕괴를 지켜봤고, 현재 취업이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유년기인 1997년 외환위기도 겪었다. 태어난 이후 보낸 기간이 대부분 경기 침체 상황이었고 취업이 어렵다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랐다. 이 때문에 여타 세대에 비해 경쟁 구도에 익숙하고, 학력이나 어학 능력 등 스펙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취업이 가장 어려운 세대다. 산업연구원이 1월 4일 발표한 ‘최근 연령대별 인구의 변동과 산업별 고용변화’ 보고서는 10년 새 연령대별 고용률이 대부분 빠르게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예외인 연령대는 20대였다. 고용률은 취업자 수를 생산가능인구로 나눈 값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청년층의 월평균 고용률은 지난해 1~10월 57.8%. 금융위기 여파로 경제가 어렵던 2009년 수치보다 0.6%p 낮았다. 보고서는 ‘20대 연령층의 고용률만 하락세를 보였다. 정부의 적극적인 청년 고용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취업 준비 기간은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5월 발표한 ‘경제활동 인구조사 청년층 부가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한 후 첫 직장을 갖기까지 평균 10.7개월이 소요됐다. 2007년 관련 조사를 시행한 이후 최장 기록이다. 

대학생 조영진(25) 씨는 “10년 전 드라마나 시트콤을 보면 대학생이 여기저기 취업 면접을 보러 다닌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에서는 대학생이 아니라 취업준비생으로 나온다. 게다가 면접까지 가면 다행이고 서류심사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밝혔다. 

요즘 취업준비생은 대기업을 고집하지 않는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1월 취업준비생 1294명을 대상으로 ‘2018년 취업준비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8.1%가 ‘중소기업을 목표로 취업준비를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채용 인원을 줄일 예정이다. 고용노동부의 ‘2018년 하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300인 미만 사업체의 채용 계획은 총 25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27만 명) 대비 5.1% 감소했다. 

취업준비생 장모(28·여) 씨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취업준비를 하는 것도 이제는 한계다. 당장 생활비가 필요한데, 최저임금 인상 등의 이유로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줄었다. 최저임금보다 조금이라도 급여가 높고 제때 들어온다면 무조건 취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 취업해도 생활은 어려워

1월 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9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안내서를 살펴보고 있다. [동아일보]

1월 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9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안내서를 살펴보고 있다. [동아일보]

하지만 젊은 층이 취업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 금천구에서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최모(55) 씨는 벌써 3년째 신입사원을 구하고 있다. 그동안 아무도 지원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몇 명을 채용했으나 3~6개월 만에 회사를 떠났다. 최씨는 “신입사원 임금이 딱 최저임금 수준이긴 하지만, 급여를 밀린 적은 없다. 게다가 대부분 제시간에 퇴근하게 해주는데도 일이 힘들고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회사를 나간다. 내 아들도 곧 대학을 졸업할 나이라 젊은 사람들을 이해해보려 하지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실제로 회사 측이 조기 퇴사 신입사원으로부터 듣는 사직 이유 중에는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2016년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조기 퇴사자의 49.1%가 ‘직무 적응 실패’를 퇴사 이유로 꼽았다. 그다음 해 잡코리아가 조기 퇴사한 579명을 대상으로 회사에 밝힌 사직 이유를 물었을 때도 ‘적성에 맞지 않는 직무’(33.4%)라고 밝힌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들에게 실제로 퇴사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는 전혀 다른 대답이 나왔다. 직무 적성이나 적응 문제로 퇴사를 결정한 비율은 19.4%에 불과했다. 조기 퇴사자들이 꼽은 실제 퇴사 이유 1위는 ‘낮은 연봉’(36.8%)이었다. ‘상사, 동료와 갈등’(33.9%), ‘너무 많은 업무량’(28.8%)이 뒤를 이었다. 

최근 이직에 성공한 임모(31) 씨는 “꽤 많은 사람이 중소기업에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아 이직한다고 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임금이다. 초봉이 너무 낮으니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도 대기업 신입사원 급여를 받으려면 10년은 일해야 한다. 게다가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정도만 주는 곳도 있다. 그런 급여로는 수도권에서 월세 내기도 빠듯하다. 한 달에 한 번만 친구를 만난다 해도 월 200만 원은 벌 수 있는 직장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2017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청년 1인 가구의 평균 소비지출은 월 160만7500원. 지난해 중소기업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급여가 월 206만2660원(연봉 273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겨우 월평균 생활비보다 조금 많은 금액을 버는 셈이다. 

최근 대기업으로 경력 이직한 직장인 이모(27·여) 씨는 “일부 상사는 회식, 야근 문화에 익숙지 않은 신입사원들을 보며 이기적이고 회사에 애정이 없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신입사원들은 자기계발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이직을 꿈꾼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386세대와 X세대에게 퇴근 후 삶이란 근무의 연장이거나 다음 날 일을 더 하기 위해 잠시 쉬는 시간이었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간’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대기업 입사나 공무원 꿈꾸지만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직장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근하고 있다. [동아일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직장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근하고 있다. [동아일보]

한편 같은 기간 대기업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4060만 원(실수령액 월 297만2333원). 2배 넘게 차이가 난다. 이에 취업준비생은 물론, 중소기업 직원도 대기업 취업에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다 최근 대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재입사한 이모(28) 씨는 “기업에서 경력직은 임금 때문에라도 부담스러워 한다. 신입사원으로 응시하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 말 그대로 ‘경력직 같은 신입’이니 오히려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초봉뿐 아니라 임금 인상률도 대기업이 높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8월 30일 발표한 ‘2018년 7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서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의 월평균 임금은 543만9000원. 전년 동기(496만2000원)에 비해 9.6% 올랐다. 같은 기간 근로자 300인 미만 기업의 월평균 임금은 298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284만5000원) 대비 4.8% 올랐다. 직장인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도 대기업 평균 연봉 인상률이 중소기업보다 높았다. 직장인 교육 전문업체 ‘휴넷’이 직장인 88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평균 연봉 인상률은 3.3%, 중소기업은 2.5%였다. 

고용노동부 통계와 설문조사 결과의 수치가 다른 이유는 임금체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인사업무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에는 기본급과 각종 수당 등이 있는데, 기본급을 8~9% 인상한다 해도 수당이 그대로라면 실수령액 인상률은 4%에도 미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에 비해 대우가 좋은 만큼 대기업 취업은 어렵다. 고용노동부의 ‘2018년 하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2018년 하반기~2019년 상반기 채용 계획에서 중소기업(근로자 300인 미만 기업) 채용 인원이 87.1%에 달한다. 서울 4년제 대학 재학생 이모(24·여) 씨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의 취업문이 좁은 것도 문제지만, 채용 과정이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답답하다. 물론 블라인드 채용 등 다양한 제도가 마련돼 있으나, 채용 비리 사건 보도가 끊이지 않아 불공정한 경쟁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결국 일부 청년은 비교적 공정한 공직 채용으로 눈을 돌린다. 지난해 10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청년층의 취업 관련 시험 준비 실태’에 따르면 취업 관련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 105만 명 중 41만 명이 공무원시험 준비생이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7급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정모(28·여) 씨는 “졸업 후 2년간 기업 신입사원 채용에 지원했다. 100곳 넘게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제출했다. 운 좋게 취업을 원한 업계의 최상위권 기업 2곳에서 최종 면접까지 봤다. 하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취업준비 커뮤니티에서 합격자들의 수기와 스펙을 전부 확인했지만, 왜 떨어졌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면 이 같은 답답함은 없으리라 생각해 뒤늦게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취업해도 미래는 불투명

치솟는 집값에 내 집 마련은 먼 세상 이야기다. [shutterstock]

치솟는 집값에 내 집 마련은 먼 세상 이야기다. [shutterstock]

대기업 입사에 성공한다면 기성세대처럼 가정을 꾸리고 내 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일단 집값부터 따져보자. 현재 청년세대의 50%가 서울 및 수도권에 직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해당 지역에 집을 사는 것이 목표라고 가정하자. 지난해 기준 서울의 평균 주택매매가는 5억5723만 원, 수도권은 3억8271만 원이었다. 1년 차 대기업 신입사원이 1인 가구 평균치(160만7500원)만 지출한다면 매달 136만4833원이 생긴다. 이 계산법으로 매년 3.3%씩 임금이 오르고, 지출 규모를 늘리지 않는다면 17년간 모아야 수도권에 집을 살 수 있다. 서울에 집을 사려면 22년간 모아야 한다. 물론 그 기간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다. 

2016년 취업포털 사람인이 649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신입사원 평균 연령은 남성 29.2세, 여성 27.9세였다. 남성은 36세에 수도권에 집을 사는 것이 가능하고, 41세가 돼야 서울에 집을 살 수 있다. 물론 대출을 받으면 좀 더 빨리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 하지만 물가상승률과 그것을 한참 앞서는 집값 상승세를 감안하면 대출을 끼더라도 내 집 마련은 어렵다. 

결혼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든다. 결혼 컨설팅업체 듀오웨드의 ‘2018 결혼비용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결혼 비용은 2억3085만 원. 이 중 72.4% (1억6791만 원)가 전세 등 살 곳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남성과 여성이 절반씩 부담한다면 직장생활 7년 차에 결혼을 할 수 있다. 같은 해 서울의 평균 전세가는 3억5200만 원, 수도권은 2억5938만 원이었다. 

은행 대출을 받아 전세를 해결하고 대출을 잘 갚으면 금세 내 집 마련에 성공할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부부가 함께 돈을 번다면 그만큼 돈도 빨리 모을 수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고개를 젓는다. 최근 결혼을 결심한 직장인 오모(33) 씨는 “매매가가 오르면 전세가도 함께 오른다. 아이를 낳으면 지출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내 집 마련은 은퇴 후에나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윤모(35) 씨는 “40대 후반에 내 집 마련에 성공하고 두 자녀를 대학에 보낸 아버지처럼만 사는 게 목표였는데 쉽지 않다. 아버지보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어렵사리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현재 내 힘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벌어도 집과 가정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9.01.25 1174호 (p16~19)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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