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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오향냉채, 멘보샤…호텔급 요리가 1만 원대

中食의 부활과 ‘진진’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오향냉채, 멘보샤…호텔급 요리가 1만 원대

오향냉채, 멘보샤…호텔급 요리가 1만 원대

‘진진’의 송이볶음.

중국음식은 1882년 인천에서 외식으로 선보인 후 1960년대까지 최고급 연회요리의 상징이었다. 60년대 혼분식장려운동을 거치면서 짜장면, 짬뽕, 만두가 대중 음식으로 자리 잡자 고급 중식은 오랜 침체기를 겪는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셈. 하지만 오랫동안 잊혔던 진짜 중식이 최근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중국 본고장의 고급 요리가 일반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서고 있는 것. 왕육성 셰프와 중식당 ‘진진’은 이런 움직임의 한복판에 있다. 2015년 1월 서울 망원동 후미진 길가에 자그마하게 문을 연 중식당 ‘진진’은 입소문이 나면서 개업 직후부터 손님이 줄을 서더니 최근에는 근처에 신관을 열었다.

왕 셰프는 중식계의 최고 스타라 할 수 있다. 40년 중식 인생에 한 번의 실패도 없었던 전승의 승부사다. 20대엔 홀 서빙으로 이름을 날렸고, 요리를 배워 정상 자리에 오른 후 지금까지 그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28년 동안 서울 코리아나호텔 중식당 ‘대상해’의 책임자로 일했으며 그중 16년 동안은 오너 셰프였다. 화교조리협회장을 지낸 그는 2013년 12월 31일 돌연 중식당을 친구에게 넘기고 40년 만에 처음으로 일을 쉬었다. 1년간 쉬면서 그는 새로운 구상을 했다.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돌려주자는 큰 꿈을 그렸다. 메뉴 개발과 자본은 왕 셰프가, 현장은 ‘대상해’ 주방에서 10년간 함께한 황진선 셰프가 책임지기로 했다. 사제 간의 결합이었다.

또 월급제가 아니라 후배 셰프와 수익을 나누는 구조인데 왕 셰프가 가져가는 몫이 더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후배들에게 식당을 하나씩 차려주고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왕육성식 사회 환원 방법이다. 최근 신관을 책임지게 된 주방장도 왕 셰프 밑에서 7년간 일한 제자로, 특급호텔 주방장을 거쳐 ‘진진’에 둥지를 틀었다. 호텔에서 5만 원 넘는 요리들이 ‘진진’에서는 1만 원대다. 문턱을 낮춤으로써 대중으로 하여금 멋진 중식에 쉽게 다가서게 한다는 게 그의 또 다른 목표였다.

오향냉채, 멘보샤…호텔급 요리가 1만 원대

‘진진’의 오향냉채(왼쪽)와 대게살 볶음.

그렇게 ‘진진’은 시작됐다. 그의 인기 호텔 요리를 1만 원대에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금세 화제가 됐다. 가격은 떨어졌는데 ‘대상해’ 시절 내놓았던 음식과 재료, 기법은 전혀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산둥요리를 기본으로 한 ‘진진’의 요리는 오향냉채로 시작된다. 속을 부드럽게 하는 대게살 볶음은 재료가 좋아야 제맛을 내는 음식이다. 멘보샤는 ‘진진’ 때문에 유명해진 대표적 요리다. 식빵 사이에 새우를 다져 넣은 이 요리는 보기에는 간단해도 실제로는 까다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유지가 들어가지 않은 식빵에 새우를 다져 넣고 130도부터 180도까지 온도를 조금씩 높여가며 익히는 요리다. 새우육즙과 고소한 빵의 조화가 새로운 식감은 물론, 감칠맛도 선사한다. 영국에서 만들어진 ‘white bread(식빵)’가 영국 조차지인 홍콩을 통해 광둥으로 퍼진 뒤 산둥에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진진’에는 짜장면도 없고 짬뽕도, 탕수육도 없다. 산둥 사람들의 일상 요리들과 멘보샤 같은 독특한 요리 10여 가지를 팔고 있다. 미리 주문하면 메뉴에 없는 요리도 먹을 수 있다. 평등한 식사를 위해 룸도 갖추지 않았다. 저녁이면 남녀노소 모여들어 중국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보낸다. 모두 행복해 보였다.



주간동아 2015.10.26 1010호 (p76~76)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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