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60

2018.10.19

경제

‘1일 2커피 이상’인 사람도 모르는 히든 커피 ‘리스트레토’

  • 입력2018-10-22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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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 신논현의 한 카페에서 직장인들이 커피 타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 제공 · 할리스커피]

    서울 강남 신논현의 한 카페에서 직장인들이 커피 타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 제공 · 할리스커피]

    ‘오늘 출근해 오전부터 커피를 두 잔 마셨다. 속이 조금 쓰려온다. 오후에 또 미팅이 있다. 카페에서 다른 음료를 마시자니 배가 부를 것 같고, 그렇다고 아메리카노를 한 잔 더 먹자니 부담스럽다. 쓴맛을 덜어낸, 조금 부드러운 맛의 커피는 없을까.’ 

    하루에 커피를 여러 잔 즐기는 진정한 커피 마니아라면 두 번째, 세 번째 마시는 커피에 대해 고민해본 적 있을 것이다. 실제 한 인터넷 취업 포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하루 평균 커피 섭취량은 ‘2잔(47.9%)’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 뒤로 ‘3잔(21.2%)’ ‘4~5잔(17%)’ ‘1잔(11.2%)’ 순이었다. 

    SNS에서 #리스트레토, #리스트레토 등으로 검색한 결과.게시물이 2만 건 넘는다.

    SNS에서 #리스트레토, #리스트레토 등으로 검색한 결과.게시물이 2만 건 넘는다.

    오전에 이미 한 잔 이상 을 마셔 속이 조금 편한 커피를 찾는다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답이 있다. 커피 마니아라면 누구나 안다는 부드러운 맛(물을 많이 넣은 연한 커피와 다르다)의 ‘리스트레토’가 바로 그 주인공.
    리스트레토는 일부 커피전문점에 메뉴화돼 있긴 하지만, 대부분 소비자가 부드러운 커피를 원할 때 바리스타가 제공하다 보니 ‘히든 커피’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리스트레토, #리스트레토 등으로 검색하면 2만 건 이상 게시물이 나온다. 

    커피 샷은 추출 시간과 추출량에 따라 크게 리스트레토, 에스프레소, 룽고로 나뉜다.

    커피 샷은 추출 시간과 추출량에 따라 크게 리스트레토, 에스프레소, 룽고로 나뉜다.

    같은 원두를 쓰더라도 커피 추출 시간과 양에 따라 리스트레토와 에스프레소, 룽고로 나뉜다. 이탈리아어로 ‘빠르다’는 뜻의 에스프레소(Espresso)는 커피 머신 기준으로 섭씨 90도 전후에서 20초 안에 30㎖가량의 커피를 추출해 만든다. 룽고(Lungo)는 에스프레소의 추출 시간을 30초 이상으로 길게(Long) 늘려 뽑는 것으로 40㎖ 이상 추출된다. 리스트레토(Ristretto)는 이탈리아어로 ‘농축하다’ ‘짧다’는 뜻으로 추출 시간은 20초 이하, 추출량은 20㎖가량이다. 즉 리스트레토는 일종의 농축 에스프레소라고 보면 된다. 

    리스트레토를 활용한 커피 메뉴는 에스프레소를 활용한 커피보다 쓰지 않고 뒷맛이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이 맛의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 전문가들은 커피 원액을 추출하는 시간, 방식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추출 시간이 짧을수록 신맛이 강조되고, 긴 시간 추출할수록 쓴맛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서울 군자동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바리스타 김수혁 씨는 “에스프레소는 원액 25~30㎖를 추출하지만 리스트레토는 15~20㎖에 그친다. 그래서 부드러운 산미뿐 아니라 깊은 향과 깔끔한 맛이 나 커피 애호가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교동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김현식 대표는 “커피는 쓴맛 때문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반면, 리스트레토를 넣은 아메리카노는 맛이 부드러워 커피 초보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 즐긴다

    리스트레토가 새롭게 개발된 메뉴는 아니다. 부드러운 맛을 선호하거나 커피 맛을 즐기는 사람만 아는 ‘히든 메뉴’였다. 최근 리스트레토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커피전문점에서도 정식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커피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소비자의 커피 기호도 다양해졌다. 관세청과 커피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커피시장 규모가 11조 원을 돌파했다. 3조 원대 중반이던 10년 전에 비하면 3배 이상 커진 것이다(그래프 참조). 전 국민이 1년 동안 마신 커피를 잔 수로 따지면 약 265억 잔에 달해 인당 연간 512잔의 커피를 마신 셈이다. 

    할리스커피는 그동안 부드럽고 산뜻한 산미의 커피 맛을 원하는 고객이 별도로 주문할 때만 판매하던 리스트레토를 8월 말 정식 메뉴로 출시했다. 출시 한 달여 만에 30만 잔이 팔렸을 정도로 인기다. 

    조효정 할리스커피 R&D팀 차장은 “많은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 맛을 부드럽게 할 때 물을 더 넣거나 샷 양을 조절하는데, 에스프레소 대신 리스트레토를 넣으면 단순히 연한 커피가 아닌 쓴맛이 덜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며 “리스트레토의 부드러움은 미디엄 로스팅한 원두의 추출 시간을 제한해 커피 본연의 풍미를 살려 쓴맛을 잡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할리스커피에서 선보인 리스트레토 메뉴 3종.

    할리스커피에서 선보인 리스트레토 메뉴 3종.

    인기를 끌고 있는 할리스커피 리스트레토 메뉴 시리즈는 ‘리스트레토 아메리카노’ ‘리스트레토 라떼’ ‘리스트레토 딜라이트’ 3종이다. 리스트레토 아메리카노와 리스트레토 라떼는 에스프레소 샷이 아닌 리스트레토 샷을 넣은 메뉴로 첫맛은 신맛, 뒷맛은 단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리스트레토 딜라이트는 할리스커피의 시그니처 메뉴인 ‘바닐라 딜라이트’의 베리에이션 메뉴다. 리스트레토 더블 샷을 베이스로 달콤한 연유와 크리미한 보디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커피전문점 폴바셋의 메뉴판에는 ‘아메리카노’가 없는 대신 ‘룽고’와 ‘리스트레토’가 있다. 스타벅스의 ‘리스트레토 비안코’에는 에스프레소 대신 리스트레토가 들어간다. 가정용 네스프레소는 에스프레소 외에 리스트레토와 룽고 등을 담은 캡슐을 지속적으로 판매, 생산하고 있다.

    할리스 등에서 다양한 메뉴 내놔

    스타벅스와 폴바셋, 네스프레소 등 다양한 커피 브랜드에서도 리스트레토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스타벅스와 폴바셋, 네스프레소 등 다양한 커피 브랜드에서도 리스트레토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커피시장은 소비자의 취향 세분화, 프리미엄 원료 사용 증가 등으로 그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과거 커피시장은 커피 대중화 1세대라고 볼 수 있는 ‘커피믹스’나 ‘캔커피’ 등 인스턴트커피 위주였으나 1998년 할리스커피가 국내 최초로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을 오픈한 후 시장이 급성장했다. 2007년 9000억 원대이던 국내 원두커피시장은 지난해 7조8528억 원으로 8배 이상 커졌다. 

    커피업계에서는 요즘 소비자가 자신만의 감성과 차별화된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에 커피 트렌드 역시 ‘프리미엄’에서 ‘커스터마이징’으로 나아갈 것이라 보고 있다. 차세대 커피 트렌드로는 리스트레토가 꼽힌다. 

    경인여대 식품영양학과 바리스타 분야 박솔탐이나 교수는 “우리나라 커피시장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커피 선진국으로 불리는 핀란드 등 북유럽과 비교하면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이 양적 성장에 이어 질적 성장을 하는 가운데 리스트레토가 새로운 커피 트렌드로 어디까지 성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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