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5

2015.12.02

성실 조사 안 하면 정부도 불법

세월호 조사 방해 의혹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5-12-01 17:23:24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성실 조사 안 하면 정부도 불법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여당 추천 위원들이 11월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특조위가 일탈을 중단하지 않으면 (여당 위원) 전원 총사퇴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11월 1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항소심 판결대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검찰은 이씨와 1·2등 항해사, 기관장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하급심에서는 세월호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내버려둔 채 먼저 탈출한 사실과 관련해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살인 혐의를 부인하는 대신 유기치사상 혐의 등을 적용해 징역 36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선장에게 적용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했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승객들을 퇴선시키지 않고 먼저 퇴선한 이준석 세월호 선장의 행위는 승객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탈출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승객들을 적극적으로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결국 선장의 퇴선 명령이 있었는지 여부와 승객들이 사망해도 좋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가 핵심이었다. 1심은 선장이 2등 항해사를 통해 퇴선 명령을 내린 사실이 인정되니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2심은 “퇴선 명령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고, 있었다 해도 이에 수반한 퇴선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 무의미하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법적으로 살인죄에 대한 ‘부진정부작위범(不眞正不作爲犯)’을 처음 인정한 매우 의미 있는 판례다. 적극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가 자신의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대처해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고, 피고인이 그와 같은 상황을 지배하고 있어 작위의무의 이행(퇴선 명령)으로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 사실상 사람을 죽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판단한 것. 
    선장 등에 대한 단죄는 이렇게 끝났는데, 참사 원인 등을 밝히려고 구성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조사는 아직 제대로 진전된 게 없다. 그 와중에 최근 해양수산부가 청와대(BH)와 관련한 조사를 개시할 경우 특조위 조사를 사실상 무력화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내부지침’을 마련한 것이 확인됐다. 실제 문건에서 언급한 대로 특조위 여당 추천 위원들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각각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했고, 결국 문건대로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런 세상은 죽는 게 낫겠다. 내가 죽어야 끝나겠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면서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여당 의원은 자신들을 믿으라고 강조했고 다짐에 또 다짐을 했었다”는 사실도 상기했다. 억울하게 숨져간 많은 넋을 위로하고 다시는 이토록 불행한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하물며 단 한 사람도 제대로 구조하지 못한 정부라면 더더욱 책임을 느껴 조사에 협조하고 분발할 일이다. 희생자들의 넋을 아직도  떠나보내지 못한 유가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가 남은 생을 열심히 살 수 있게 보장할 책임도 정부에게 있기 때문이다. 
    위 판결처럼 피해자인 유가족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유가족 스스로 확인할 능력과 권한이 없고, 정부가 그와 같은 상황을 지배하고 있어 작위의무의 이행(진상조사)으로 사건의 진상이 덮여 생기는 불행한 결과를 쉽게 방지할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실상 조사 방해라는 불법행위를 한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부진정부작위범’은 선장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일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