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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한국화 된 일본식 돈코쓰가 뜬다

서울 홍대 주변의 라멘집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한국화 된 일본식 돈코쓰가 뜬다

한국화 된 일본식 돈코쓰가 뜬다

‘고라멘’ ‘하카타분코’ ‘지로우라멘’의 라면들(왼쪽부터).

1963년 대한민국에 인스턴트 라면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 반응은 시큰둥했다. 면 요리 자체를 잘 먹지 않은 이유가 가장 컸지만 노란색에 꼬불꼬불하게 생긴 이상한 면발도 한몫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지 않아 라면은 ‘국민음식’으로 등극한다. 때마침 본격화된 혼분식장려운동의 영향에 힘입어 간편하고 맛있으며 조리하기 편한 라면은 서민들의 한 끼 식사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삼양과 농심, 롯데 같은 기업이 라면을 팔아 성장했고 라면 재료를 만드는 식용유 회사, 밀가루 회사도 큰 기업이 됐다. 라면의 일본어 표기는 라멘(ラ-メン)이다. 한국 라면은 일본 라멘에서 유래한 말이다. 일본에서 우리가 먹는 라면인 인스턴트 라멘이 나온 것은 1958년 ‘라멘의 신(神)’이라 부르는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에 의해서다. 일본인은 인스턴트 라멘도 즐겨 먹지만 우리와 달리 음식점에서 인스턴트 라멘을 파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개 생면과 직접 만든 국물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국 란저우(蘭州)의 라미엔(拉麵)을 일본 라멘의 기원으로 보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19세기 말 일본 개항지를 중심으로 중국인들에게 라미엔을 팔다 1910년 도쿄에서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라이라이켄이 인기를 얻으며 라멘은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국민 외식으로 자리매김한다. 라멘은 홋카이도를 중심으로 한 미소(된장)라멘과 간사이 지역의 소유(간장)라멘으로 나뉘는데, 80년대 이후 규슈 하카타를 중심으로 한 돈코쓰(돼지뼈 국물)라멘도 하나의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인에게 짠맛이 강한 미소라멘과 소유라멘은 그다지 인기 있는 라멘이 아니다. 깊고 진한 돼지뼈 육수 맛의 돈코쓰라멘은 한국인이 즐겨 먹는 순대국밥, 돼지국밥, 설렁탕, 곰탕과 유사해 좀 더 친숙하다. 2004년 서울 홍대 근처에 문을 연 ‘하카타분코’는 한국에 하카타식 돈코쓰라멘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곳이자 돈코쓰라멘을 넘어 일본식 라멘 문화를 전파한 곳이다.

‘하카타분코’에서는 돼지뼈 육수로 우린 인라멘과 돼지뼈에 닭뼈와 채소 우린 육수를 섞은 청라멘을 팔고 있다. 인라멘은 뼈를 뭉근한 불에 끓여낸 육수 특유의 걸쭉하고 진한 맛이 난다. 면발은 하카타식 라멘답게 가늘고 고들고들하다. 돼지 삼겹살 부위를 구워낸 차슈 한 점과 숙주, 다시마가 꾸미와 고명으로 각각 올라 있다. 일본 라멘에 비해 짠맛을 약하게 한 것이 한국에서 파는 일본식 라멘의 공통된 특징이다. ‘하카타분코’의 인라멘은 경륜이 쌓인 안정적인 맛을 낸다. ‘하카타분코’의 성공 이후 홍대 주변에는 라멘 전문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72시간 동안 돼지뼈를 고아 만든 육수와 데리야키 소스를 입힌 차슈로 유명한 ‘지로우라멘’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이곳의 라멘은 국물이 진하지만 과하지 않다. 돼지 삼겹살 부위로 만든 차슈는 두껍지만 부드럽다.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추가 메뉴이기도 하다.

역시 홍대 주변 ‘고라멘’은 라멘을 주문하면 면을 체에 놓고 10번 정도 탁탁 두드린 다음 그릇에 담아준다. 면발에 탄력을 주고 수분을 제거하기 위한 이곳만의 방식이다. 실제 면발의 탄력이 다른 곳보다 강하다. 위에 얹는 차슈를 제외하고 돼지뼈 육수와 얇은 면발,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나 깍두기는 한국화된 일본 돈코쓰라멘의 공통된 특징이라 하겠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 한국화된 일본 라멘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주간동아 2015.11.09 1012호 (p76~76)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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