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5

2015.12.02

좌충우돌 신입과 베테랑 부장의 열정 ‘케미’

정기훈 감독의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noxkang@daum.net

    입력2015-12-02 11: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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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충우돌 신입과 베테랑 부장의 열정 ‘케미’
    ‘열정 페이’라는 말에서 열정은 절대 긍정적인 어감이 아니다. 열정을 빌미로 청춘의 에너지를 끌어다 써버리는 기성세대를 꼬집는 표현이니 말이다. 사실 열정은 ‘갑’의 횡포를 감싸는 그럴듯한 포장일 때가 많다. 영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도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꽤 볼만한 소품이다. ‘히말라야’나 ‘국제시장’처럼 제작비를 몇백억 원씩 쓰지 않았고, 배우들이 생사를 넘나드는 일생일대의 연기를 보여주지도 않았지만 괜찮다. 
    기자는 영화 속 단골 등장인물이다. ‘모비딕’ ‘제보자’ 같은 영화에서 기자는 정의의 사도가 돼 세상의 윤리를 이끈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주인공도 기자이고, 그러다 보니 영화의 주요 배경은 언론사다. 차이점이 있다면 주인공이 애초부터 대단한 사회정의 구현 같은 사명감을 갖는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연예부 소속이라는 점이다. 미친개처럼 거의 짖어대다시피 소리를 질러대는 부장과 그 밑에 수습으로 들어온 도라희(박보영 분), 영화는 마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처럼 사회 초년병이 베테랑 옆에서 수모를 당하는 데서 웃음의 방향을 잡는다. 
    이 영화에서 박보영은 다른 대안을 생각하기 힘들 만큼 배역에 잘 어울린다. 약간 어쭙잖으면서도 당찬 연예부 수습기자의 모습은 박보영을 통해 꽤 사실적인 그림이 된다. 입에 착착 붙는 욕설로 관객을 사로잡는 ‘부장’ 정재영의 연기도 압권이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의 재미는 또 있다. 언론사 연예부라는 매우 제한된 공간을 구체적으로 파고들고 또 보여준다는 점이다. ‘우라까이’ 같은 그 나름 업계 전문용어가 난무해 제법 사실감이 느껴진다.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20대, 즉 열정을 무기로 사는 청춘의 에너지다. 고생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데도 휴대전화 화면에 뜨는 월급 액수에 환호하는 장면이랄지, 학교 선배이자 직장 동료인 남성과 쿨하게 사귀고 또 쿨하게 헤어지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청춘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다른 점은 오늘의 청춘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세련됐다는 것이고, 같은 점은 예나 지금이나 그래도 청춘은 열정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정의로운 결말’이 클리셰로 느껴지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현실에 ‘기레기’가 되지 않으려고 양심과 직업을 걸고 싸우는 기자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꼭 그래야만 한다는 듯이 올바른 결과로 향해 나가는 영화 내용은 구태의연해 보이기도 한다.
    최근 한국 영화에서 만능 해결사는 정보통신 강국의 바탕, 즉 인터넷이다. 손 안의 네트워크를 통해 누설되는 정보가 결국 진실을 밝혀내는 단서가 되고, 정의는 실현된다. 영화 속에선 이렇게 쉬운 일이 왜 현실에선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그래도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영화에서처럼 ‘나’를 걸고 세상과 싸우는 멋진 기자를 기대하게 만드는, 귀엽고 산뜻한 소품이다. 
    좌충우돌 신입과 베테랑 부장의 열정 ‘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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