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9

2018.03.14

커버스토리

“강남 집값 안정화, 재건축 규제 아닌 도시재생이 해결책”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

  • 입력2018-03-13 11: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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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 [박해윤 기자]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 [박해윤 기자]

    집권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부동산대책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다. 그런데 가만 들여다보면 대부분 기시감이 느껴지는 정책들이다. 2월 20일 국토교통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발표도 딱 2006년으로 회귀다. 안전진단 기준 항목 가운데 구조안전성 점수는 2006년 50점이었는데 2009년 40점, 2014년 20점으로 내려갔다 이번에 다시 50점으로 변경됐다(표 참조). 집들은 계속 늙어가는데 정책은 시대를 거스르고 있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 목표 알 수 없어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집을 가진 사람, 집이 없는 사람 중에서도 요즘 부동산 정책을 대놓고 환영하는 이를 찾기 어렵다. 국회에서 ‘부동산 전문가’로 통하는 자유한국당 김현아(49) 의원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지속적으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김 의원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1995년부터 2016년까지 20년간 연구위원으로 일하다 2016년 5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비례대표로 제20대 국회의원에 당선했다. 의원이 되기 전에는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자체규제 심의위원, 기획재정부 부동산가격안정 심의위원,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경제분과 민간자문위원을 맡아 정부기관에 자문을 하기도 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생각을 듣고자 2월 27일 김 의원을 만났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쏟아지고, 시장은 그때마다 요동친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별로 정의롭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혁신적이지도 않다. 정책 목표가 무엇인지 보이지를 않는다. 문재인 정부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을 딛고 시작됐고, 국민이 거는 기대가 큰 타이밍인데 저렇게밖에 못하나 싶다.” 

    지난해 초부터 전국 집값 상승세가 가속화됐고, 이를 잡으려고 정부가 ‘8·2 부동산 안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지방은 서서히 거품이 걷혔다. 물론 서울과 수도권은 더 오르긴 했지만. 그렇다면 일정 부분 정책이 효과를 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사실 8·2 부동산대책은 분양시장을 겨냥한 정책의 종합판이다. 지난해까지 전국적으로 분양권시장의 과열 현상이 심했다. 2년 전 국회에 들어와 국토교통부에 ‘청약제도를 당장 옥죄고, 분양시장 자금을 거둬야 할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말기에는 경기가 죽을까 봐 시행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 지지율이 높아 실현 가능했고 정책을 내놨다. 한편으로 2016년부터 쏟아진 분양물량이 2018년 미입주 문제로 불거질 것이란 전망이 있었기 때문에 8·2 부동산대책이 아니어도 서서히 거품이 꺼지는 시점이기도 했다.” 

    정부는 8·2 부동산대책으로 서울, 특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상승세를 꺾으려 했지만 결과는 되레 반대였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분양을 틀어막으니 재건축 쪽으로 몰린 것이다. 시중금리가 낮고 유동자금이 많아 투자처에 대한 수요가 상당했다. 사실 10년 전 참여정부 때 재건축을 눌렀지만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효과가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시점에 시작됐고, 당시 재건축 물꼬를 터준 것이 최근에야 붐을 일으킨 것이다. 부동산 정책은 효과가 늦게 나타나는데, 지난해 집값이 급격히 오르니 사람들은 이걸 시작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은 사실 끝물이라고 본다.”

    안전진단 강화, 초가삼간 태우는 꼴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20년간 일한 경력 덕분에 국회 유일의 부동산 전문가로 꼽힌다. [박해윤 기자]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20년간 일한 경력 덕분에 국회 유일의 부동산 전문가로 꼽힌다. [박해윤 기자]

    연초 재건축뿐 아니라 일반 아파트, 강북 아파트 등 서울 전역이 급등세를 보였다. 연말까지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데. 

    “연초 급등세는 막달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8·2 부동산대책에서 올해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가 중과될 것이라 예고했고 시효가 얼마 남지 않아 거래가 몰렸다. 이명박 정부 때도 막달효과가 심하게 나타났다. 당시 취득세 감면을 재차 연기했다. 7월까지 한다고 예고하니 6월까지 거래가 확 늘고 7월 이후에는 끊겼다. 이후에 하려던 거래들이 앞당겨진 것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경우로 보인다.” 

    지난해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왜곡하는 주범으로 ‘다주택자’를 지목했다. 4월까지 유예를 둔 것도 주택이 많은 사람은 팔라는 신호였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가구 2주택자였다 최근 1채를 팔았다. 이를 보고 허탈했다. 정부가 국민에게 1채만 소유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하지만 다주택자의 순기능에 주목해야 한다. 주택 10채를 가지고 10채를 다 쓴다고 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1채만 살고 나머지는 모두 임대를 주면 집값은 올라도 전세시장은 안정화될 수 있다. 또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보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지방에 싼 아파트 10채를 가진 사람과 강남 고가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의 자산이 같다면 누구를 투기꾼으로 볼 것인가. 집은 1채인데 빌딩과 논밭,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을 가진 사람은 집은 1채니까 투기꾼에서 제외되나. 물론 모든 임대업자가 선한 것은 아니다. 그러면 임대를 불공정하게 놓는 것을 규제해야지 집을 많이 가졌다고 나쁘게 보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김 의원은 남편이 현재 지방에 근무하는 관계로 일시적 2주택자라고 밝혔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원인 가운데 하나인 강남, 특히 재건축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 의지가 강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 안전진단 강화 등 각종 규제 방안을 어떻게 평가하나. 

    “안전진단 강화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다. 사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운데 사업성이 큰 단지는 안전진단을 거의 통과했다. 지금 대기 중인 단지는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지은 것들이다. 대부분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등 강남 이외 아파트가 대상이다. 당초 안전진단 기준이 40년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정부는 이번 조치로 기간을 특정하지 않아 사실상 재건축을 무기한 연기한 셈이다. 90년대 지은 아파트들은 안전에 문제는 없어도 상하수관 노후, 단열, 층간소음 등 여러 문제가 있다. 그러면 이제는 주거환경을 고민해야 하는데 정부는 건물 안전에만 신경 쓰고 사람의 안전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재건축 승인에 앞서 안전진단은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구조안전 의뢰를 했을 때 승인을 쉽게 내주는 것이 문제라고 들었다. 그러면 안전진단업체가 제대로 판단을 내리지 않은 것이니 그들을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안전진단 기준에서 구조안전성 항목을 50점이 아닌 30점으로 내린다 해도 업체들이 진단을 제대로 하면 승인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정부는 근본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연초만 해도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지금은 반대로 입주물량이 늘어 역전세난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지방은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거품이 꺼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잘한 점이 있다면 분양시장을 거시경제 차원에서 전망했다는 것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모든 후보가 하우스 푸어 대책을 공약으로 내놓았을 정도로 사회문제로 거론됐다. 주택 관련 부동산 규제책은 없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분양시장을 활성화했는데, 최근에 이르러 그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아 깡통주택이 나온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지금은 전세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 특히 지방은 신규 주택 수요가 높기 때문에 서서히 소화될 것이다. 세입자에겐 낮은 전세금으로 새 아파트에서 살 수 있으니 좋은 기회다. 이제는 집을 갖느냐 못 갖느냐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쾌적한 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경기 동탄과 평택 등 수도권 입주물량이 넘치고 있다. 우려할 부분은 아닌가.

    요즘은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전에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입주물량이 쏟아져도 새 아파트가 빈집으로 남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젊은 세대는 새 주택을 선호한다. 돈을 좀 더 보태 새 아파트로 전세를 옮겨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한다. 그럼 문제는 기존 주택에서 발생한다. 노후주택을 가진 사람은 전세금을 낮춰도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진다. 재건축 아파트야 다시 지으면 되지만 노후주택을 가진 이들은 입지가 좋지 않은 이상 재개발도 힘들다. 그래서 도시재생이 필요한 것이다.”

    주거환경의 질적 향상 고민할 때

    정부가 지난해 7월 50조 원을 들여 전국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2월에는 10조 원이 투입될 도시재생 지역들을 구체적으로 선정, 공개했다. 현 정부도 과거 재개발 사업을 잇는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부분도 사실 아쉬움이 남는다. 도시재생의 목적은 재생을 통해 거주환경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마을 가치를 높이는 데 있다. 그런데 도시재생에 5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하면서 서울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동안 서울은 꾸준히 도시재생 사업을 해왔는데 공신이 배제된 꼴이다. 그럼 서울에서 강남에 대적하는 주거지를 만들기 어렵다. 10년 전에는 정부가 ‘강남급 신도시’를 만들겠다고 해 지금의 판교가 탄생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구가 늘지 않아 신도시의 필요성에 의문이 생긴다. 근본적으로 사람들은 입지 좋은 곳, 질 높은 주택에서 살고 싶어 한다. 입지는 모두의 입맛에 맞추지 못해도 도시재생을 통해 주거의 질은 높일 수 있다. 정부가 주택시장 양극화, 재건축 불패 등 여러 프레임에 대한 반박을 도시재생에서 찾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그러면 앞으로 도시재생 사업은 어떻게 추진해야 한다고 보나. 

    “정부가 추진하는 것이 좋은 면도 있지만 우려할 점도 있다. 국정과제로 삼으면 확실한 기반이 되니까 사업에 탄력이 생긴다. 그러나 연간 80~100개씩 공모사업을 통해 추진하다 보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보조금을 받으려고 무리하게 계획안을 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10억 원짜리 사업을 추진할 정도의 능력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도 더 많은 보조금을 받으려고 사업 계획을 부풀리는 식이다. 일본도 도시재생 사업을 하다 나중에는 ‘보조금의 무덤’인 지역 순위를 매길 정도로 문제가 됐다. 

    또 너무 보조금에 의존할 경우 보조금이 끊길 때 사업이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 도시재생 사업은 4~5년 돈을 붓는다고 해서 가시적 효과가 나오기 힘들다. 그런데 국가 예산을 쓰면 실적을 꼭 따지려고 하기 때문에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실패로 규정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추진하고, 그 결과 다음 정권에서 도시재생을 할 수 없게 될까 봐 제일 걱정이다.” 

    일명 ‘무한도전법’으로 불리는 ‘청년주거안정지원 특별법’(청주법)을 발의했다. 현재 정부도 우리 사회 대학생, 신혼부부, 직장 초년생 등 젊은 세대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자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개선해야 할 점, 혹은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매년 30만 쌍이 결혼하는데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짓는 청년주택은 3만 가구밖에 되지 않는다. 들어갈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는데 다들 기대가 크다. 박근혜 정부 시절 행복주택을 추진할 때 지역주민의 반발이 심했다. 신혼부부나 청년이 입주하면 동네가 혼란스러워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 진통 탓에 쉽게 만들지 못했고, 지금은 이름을 바꿔 짓고 있지만 수요의 10%가량만 충족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신혼부부와 청년을 위한 수요자 금융지원이 필요하다. 지금 일반분양 특별공급에 신혼부부 청약조건은 합산 연소득 7000만 원 이하로 규정돼 있다. 그런데 오히려 집을 살 수 있는 계층은 합산 연소득 7000만 원 이상인 신혼부부다. 그 이하인 사람은 자격조건이 돼 부모의 도움을 받아 집을 사고, 그 이상인 사람은 부모 도움 없이 살 수 있지만 조건이 되지 않아 못 산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지원이 너무 계단처럼 끊겨 있다. 이를 곡선형으로 연계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또 현재 월세소득공제와 주택대출에 대한 이자소득공제는 해준다. 하지만 전세대출 이자소득공제는 없다. 수요자에게 진짜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정부가 여러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으면 한다.”

    청년부터 노인까지 주거복지 방안 찾을 것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여의도 인강’, 오디오 클립 ‘주거상담소’ 등 강의와 상담을 하는 것도 흥미롭다. 의정활동만으로도 바쁠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서비스를 하게 됐나. 

    “국회에 들어와서 보니까 국민이 주택임대차와 관련된 법을 몰라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집주인이 아닌 대리인이 나왔는데 모르고 계약했다 낭패를 보는 등 사례도 다양했다. 어떻게 하면 임대차계약 시 손해를 보지 않도록 도움을 줄까 고민하다 온라인을 창구로 선택했다. 또 페이스북에 카드뉴스로 ‘주거팁’을 올렸는데 시간이 지나면 보기 어려워지는 것이 아까워 의정활동 보고서로 편집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고 있다.” 

    국회의원 2년 차인데 소회를 듣고 싶다. 

    “10년은 한 것 같다. 대통령 탄핵, 국회 일정 보이콧, 대선, 그리고 올해 전국동시지방선거까지 많은 경험을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야당은 정치적으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상황이 좋을 때 국회의원을 하는 것보다 어려울 때 하는 것이 배울 점은 더 많은 것 같아 감사하다. 또 자유한국당에서 징계를 풀어줘 복권됐는데 앞으로 자유한국당이 제대로 된 야당이 되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 새로운 법안을 발의하려면 당의 지지가 필요한 만큼 앞으로 다른 의원들이 도와줄 것으로 기대한다.” 

    남은 임기 동안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청주법’을 특별법으로 제정하는 일을 마무리 짓는 게 먼저다. 또 계층별 주거복지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지금 청년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연령층과 노인층도 힘들다. 계층별, 생애주기별 주거복지안이 필요하다. 노인 주거 정책을 잘 만들어놓으면 젊은 층도 미래를 꿈꿀 수 있다. 또 하나는 도시재생에서 청년들의 소임을 찾는 것이다. 지방 도시재생의 경우 청년이 주체로 나서야 한다. 현재 국회연구단체인 도시재생전략포럼(도전포럼)에서 청년이 주체가 된 도시재생 활동 발굴과 격려, 프로모션 연계 등 방안을 찾고 있다. 도시재생이 정권을 뛰어넘는 사업이 될 수 있도록 민간자력의 도시재생을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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