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60

2018.10.19

인터뷰 |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

“자율비행 드론으로 3조 원대 풍력발전기 안전점검 시장 석권하겠다”

  • 입력2018-10-22 12: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질병의 조기 발견을 통해 인간 수명을 크게 늘리는 데 기여한 의료기기 가운데 하나가 자기공명영상(MRI)이다. MRI는 고주파를 발생시켜 인체 각 조직의 신호 차이를 측정한 뒤 컴퓨터를 통해 재구성해 영상으로 보여준다. 영상으로 보여주는 만큼 의료진이 질병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맞춤형 처방도 가능해 질병 완치율이 월등히 높아졌다. 

    의료계의 MRI처럼 산업현장에서 대형 구조물의 안전진단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드론이다. 드론이 초정밀 카메라로 구조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면 미세한 흠집까지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드론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인 니어스랩은 풍력발전기와 교량, 고속도로, 송전선로 등 산업현장 대형 구조물의 안전진단에 활용 가능한 자율비행 드론을 만드는 회사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3차원 자율비행으로 좀 더 정교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

    날아다니는 로봇, 드론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니어스랩은 가깝다는 뜻의 ‘Near’와 지구를 뜻하는 ‘Earth’, 그리고 연구소를 뜻하는 ‘Laboratory’를 조합해 만든 이름이다. 인공위성이 지구 상공에서 새로운 시각의 데이터를 제공한 것처럼, 드론을 활용해 지구 가까이에서 가치 있는 데이터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사명(社名)에 담겼다. 

    니어스랩은 KAIST(한국과학기술원) 항공우주공학과 출신인 최재혁 대표와 정영석 최고기술경영자(CTO)가 2015년 5월 공동창업했다. KAIST 학부와 대학원에서 비행제어를 전공한 두 사람은 졸업 후 한동안 각각 두산중공업과 쎄트렉아이에서 발전소 터빈과 인공위성을 만들었다. 이때 ‘드론을 활용한 데이터 획득 및 분석’이라는 새로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의기투합했다. 최 대표는 “원자력 발전소 근무 경험을 통해 안전하고 신속한 점검 수요라는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사람이 가기 어려운 현장에서 드론을 통해 데이터를 취득, 분석하면 산업현장의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으리라 봤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우리 회사의 자율비행 드론은 산업현장 대형 구조물의 데이터를 빠르고 정교하게 수집해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분들의 정확한 의사 결정을 돕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우리가 만든 드론은 필요한 데이터를 스스로 수집한다는 점에서 ‘날아다니는 로봇’ ” 이라고 설명했다. 



    니어스랩이 개발한 드론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율비행으로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이다. 조종사가 드론의 움직임을 보면서 직접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제어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알아서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3차원 경로 생성 알고리즘이 드론 조종사의 눈을 대체하는 것이라면 정밀 비행 알고리즘은 드론 조종사의 손을 대체한 것이다. 

    자율비행 드론으로 안전진단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먼저 정교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충돌 회피 기술은 드론이 구조물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균일하게 촬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 두 번째는 숙련된 드론 조종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안전점검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 대표는 “수동으로 드론을 운전해 안전진단을 하려면 숙련된 1급 조종사가 필요하지만, 인공지능 자율비행 드론을 활용하면 실행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안전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작 버튼만 누르면 안전점검 ‘끝’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니어스랩은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비행 드론을 풍력발전기 안전점검에 특화했다. 날개 하나의 길이가 50m에 이르고 최대 높이가 100m를 훌쩍 넘는 풍력발전기의 안전점검을 하려면 밧줄을 타고 위에서 내려오거나 고공 크레인을 이용해야 했다. 그만큼 위험도가 높은 고난도 작업이다. 더욱이 최근 건설되는 풍력발전기는 대형화 추세다. 지난해 영국 리버풀 베이 근처에 8MW 터빈이 탑재된 세계 최대 크기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됐다. 날개 하나의 길이가 80m, 최대 높이가 195m에 이른다. 덴마크는 높이가 330m에 이르는 세계 최대 풍력발전기 설치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니어스랩의 주요 고객은 풍력발전단지 안전점검을 담당하는 업체들이다. 미국은 안전점검 전문업체가 주로 활동하는 반면, 유럽에서는 풍력발전소가 직접 안전점검을 실시하거나, 풍력발전소 건설 업체가 일정 기간 점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최 대표는 “시장에 맞게 배워가며 유연하게 대처하는 상황”이라며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점검을 하는 동안에는 풍력발전기를 멈춰야 한다. 중단한 시간만큼 전기를 생산하지 못한다. 그러나 니어스랩의 자율비행 드론을 활용하면 풍력발전기 기당 점검 시간을 15분으로 크게 줄일 수 있다. 사람이 1기를 점검하는 시간에 자율비행 드론은 20기를 점검할 수 있는 것이다. 점검 시간이 단축되는 만큼 풍력발전기 가동 시간이 늘어나 발전효율이 높아지면 발전사 처지에서는 수익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보다 더 정교한 알고리즘

    인공지능 자율비행 드론의 안전점검 ‘시작’ 버튼을 누르면 드론이 풍력발전기까지 이동한 뒤 날개가 멈춘 위치를 인식해 안전점검을 위한 최적의 비행경로를 찾는다. 이후 충돌 회피 기술을 활용해 날개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균일한 영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데이터포털에 업로드한다. 관리자는 데이터포털을 통해 날개 전문가의 소견을 듣고, 결함의 크기와 위치가 포함된 진단 결과를 조회할 수 있다. 

    자율비행 드론의 안전점검이 갖는 또 다른 장점은 풍력발전기 날개의 손상 지점이 어디인지,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 대표는 “풍력발전기 같은 대형 구조물은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일정 기간마다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하는데, 자율비행 드론을 활용해 안전점검을 하면 드론이 수집한 촬영 데이터를 발전기 및 날개의 위치 정보와 함께 확인할 수 있는 포털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이상이 발견된 지점에 대한 추적 관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즉 데이터 축적을 통해 날개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대처가 가능한 것이다. 

    드론이 3차원 자율비행을 하도록 설계하려면 도로 위를 달리는 자율주행차보다 더 정교한 알고리즘이 필수적이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정해진 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차선을 인식하고 주변을 달리는 다른 자동차와 사람, 장애물 등 돌발 변수만 고려하면 된다. 그에 비해 3차원 공간에서 이동하는 드론은 앞뒤 좌우는 물론, 위아래라는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렇기에 자율주행차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제어 기술이 요구된다. 

    니어스랩 구성원 가운데 KAIST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석·박사급 엔지니어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니어스랩 퍼셉션(Perception)팀에서는 인공지능 선두주자인 엔비디아(NVIDIA)가 주최한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GTC) 2018’에서 딥러닝과 관련해 발표하기도 했다. 니어스랩 연구진의 기술력을 세계가 인정한 셈이다. 

    니어스랩 직원들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시현하고자 드론에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뒤 회사가 위치한 건물 옥상에서 직접 드론을 시험운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는 600여 대. 국내 풍력발전기 규모만 보면 자율비행 드론을 활용한 안전점검시장은 크지 않다. 그러나 세계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풍력발전기는 미국과 유럽 등 세계적으로 20만 대가 설치돼 있어 풍력발전기 안전점검시장만 연간 3조 원 규모에 이른다. 이 시장을 석권하는 것이 니어스랩의 목표다. 

    최 대표는 “3차원 자율비행 드론이 곧바로 활용될 수 있는 분야가 풍력발전기 안전점검시장”이라며 “미국과 유럽 등 풍력발전기가 많이 설치된 나라들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풍력발전기 안전점검에 집중하고 있지만 니어스랩이 꿈꾸는 미래는 드론의 완전 자동화다. 최 대표는 “사람이 하기 힘든 업무를 인공지능을 갖춘 드론이 자율비행을 통해 완수할 수 있도록 드론을 플라잉 로봇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니어스랩은 사람이 하던 안전점검을 3차원 자율비행 드론이 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려 한다. 이런 니어스랩의 꿈이 현실화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